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수잔 임씨.
남의 일처럼 느꼈던 유방암, 그것도 3기라니…
“3년6개월간‘희망의 끈’놓지 않았죠”
절제후 자연치료 고집하다 폐까지 전이
항암치료비 감당못해 자녀들 학업 포기
매년 20분간의 매모그램, 평생 건강비결
10월은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을 벌이는 ‘핑크 리번의 달’. 한쪽 가슴에 핑크 리번을 달고 ‘건강한 유방을 지키자’는 의지를 다짐하는 달이다. 12년 전 화장품회사 에스티 로더가 주도한 핑크 리번 캠페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져서 올해는 패션, 미용제품뿐 아니라 정원용품, 가전제품까지 핑크 천지다. 뿐만 아니라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과 단체들이 곳곳에서 ‘핑크 불빛 밝히기’ 행사를 벌여 온 세상이 핑크 물결로 출렁인다. 그러나, 막상 핑크 리번을 달고 있어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유방암 검진, 나중에 하지 뭐’하는 마음으로 간과하기 싶다.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핑크 리번 캠페인이 범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10월, 암이라는 긴 터널을 뚫고 나와 투병기를 출간하는 수잔 임(53·이광숙)씨를 인터뷰했다.
수잔 임씨는 요즈음 산에 자주 오른다. 푸른 자연을 바라보며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그녀는 먼저 자신의 경험이 너무도 부끄럽다고 털어놓았다. 간호사 출신으로 성인병 예방에 관한 강의를 했던 그녀가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 그것도 초기 발견이 아니라 유방암 3기로 넘어가는 순간 아몬드 크기 만한 몽우리가 손에 잡히고 나서야 유방암 검사를 받았고, 바로 오른쪽 유방을 절제해야 했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다보니 이것저것 바빠서 2년 가량 매모그램을 못했어요.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듯 내가 유방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죠. 남의 일이려니 했습니다.”
워낙 그녀는 자연과 더불어 있기를 즐기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테니스와 수영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주위의 부러움을 샀고, 열정과 끈기가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로 사업도, 교회봉사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특히, 유방암 선고를 받았던 당시는 남편과 함께 했던 유기농 건강식품사업이 힘들긴 했어도 막내아들이 UC버클리에 합격해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샤워를 하는데 오른쪽 가슴에 몽우리가 잡혀서 암전문의 친구를 찾아갔죠. 친구가 가슴을 만져보더니 검사는 안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나오질 않는 거예요. 이미 암세포가 유방에서 임파선으로 번지려는 단계였던 거죠.”
그 때까지도 그녀는 스스로 교만함을 지니고 있었다고 했다. 수술이 끝나고 의사는 재발을 염려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자연치료를 해보겠다며 거부했다. 그리고 남편을 설득해 20여년의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고향에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 자연식으로 요양했지만 사실상 정신적 충격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황사현상이 유난히 심했던 다음해, 그녀는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고, 2년만에 암세포가 임파선을 통해 폐까지 전이됐음을 알았다. 항암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명문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아들딸들이 학교를 중단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서고 보니 그때서야 ‘더 이상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말자,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 길로 남편과 함께 남가주에 정착했고, 우여곡절 끝에 브레네슨-굿 박사를 만나 항암치료에 들어갔죠”
먹는 즉시 모든 걸 토해내는 고통과 심한 부작용으로 치료가 중단되고, 일년에 10만달러가 넘는 치료비가 들어가자 보험회사마저 취소 통지를 보내는 바람에 또 치료가 중단되길 반복했다. 매일매일 삶과 죽음을 왔다 갔다 하면서 3년6개월을 보냈고, 지난 수요일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은 곧 죽음이라는 절망을 헤쳐 나온 임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써놓았던 일기를 모아 ‘다시는 다시는 슬퍼 울지 않으리’(Finally I stop crying, 광명출판사)라는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다시 태어난 인생은 호스피스 자원봉사센터에서 암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봉사하며 보내고 싶다는 임씨는 오는 11월22일 오후 7시 가든 스윗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예전의 나처럼 남의 일에 앞장서고 가족을 위해 희생밖엔 모르는 여성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과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육체가 이를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특히 유방암은 아무 통증 없이 몸 속에서 자라죠. 소리 소문 없이 자라다 어느 날 문득 존재를 드러내는데 그 땐 이미 늦은 겁니다. 일년에 한번 20분씩 투자해서 매모그램을 받아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핑크 리번 캠페인은 고급 화장품의 대명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에 의해 전개된 유방암 예방 및 퇴치 운동이다. 창업자 에스티 로더의 며느리이자 유방암 연구재단 창시자인 에블린 로더가 유방암에 걸리면서 여성들에게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작됐다. 에블린 로더가 당시 여성잡지 ‘셀프’(Self)의 편집장인 알렉산드리아 페니와 함께 유방암 예방을 상징하는 핑크 리번을 고안해 냈고, 1992년부터 각 매장에서 유방암 자가진단 카드와 핑크 리번을 나눠주며 일년 중 한 번만이라도 유방암 검사를 할 것을 권장한 것이 시초다. 에블린 로더는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1994년 유방암 연구재단을 직접 설립했으며, 10월을 핑크 리번의 달로 정해 유방암에 대한 특강과 콘서트, 사진전 등의 행사를 후원하며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방암 재단에 직접 기부금을 내는 건 더없이 좋지만, 핑크 리번 캠페인은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기부도 하는 좋은 기회다. 다음은 유방암 퇴치 캠페인을 위해 출시된 제품들.
