LA 코리아타운은 미주한인들의 큰 업적이다.
동부에서 학위를 마치고 칼스테이트 LA에 교직을 맡아 우리 내외가 이 곳에 도착한 때는 1968년 여름이었다. 그때는 LA에 코리아타운이 없었다. 제퍼슨가에 고려정이 있었고, 한국문화회관이 버몬트가 인근 24가에 있었다. 대한인국민회, 연합장로교회, 흥사단, 동지회 회관들이 제퍼슨가와 버몬트가를 기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몇 안 되는 한인업소들과 단체들이 대부분 10번 프리웨이 남쪽 지금은 라티노와 흑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우스 웨스턴 지역에 있었다.
코리아타운은 ‘1965년 개정 이민법’이 발효한 1968년 이후 지금의 위치에서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올림픽과 호바트가의 교차지역을 중심으로 식품상, 식당, 카페, 병원, 교회 등이 들어섰고, 그 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1977년까지 모두 800여개가 되었고, 2004년에는 4,900여개가 되었다.
LA 코리아타운의 한인 인구는 1980년의 7,962명에서, 1990년 3만4,742명, 2000년에는 4만6,664명으로 증가하였다. 코리아타운의 영역도 계속 팽창하여 세라노, 후버, 피코가가 북·동·남의 경계선이 되고 있고, 서쪽 경계는 베벌리힐스 가까이까지 달하고 있다. 2000년 센서스는 코리아타운 인구의 51%가 라티노, 20%가 한인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코리아타운의 한인 인구는 1990~2000년 사이에 32.3% 증가했는데, 이것은 라티노 증가율 10.4%를 능가하는 것이다.
LA 코리아타운의 한인 자산도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1980년대까지도 코리아타운 한인업소의 대다수가 타민족 소유의 건물, 대지를 빌려서 사업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코리아타운의 한인소유 부동산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2000년대에는 타운 중심 상가건물의 과반수 이상이 한인소유가 되었다. 코리안 월스트릿으로 불리는 코리아타운 윌셔가의 업무용 고층건물 3분의2 이상이 한인소유가 되었다. LA 타임스에 의하면 이곳에 위치한 8개 한국계 은행의 총자산이 9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한인업소록에 따르면 LA 코리아타운에는 현재 400여개의 병원, 200여개의 한방, 190여개의 CPA 사무실, 200개의 변호사 사무실, 120여개의 개신교회, 3개의 가톨릭교회, 20여개의 불교사찰, 40여개의 사회봉사기관 등이 있다. 한인운영의 대형 종합병원도 있고, 한인 전용의 깨끗한 고급 호텔도 여럿 있다. 전국적 네트웍을 확보하고 있는 신문, 라디오, TV 등 언론사들이 모두 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해 있다. LA 코리아타운은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중요한 상징이며 얼굴이다.
그런데 LA 코리아타운이 주류사회에는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가? 아침저녁 코리아타운을 지나가는 수십만의 통근자들에게 건물 벽과 유리창에 품위 없이 써있거나 달려 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한글 간판들이 어떠한 인상을 줄까? 매춘의 온상, 인신매매, 음주운전, 폭력, 상해, 빈발하는 절도, 강도 피해, 크고 작은 법규위반, 마약거래, 사기, 횡령사건, 유흥업소의 범람 등이 코리아타운과 관련하여 주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이 주류사회에 비춰지는 코리아타운의 이미지다.
LA 코리아타운에는 수많은 전문인들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주민 대다수는 영어 해득력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다. 2000년 센서스에 의하면 LA 코리아타운 인구 중 영어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인구가 한인의 59%, 라티노의 52%에 달한다. 가구당 중간 연소득은 한인 2만7,007달러, 라티노 2만3,424달러로 나타났다.
한편 25세 이상 인구 중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 소유자가 코리아타운 한인의 40%, 라티노의 6%로 밝혀졌다. 그래서 관리직, 사무직은 한인이 맡고 있고, 어려운 노동직은 대부분 라티노가 맡고 있다. 코리아타운에는 성공한 사업가/전문인도 많지만, 어려움을 겪는 영세 상인들도 많고, 낮은 임금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인/라티노 근로자도 많다. 인종간의 계층화, 빈부의 심한 격차, 언어소통의 단절, 열악한 근로/주거환경 등이 코리아타운 앞날의 큰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LA 코리아타운은 장기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없다. 건강하고 안전한 코리아타운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타운에서 일을 하는 의사, 변호사, CPA들이 머리를 맞대고 청사진을 만들 때가 되었다. 이들이 먼저 앞장을 서야 한다.
유의영
칼스테이트 LA 사회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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