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부시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성화할 것이란 전망이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온건파로 네오콘, 즉 신보수 강경세력을 견제해 온 파월 국무장관이 퇴진하고 후임에 전임자 보다 강경파인 라이스 보좌관이 지명된 것이 바로 그 신호이다.
파월과 보조를 함께 해 온 아미티지 부장관 자리에 또 다른 강경파인 존 볼튼 차관이 승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시의 제 2기 행정부는 1기 보다 더욱 강경한 일방주의 노선을 택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무부 뿐만 아니라 부시행정부 내의 네오콘의 중심에는 체니 부통령이 있고 현재까지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계속 유임할 경우 행정부 내에는 강성 기류를 견제할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
또 부시의 공화당은 지난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행정부와 의회가 똘똘 뭉쳐서 강경주의를 밀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부시대통령도 더 이상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1기 때 보다 더 우경화한 정책을 밀고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우경화는 강력한 미국중심주의를 의미하며 미국 밖에서 말하는 이른바 미국의 일방주의의 강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지난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반미 감정이 점증했고 특히 미국의 독주에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서구의 일부 국가에서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미국의 일방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전 역사를 통해 유럽에 대해 일방주의로 일관해 왔다. 독립전쟁 때는 영국과 싸우기 위해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으나 프랑스혁명 후 영불전쟁이 발생했을 때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1812년 미영전쟁 때는 또 영국과 싸웠고 유럽제국이 남미 각국의 독립에 간섭했을 때 몬로대통
령은 고립 불간섭주의를 선언했다. 또 1차대전과 2차대전 때도 다른 나라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참전하여 전리품을 톡톡히 챙겼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 일방주의로 일관해 오는 동안 유럽의 나라들은 미국편에 서는 나라와 반대편에 서는 나라로 항상 갈렸다. 1차대전과 2차대전 때도 그랬고 동서냉전 때도 그랬다.
최근에도 독일과 프랑스 등 반대 국가가 있는가 하면 영국과 이태리, 폴랜드 등 미국편에 서있는 국가들도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일방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유럽과 그밖의 지역에서 자국편에 서는 나라들을 챙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부시행정부의 강성화로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화될 경우 가장 주목되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 특히 미국의 네오콘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묵과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동서 해빙 후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이 모두 열렸고 심지어는 미국과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월남도 개방되었으나 북한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
개혁과 개방은 고사하고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국민을 굶겨 죽이고 있으며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테러집단에 넘길 우려도 있다. 미국에 대해 끊임없는 적개심을 노출시키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이런 북한이 미국의 타겟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지목했던 나라 가운데 아직 손을 보지 않은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이라크는 무력으로 점령했고 리비아는 적대행위를 포기하기로 선언했다. 이란도 최근 핵개발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만 아직도 속을 썩이고 있다. 미국에게 남은 마지막 전선이 바로 북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타겟이 되어있는 북한의 운명은 앞으로 두 가지 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리비아나 이란처럼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이라크처럼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미국이 선택할 일이지만 그 선택의 조건은 북한만이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북핵사태의 해결과 개방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외교적 또는 군사적 압력을 행사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만 문제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반미화, 좌경화, 친북화가 걷잡을 수 없게 가속화 할 수도 있다.
미국 일방주의의 강화를 한편으로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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