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Tucson)은 ESP, 앤티락 브레이크 시스템 등을 기본사양으로 장착하는 등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고 승차감과 디자인, 편의성 등이 뛰어난 소형 SUV다.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실내(위)와 널찍한 카고공간.
디자인·성능 만족 “운전이 즐겁다”
현대 모터 아메리카가 젊은층을 겨냥, 최근 미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 ‘투산’(Tucson)의 운전석에 올랐다. 한국서 ‘베이비 산타페’로도 불린다는 소형 SUV다. 기본가격도 1만7,499달러부터 시작돼 경쟁 차들보다 저렴하다. 10월18~20일까지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열린 1차 기자 시승회에 30명중 하나로 참가했으나 과거 한국차를 구입했던 동료들의 탄식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던 터라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최첨단 ESP에 ABS·6개 에어백 기본장착 안전성 강화
왕복 약 200마일의 여정에 오르기 전 시내 아발론 호텔 앞에 도열해 있는 수십대 투산 차량의 맵시를 보는 순간 이제는 한국제품도 디자인의 선진화를 이룩했다는 느낌이 잠깐 스치기는 했었다. 앞 뒤편 모두 세련된 투산의 외관은 주행 중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다른 기자들의 차를 보는 동안 좋은 인상으로 기억에 각인되었다. 스포티한 모양새를 보는 순간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20-30대와 여성층에 크게 어필할 것”이라는 현대측의 설명에 공감이 갔다. 현대측은 투산의 스타일을 활동성, 깎아낸 듯한 경쾌한 느낌, 현대적인 감각 등으로 정의했다.
레그룸, 숄더룸, 헤드룸 등이 널찍했다. 대시 보드의 디자인은 개인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지만 내 마음에는 들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니 각종 컨트롤 버튼도 작동하기 쉬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부드럽게 전진한다. 호텔 주차장을 벗어나오니 이내 포틀랜드 다운타운이다. 좌로 우로 회전을 하는 동안 만족스러운 코너링을 과시한다. 트랜스미션도 스무드하다.
다운타운을 지나 그리 오래 달리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차창 밖 풍경은 목가적으로 변해 있다. 초록이 주조를 이루는 자연 사이사이로 농가, 소떼, 치즈공장 등이 나타나면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나중에 은퇴하면 살고 싶은 곳이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슬비가 뿌렸다 그쳤다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보다 더 위험한 도로상황이다. 조심해야 되겠군 하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좀 더 힘주어 잡는다. 하지만 투산은 나의 이같은 마음을 모르는지 눈치챌 만한 변화나 고전하는 기미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선선히 바퀴를 굴린다.
눈 앞에는 물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오른 낮은 산들이 펼쳐진다. 군데 군데 단풍들이 햇볕으로 물들인 황금빛 혹은 오렌지빛 얼굴을 자랑하듯 내밀고 있다.
65마일로 달리는 동안 부족함 없는 파워가 느껴진다. 가끔은 보통으로 달리다 85마일 정도로 가속도 해 본다. 순간 속도가 인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잘 길들여진 애마처럼 말을 잘 듣는다. 곧은 길과 꼬부랑 길에서 핸들링과 브레이킹이 모두 좋다.
아뿔싸! 지도를 잘 보았는데도 잠깐 방심하는 새 좌회전 지점을 지나쳤다. 쌍방 2차선의 그리 넓지 않는 도로에서 갓길로 약간 나갔다가 전방에 차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U턴을 한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성공했다. 회전 서클이 전혀 크지 않고 차체의 쏠림도 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지도가 가르쳐 주는 길을 얼마간 따라가자 산길로 접어든다. 오프로드의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도로의 요철이 운전자의 몸에 그다지 많이 전달되지 않는다. 제대로 파인 웅덩이나 범프 등은 지날 기회가 없었다.
투산의 최대 장점중 하나는 최첨단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전자 안정성 프로그램)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고 있다는 점.
ESP는 노면의 미끄러움 등으로 차가 운전자가 당초 의도했던 것과 다른 각도로 움직일 때 자동으로 운전자가 핸들을 튼 정도를 인식, 필요한 바퀴에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해 주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앤티락 브레이크 시스템(ABS)와 전자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 힘을 보탠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운전하는 동안 투산의 가격 대비 가치를 높여주는 일등공신은 ESP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간간이 보슬비가 뿌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승회 코스에서 ESP의 효과를 직접 경험해 볼 기회는 없었다.
