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종교전문기자)
새 해에는 사랑을 하자. 사랑이 무엇일까. 사랑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관한 소설책을 썼지만 그리 적합한 사랑을 논하지는 못한 것 같다. 사랑은 남녀간의 에로틱한 사랑도 있고 종교적인 하나님과 나와의 사랑도 있을 수 있고 부모와 자식, 형제와 형제간의 사랑과 친구간의 사랑도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랑에 대해 정확히 정의 내린 것 중의 하나로 최고의 ‘사랑정의’를 소개하라면 신약성경(New Testament) 고린도전서 13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고린도전서와 후서로 나누어 있는 이 부분은 예수를 핍박하다 회심한 후 예수를 가장 많이 전도하며 신약성서의 절반 가량을 쓴 사도 바울(St. Paul)이 초대교회를 향해 쓴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도 바울이 초대교회를 향해 쓴 이 사랑에 관한 편지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연대를 보아도 사도 바울은 1세기 사람이었으니 약 2000년이 된 편지의 내용이다. 세월은 흘러 21세기가 되었지만 바울이 말한 사랑의 정의는 지금도 종교인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알게 하는 큰 힘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바울이 제시한 사랑의 정의는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정의다. 새해에는 이런 사랑을 하며 살아가면 자신에게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금년 한해만 이런 사랑을 하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이런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더 더욱 좋은 생을 보내게 될 것은 확실하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들어가 사랑의 정의를 찾아보았더니 “인간 정신생활의 기본적 감정으로서, 어떤 주체가 특정한 대상에 대하여 품는 전체적 또는 부분적 합일의 욕구. 사랑은 문학·도덕·철학·종교의 어느 관점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관념의 하나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이 관념을 둘러싸고 사상이 전개되었다. 동양에서도 인(仁)이나 자비(慈悲) 등
의 사상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백과사전의 사랑 정의는 사랑을 하나의 관념으로 파악해 명사(Noun)적으로 썼지만 사랑은 관념적이기보다는 동적(動的)인, 즉 동사(Verb)적인 것이 더 설명에 부합될 것 같다. 사도 바울이 내린 사랑의 정의는 관념적이지가 않고 더욱 구체적이며 삶에 더욱 큰 힘을 부여하는 사랑의 정의이기도 하다.
사랑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사랑이 또 한가지 있다. 이 사랑은 사도 바울이 말한 것도 아니요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랑이다. 사도 바울이 얘기한 사랑과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그 어느 것도 사랑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기심(利己心)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자기만 알고 자기의 욕심만 채우려고 하는 것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라 함은 자신(自信)을 가지라는 말과 상통한다. 자신을 가지라는 말은 무슨 일을 하든지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는 말이다. 자신을 갖는 사랑의 마음에는 타인을 포용할 수 있
는 관용도 포함될 수 있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여유도 있을 수 있다. 제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치는 우주보다도 더 귀한 유일자(唯一者)의 존재가 된다.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과소 평가할 때 자신은 더욱 우울해지고 소망과 희망을 잃게 된다. 이렇듯 자신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용기를 잃게 된다.
오늘은 새 해 첫 날이다. 사도 바울이 2000년 전에 말한 것처럼 우리도 오래 참고, 온유하며, 투기 안하며, 남의 유익을 먼저 구하며, 자랑하지 않으며, 선한 것을 생각하며, 의와 진리를 기뻐하며, 항상 즐거워하며, 모든 것을 믿으며(여기에는 자신을 믿는 것도 포함), 모든 것을 바라며, 끝까지 견디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한 해를 엮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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