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Philippe)
‘필립’(Philippe The Original, Home of the French Dipped Sandwich)은 아주 독특한 장소다. 1908년에 오픈했으니 이제 곧 창업 10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곳이란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오래 됐다는 것 하나만은 아니다. 바닥에 지푸라기가 있고 벽에는 금이 가 있지만 고객들은 그런 것을 상관치 않는다.
그들이 필립에 오는 이유는 맛있는 프렌치 딥 샌드위치와 큼지막한 파이 조각, 그리고 항상 따끈한 커피가 있기 때문이다.
Zagat 레스토랑 서베이에서는 필립을 미국 최고의 아침식사 식당, 최고의 샌드위치 샵으로 꼽았다.
패밀리 스타일의 테이블, 옆좌석의 사람과 금방 친구가 된다.
오픈한지 100년 각계각층의 고객
좌석에 앉으면 금방 친구가 되고
‘도시의 보석’맛
엄선한 쇠고기·신선한 야채로 만든 비프스튜.
딸림 요리의 코셔 스타일 피클과 계란 피클.
오리지널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튜나 샌드위치.
LA타임스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보석 같은 유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LA 타임스 매거진, LA 매거진, 고메이는 필립을 최고의 샌드위치 샵으로 선정한 언론의 일부일 뿐이다.
너무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통에 혹시 불이라도 난게 아닐까 걱정이 된 사람들의 제보로 경찰차가 출동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고객들은 사회 각계각층. 주변의 이웃들, 비즈니스맨, 다운타운의 변호사와 판검사, 시꺼먼 기름때를 묻히고 온 노동자, 앰트랙 직원들과 승객들, 주머니가 가벼운 시니어들. 그 다양한 얼굴들에서 LA의 자유로운 에스쁘리가 느껴진다.
천장을 돌아가는 공기정화 팬, 맥주의 네온사인, 벽에 걸린 각종 신문기사 액자 등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은 1900년도 초 오픈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가격이 조금 올랐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85주년 기념 때 창업 당시의 가격인 10센트에 샌드위치를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말 그대로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몇 개의 부스 좌석과 더불어 긴 나무 테이블과 스툴이 놓여진 다이닝룸은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나누게 되는 일은 매순간 일어난다. 그렇게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필립의 다이닝룸에 흐르는 무언의 친근함과 동류의식은 대도시에서 발견하기 힘든 느낌이다.
도대체 이 집 샌드위치가 어떠하기에 이렇게 날개돋친 듯 팔리는 걸까.
1918년, 당시 주인이자 창업가인 필립 마띠유는 샌드위치를 만들다 실수로 빵을 고기국물에 빠뜨렸다.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필립에게 단골이었던 경찰관은 상관없다며 그 샌드위치를 그냥 가져갔다. 다음 날 그는 친구들을 더 데려와 국물에 빠뜨린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프렌치 딥 샌드위치(French Dipped Sandwich)가 탄생된 배경은 이렇다. 그 이름에 프렌치가 들어간 것은 마띠유가 프랑스계여서 였을 수도 있고 프렌치 브레드를 사용해서일 수도 있다. 이 집의 전문은 물론 프렌치 딥 샌드위치. 갓 구워 바삭한 프렌치 브레드에 고기 국물을 적셔 로스트 비프, 로스트 포크, 양고기, 터키, 햄과 같은 재료들을 끼워 넣은 단순한 것이다.
치즈는 추가로 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참치 샌드위치, 치즈 샌드위치,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가 있다. 코울슬로, 감자 샐러드, 마카로니 샐러드, 삶은 계란 피클, 코셔 스타일의 피클 등의 지극히 미국적인 딸림 요리들을 사이드로 주문하면 훨씬 만족스런 한 끼가 된다. 돼지 족발(Pigs Feet)은 주당 300파운드 정도가 팔려나간다니 대단한 물량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프렌치 머스터드는 맵지만 샌드위치에 적당량 바르면 아주 맛있다. 겨자만 일주일에 80갤런이 소비된다니 그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머스터드는 병에 담아 판매도 하고 있다.
서비스도 방식도 독특하다. 10명의 직원(Carvers라 부른다)이 긴 카운터에 서서 주문도 받고 음식들을 착착 종이 접시에 담아준다. 대부분이 이곳에서 20년이 넘도록 일해 와서 그런지 서비스 속도는 성격 급한 한국사람 마음에도 꼭 들만큼 신속하다.
엄선한 쇠고기, 신선한 야채로 만든 비프스튜, 걸쭉한 칠리는 매일 제공되고 요일마다 다른 두 가지 야채수프를 마련한다. 치킨 누들 수프, 치킨 검보, 야채 율무 수프, 스플릿 피, 콘 차우더, 맨해턴과 뉴잉글랜드 식 클램 차우더, 크림 브라컬리 수프, 미네스트로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샐러드는 매일 매일 신선하게 만들어진다.
아침 계란요리에 딸려 나오는 홈메이드 비스킷은 명성이 자자하다.
이곳에서 직접 굽는 시나몬 스튜들, 커피케이크도 전통의 맛. 파이, 케이크 등 20여 가지의 후식이 매일 신선하게 구워진다. 주인 필립이 가장 좋아했던 후식, 구운 사과(Baked Apples)는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선보인다.
<박지윤 객원기자>
Tips
▲종류: 샌드위치 전문 아메리칸 식당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6시-오후 10시 ▲가격: 프렌치 딥 샌드위치, 4.60-4.90달러. 그 외 샌드위치, 2.75-3달러. 수프는 1.60-2.95달러. 샐러드는 2.50-3.25달러. 후식 1.05-3.15. ▲주차: 바로 옆 무료 주차장 ▲주소: 1001 North Alameda St. LA, CA 90012. North Main과 Alameda, Ord St.이 만나는 곳. ▲전화 (213) 628-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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