지난 18-20일까지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기자들이 투산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포틀랜드-김장섭 기자>
현대측은 시승회에 앞서 “전국고속도로안전청(NHTS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EPS를 장착한 SUV는 전복을 포함한 솔로 교통사고 확률이 67% 낮고, 사고시 사망자 수도 63% 적었다”고 강조했다. SUV 구입자의 가장 큰 염려가 사고시 전복 가능성임을 생각할 때 매우 의미심장한 수치다.
투산은 ESP와 앤티락 브레이크, 전자 트랙션 컨트롤 외 프론트 에어백, 사이드 커텐 에어백, 시트에 장착된 사이드 임팩트 에어백을 포함한 6개의 에어백을 모두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내에서 2만달러 이하에 판매되는 차량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
쉽게 다시 올 수는 없을 것 같아 도중 바람 드센 바닷기슭에서 몇 분간 잠시 쉬며 기념사진도 두어 장 찍었다. 타고 내리면서 살펴보니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이 모두 넉넉하다. 많은 소형 SUV들이 뒷좌석 승객을 별로 배려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뒷좌석은 버튼 하나를 누르면 접히는 원터치 방식이어서 큰 짐을 실을 때 여성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맨 위에는 가벼운 물건을 얹을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반 같은 것이 얹혀 있고 그 아래엔 물청소가 가능한 고무바닥을 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바닥의 고무를 치우면 연장 등을 넣기 적합한 숨은 수납 공간이 또 나타난다. 짐 싣는 공간을 3단 구조로 처리한 섬세함이 돋보였다.
아쉬웠던 점은 차밖의 소음이 비교적 많이 내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SUV가 그렇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평할 일은 못 되지만 더 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
캘리포니아 못지 않은 오리건의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동안 투산이 미 최고라는 ‘현대 어드밴티지’의 커버를 받는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10년/10만마일 파워트레인 워런티와 5년/6만마일 범퍼 투 범퍼 워런티가 주 내용이다. “워런티가 현대의 미국내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현대 관계자의 말이 기억났다.
투산 운전시간 내내 더 이상 워런티만이 현대의 무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자리잡는다. 그렇다. 이제는 다른 차들과 겨뤄 이길 수 있는 품질, 낮은 고장률, 쾌적한 승차감, 세련된 디자인 등이 모두 현대의 경쟁력인 것이다.
세계 7위의 메이커에서 5위로 도약을 꿈꾸는 현대를 J.D. 파워, 스트래티직 비전 등의 평가기관에서 잇달아 최우수 평가를 내리고 있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의 미국내 판매량은 1998년 이래 무려 344%의 증가를 기록했다.
별로 피곤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차는 어느새 창망한 바다의 수평선이 보이는 레스토랑에 당도한다. 점심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도 시간은 흐른다. 돌아갈 때라고 현대 관계자가 일러준다. 코스를 조금 바꾸어 돌아온다. 태평양에서 포틀랜드까지 오고 가는 길에서 수없이 만나고 헤어진 강물처럼, 투산은 그렇게 유연하게 잘 달리고 또 달렸다.
투산은
■이름의 유래: 건조, 쾌적한 사막 관광도시인 애리조나 투산에서 따왔음. 현대와 전통, 도시와 자연, 자유와 레저의 조화를 의미.
■차체: 길이 170.3인치, 폭 70.7인치, 높이 68.1인치. 중량 3,240파운드.
■종류: GL(기본가격 1만7,499달러), GLS(1만9,999달러), LX(2만1,499달러)
■경쟁차종: 포드 이스케이프, 도요타 RAV4, 혼다 CR-V
■장점: 스마트해 보이는 외관, 기본으로 장착된 각종 첨단 장치, 넉넉한 수납공간, 포장과 비포장 도로 모두에서 운전자의 뜻대로 잘 움직여주는 것.
■단점: 4기통의 경우 토크가 좀 더 필요하다는 것. 운전대가 미끄럽게 느껴지는 것.
포틀랜드-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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