▲핑크 리번 화장품
올해 에스티 로더가 핑크 리번 캠페인으로 출시한 제품은 엘리자베스 핑크 립스틱(22달러)과 핑크 리번 컴팩트(45달러), 핑크 리번 액세서리 핀(Jeweled Pin, 15달러) 3가지.
이외에도 라멜(La Mer)의 핑크 크림(195달러), 클리닉(Clinique)의 핑크 립 팔레트(20달러), 도나 캐런(Donna Karan)의 페일 핑크 립 밤(20달러)과 향수(62달러), 스틸라(Stila)의 립 컬러 컴팩트(35달러),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향수(80달러), 오리진스(Origins)의 스킨 재생크림(31달러)과 핸드로션(18.50달러), 프리스크립티브(Prescriptives)의 데이 크림(65달러)과 나잇 크림(65달러), 아베다(Aveda) 샴푸(10달러), 바비 브라운(Bobbi Brown)의 핑크 립글로스(18달러), 타미힐피거(Tommy True Star)의 향수(45달러, 60달러) 등이 있다.
▲타겟(Target)의 핑크 컬렉션
유방암 예방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타겟 핑크 팔찌(세트10개, 10달러)를 비롯해 핑크 야구모자(7.99달러)와 벙거지 모자(16.99달러), 핑크 수첩(19.99달러)과 에나멜 필통(19.99달러), 토트백(16.99달러), 모자 달린 트레이닝복(Terry Hoodie, 19.99달러), 우산(12.99달러), 캐시미어 스카프(24.99달러), 구슬 동전지갑(9.99달러) 등 24개 아이템이 나와있으며, 꼬리표에 ‘아름다움 나누기, 희망 나누기(Share Beauty, Spread Hop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익금 전액 기부.
▲버버리의 헤럴딕 핑크 컬렉션(Burberry Heraldic Pink Collection)
버버리는 문장 프린트의 핑크색 트렌치 코트(995달러)와 가장자리를 하얀 가죽으로 처리한 실크 토트백(395달러), 실크와 캐시미어 스카프(275달러)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의 30% 기부.
▲코치(Coach), 카티에(Cartier)의 핑크 시계
명품 시계 브랜드인 모바도(Movado)사와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코치(Coach)가 협력 제조한 ‘코치 렉싱턴 인 핑크’(Coach Lexington in Pink)를 398달러에 판매하며 이 중 100달러가 기부된다. 또한, 카티에 탱크 다이밴 시계(Cartier Tank Divan watch)는 핑크색 악어가죽 밴드형 사각시계로 50개 한정 판매한다. 가격 3,900달러.
▲요리책 ‘스타 팰럿’(Star Palate)
시애틀의 요리 디바 캐시 케이시와 타미 애거시가 공동 저술한 요리책 ‘스타 팰럿’은 로빈 윌리엄스, 케이티 쿠릭, 제이 리노, 퀸시 존스, 셀린 디옹, 빌 게이츠, 안드레 애거시 등 유명 인사들이 좋아하는 요리 레서피 72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코스코(Costo), 샘스 클럽, 반스 앤 노블, 아마존닷컴, 레스토레이션 하드웨어와 오리진스에서 구입가능하며, 가격은 29.95달러.
▲핑크 리번 보너스북
에스티 로더가 메이시스 및 기타 소매점들과 공동 실시하는 핑크 리번 보너스북은 5달러에 ‘For the Love of Her Life’을 구입할 경우 에스티 로더, 클리닉, 오리진스, 프리스크립티브, 도나 캐런 코스메틱스, 아라미스 랩 시리즈 포 맨의 사은품을 받는다.
▲투미(Tumi)의 커다란 토트백(250달러)과 화장품 가방(35달러), 컴퓨터 백(75달러), 지미 추(Jimmy Choo)의 핑크 리본 구두(495달러), 나인 웨스트(Nine West)의 핑크 구두(79달러), 키친에이드(KitchenAid)의 믹서(249달러), DKNY의 란제리 세트(레이스 핫핑크 캐미솔 39달러, 로우라이즈 팬티 18달러) 등도 마찬가지.
▲에스티 로더의 핑크 리본 캠페인과는 별도로 에이본(Avon) 화장품이 꾸준히 전개해온 ‘유방암예방 캠페인(Breast Cancer Crusade)’도 널리 알려진 공익캠페인이다. 셀마 헤이엑의 프렌치 핑크, 샤론 스톤의 레드, 알리 랜드리의 코튼 캔디 등 6가지 색상의 매니큐어를 각각 3달러에 판매하는데, 매니큐어 구입시 유방암에 관한 지침서가 무료로 제공되고 판매액의 80%가 캠페인에 기부된다.
▲자동차 기업 ‘포드(Ford)’는 패션 디자이너 릴리 풀리처(Lilly Pulitzer)가 특별 디자인한 실크 스카프를 35달러에 블루밍데일스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제니퍼 코넬리와 데미 무어 등 할리웃 스타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역시 판매액의 85%가 수잔 F. 코멘 유방암 재단(Susan G. Komen Breast Cancer Foundation)에 기부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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