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2주만 있으면 갑신년이 지나고 을유년이 온다. 허겁지겁 생각 없이 달려오긴 했지만 한해의 마감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어쨌든 우리가 마감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이요, 자랑이요, 모든 삶의 헛되지 않은 투자였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한해를 마칠 때가 되면 부족하더라도 그 가운데 흐뭇함을 느끼고 보람있어 한다. 연말을 맞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갖는다. 마감시간이 돼서 잘하면 누구든지 결실에 대한 기쁨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마감이라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 도전을 시작해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내일은 마감을 잘 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박수근씨 같은 유명한 화백도 거의 꼴찌같은 자리에 있다가도 마감시간이 되서 오히려 그림을 더 많이 팔았다. 이 것이 더 수확이 크고 오히려 결실을 크게 맺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따르는 기쁨도 더 크고 보람도 있으며 흐뭇함도 더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엔 잘 나가다 끝에 가서 잘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말하자면 마무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을 말함이다. 이는 오히려 처음엔 잘 못해도 나중에 가서 더 잘하는 사람들보다 못한 것이다. 학교성적도 저학년에서 잘하다 나중에 가서 잘못하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잘 나가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성적이 뚝 떨어져 바랐던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감을 잘 못해 오히려 처음에는 못하다 나중에 더 잘하는 학생보다 더 못한 경우다. 또 어떤 경우 유년에 호강하다 끝에 가서 안 좋으면 그 게 더 나쁘다.
인간관계도 만났을 때 보다 떠나갈 때, 사람도 태어날 때 보다 죽을 때 더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그 것처럼 한 해의 끝자락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마무리할 때 새로운 해도 더욱 힘차고 박진감 있게 그리고 희망차게 우리 앞에 닥아오지 않을까. 연중 마지막인 12월을 잘 마감하게 되면 반드시 더 좋은 새 해 새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 해가 오는 것은 오
늘 이 시간, 즉 2004년의 자리를 내어주고 2005년이라는 새 자리를 맞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다.
마치 돌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마감하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레방아는 옆에 항아리가 달려 있는데 거기에 맑은 물이 언제나 고여 있다. 시간은 돌고 돌더라도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아가 돌면서 그 물방울이 튀겨 옆에 달린 항아리에 물이 채워진다. 그렇듯 우리의 시간도 헛되이 흘러가고 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어떠한 형태라도 결실이 맺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는 우리는 좋든, 나쁘든 이만큼 이나마 좋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히 여기며 또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커다란 축복이요, 은총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노력하고 또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마감이란 다시 말하면 새로운 생명을 태동시키기 위한 아름다운 매듭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해 마감 때가 되면 누구나 그리운 사람도 만나보고 싶고 잊었던 사람도 생각나고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램프에 불을 밝히고 기다리는 가족이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은 심정이 들게 되어있다. 나그네들도 한번쯤은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살던, 부모형제가 있는 본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다. 인간도 누구나 죽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 들게 되고 모든 것을 잘 마무리하고 싶게 된다.
이와 같이 12월을 인생의 마감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우리가 이 순간을 잘 마감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도 아름다운 매듭을 지을 때 그 삶이 헛되지 않고 보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마감을 잘 못한다면 마음이 께름직할 것이고 마음에 만족과 기쁨 또한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리고 깨끗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마치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선수처럼 마무리를 잘 해야만 등수를 떠나 성공자라 할 수 있듯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잘 다듬어야 또 다가오는 한 해를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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