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목회학박사)
어느새 일 년이 지나가고 새 해를 맞이한다.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또 오는 세월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매 년 이 때가 되면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또 앞으로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렇게 반성과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를 반복하는 동안 세월은 가고 사람은 늙나 보다.
사람이 만들어 논 달력 앞에서 세월의 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 삶의 상황 속 한계다. 그렇게 느끼지 않으려면 산으로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한다.
혼자 살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살며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녀야 하는 세상살이 속에서는 달력을 보며 세월의 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만 현실감각을 잊어버리지 않고 세상과 맞서서 이기며 하루하루를 계속해 살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려면 달력에 나오는 날자의 의미마저도 잊어버려야만 한다. 달력이 가지고 있는 날자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내일은 생각할 여유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들은 걱정할 여유도 없이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게만 산다면 세월의 감도 또 세월의 옴도 잊어버리고 하루하루의 삶은 쌓
이고 쌓여 훗날 생을 돌이켜 볼 때 보람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반성함에 있어 무엇부터 반성해야 할까. 또 새해를 맞이함에 있어 무엇부터 계획해야 할까. 아주 작은 일을 우습게 보고 지나친 일은 없는지 반성해야겠다. 흔히 사람들은 큰일에만 명분을 두고 작은 일은 그냥 지나치는 수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반성
은 다음 해의 계획이 될 수 있다. 작은 일처럼 보여 흔히 지나치는 것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나 가까이 살아도 함께 살지 않는 부모님에게 자주 안부를 묻지 않은 것이나 용돈을 드리지 않은 것. 이웃 사촌에게는 관심을 갖고 왕래를 하면서도 설령 도와야 할 형제 자매들에게는 무관심한 것. 가장 가까워야할 남편이나 부인과 자식들에게 사랑의 말이나 사랑의 표현을 자주 하지 못한 것. 자그마한 봉사라도 자원해 봉사를 못한
것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는 일에 조그마한 정성이나마 후원금을 내지 못한 것.
작은 일에 화를 내거나 성질을 부려 상대방을 곤혹하게 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준 것.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거나 돈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것. 건강을 위해 아침저녁 간단한 맨손체조 등을 해야 함에도 못하거나 적당한 량의 비타민을 계속해서 섭취하지 못한 것. 가까운 사람
들에게 간단한 편지를 통해 안부를 묻지 못한 것. 자신의 교양을 위해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
가정을 위해 작은 설거지나 집안 청소를 부지런히 하지 못한 것. 자기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자신이 손수 경영하는 사업에 열심을 내지 못한 것 등등.
매 해, 연말과 연시를 맞아 되풀이되는 우리의 반성과 결심은 인간이 얼마나 약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약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인류는 발전해 왔고 또 인류는 그 약함을 치유하기 위해 생각하고 연구하며 발전해 간다.
새 해가 된다고,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새 해는 묵은해의 연장일 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작은 일에 충실히 살면 새해는 매일 매일 떠오를 것이다.
그날 그날을 새해의 새아침으로 늘 맞이해 살수 있는 사람은 복되다. 하루하루 지내는 일상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기에 그렇다. 큰 것, 큰 일은 따로 없다. 작은 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일이 되고 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혁과 결심은 반드시 새 해에만 시
도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새롭게 먹으면 언제 어느 때라도 새로워 질 수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동일 선상에 있다.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다 오늘 속에 포함돼 흐른다. 과거에 열심히 살았다면 오늘 성공해 있을 것이다.
오늘 열심히 살면 분명히 미래는 성공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난날 잘못된 것은 철저히 반성하되 다시 번복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내일을 잘하기 위해 철저히 오늘을 잘하면
된다. 지난 한 해를 무사하게 보낸 그 것에 감사를 드리고 또 맞이하는 새해의 연장에 감사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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