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성 어거스틴의 시에 보면 감사의 조건이 20가지 있다. 해를 주어 감사하고 달을 주어 감사하고 별빛을 주어 감사하고 공기를 주어 감사하고 등등 우리에게는 바람 한 점까지도 모두 감사해야 할 조건들 이다. 그런데 요즘 한인들을 보면 하나같이 불경기에 죽겠다, 죽겠다
고 야단이다. 알고 보면 이들은 모두 먹을 것 다 잘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서 편히 살며 좋은 차도 타고 다니면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옛날 한국의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너무나 달라졌는데도 그 때의 생각은 모두 어디 가고 다들 어렵고 부족하고 힘들고 모자란다고 불평이다. 물론, 한 때 미국에서 잘나가던 호황기와 비교해서 하는 불평인 줄은 안다.
그러나 지금도 주위에는 제대로 못 먹고 못 입고 집도 차도 직장도 제대로 없이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불평은 너무도 사치스럽고 호강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입이 옛날과 같지 않다며 도무지 살기가 어렵다고들 불만이다.
그래도 한인들 중에는 수입이 얼마 안 되면서도 ‘요새와 같은 불경기에 이 것도 얼마나 감사하냐’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정도론 안돼’ 하면서 벌면 벌수록 과욕을 부리며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나보다 더 가진 자나 잘 나가는 사람
을 배아파한다. 타인과 비교해 아무리 가져도 가져도 만족이 없고 매사가 불평인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한들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처음 미국 올 때 수중에 가져온 물건이나 돈을 생각한다면 지금 자기가 얼마나 발전했고 얼마큼
풍요로워 졌는가를 실감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매사가 불평에다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려 드는 것은 오히려 좌절감과 패배감만 가져다 줄 뿐이다. 수입이 얼마든 ‘이 거라도 버니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마음만 가진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절로 힘이 솟는다. 그런 생각을 할 진데 자신이 현재 조금 어렵다고 해서 불평을
한다면 이는 감사하는 마음과 고마움이 없는 사람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고 그 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오늘 날 이만큼 살고 있고 또 별다른 문제없이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이는 모두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내가 이 땅에 정착한 것도 주위 친척이나 친구, 먼저 온 이웃들의 배려가 있었을 것이요, 개척했던 교회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면 그 안에는 분명 교인들의 뜨거운 희생적 정신과 물질적인 뒷받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만 계속 늘어놓는다면 그들의 삶은 분명 기
쁨과 만족이 없는 생활이다. 말하자면 같은 환경과 조건이라도 어떤 사람은 매사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사사건건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차 행복하고 기쁜 생활을 하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의 여건은 옛날 보다 더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평만 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힘든 이민생활이 더 어렵기 마련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마음만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이민생활이 그렇게는 어렵
지 않을 것이다. 세상만사 어느 시대나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따지면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불평은 왜 하는가. 매사가 그저 즐겁고 기쁠 일이지.
어떤 경우 자기가 좀 잘나간다고 교만해지고 위, 아래 상관 않고 함부로 날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가 예상치 않은 화를 입는 것을 본다. 이는 모두 마음속에 감사함과 고마움이 없는데서 생기는 결과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따르게 마련이다. 성경
에 바울 사도는 ‘맡은 바 은혜에 감사하라’ 고 말했다. 감사하는 생활을 할 것인가, 원망하는 생활을 할 것인가. 이는 자신의 선택여부에 달려 있다.
오는 추수감사절에는 이 땅에 심한 기근과 혹한을 이기고 처음 정착한 102명 청교도인들의 노력과 땀, 그리고 희생에 감사하며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자. 또 지금까지 살아오도록 도와주고 배려해준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지금 우리가 처한 생활이 모
두 그들의 은혜로 이루어졌음에 감사하며 웬만한 어려움쯤은 모두 고마운 마음으로 돌리며 감사의 제단을 쌓아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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