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선 특별좌담
2004년 미국 대선이 불과 열흘 여를 남겨 두고 있다. 향후 4년 간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미국 국내외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한인 공화 민주 양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참석자
찰스 한 (한인 공화당 협회 회장)
리처드 최 (한인 민주당 협회 고문)
민경훈 (사회: 본보 논설위원)
부시
테러와의 전쟁 최적임자
감세로 경기활성화 기여
케리
부유층보다 중산층 위하는 지도자
우방 의사 존중하는 국제주의자
-사회:올 대선은 2000년 선거와 마찬가지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들은 부시와 케리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시죠.
-찰스 한 회장: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은 테러와의 전쟁입니다. 이 이슈에 관한 한 부시 대통령은 케리에 비해 항상 높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지난 4년간 부시 대통령은 알 카에다 지도부의 75%를 제거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민주 선거를 실시하도록 했으며 리비아로 하여금 자진해서 대량 살상 무기 제조를 포기토록 했습니다. 파키스탄이 우방으로 돌아섰고 이라크도 내년 자유 선거를 치를 예정입니다. 안보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단연 부시를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리처드 최 고문: 부시 대통령은 9/11 이전 지지도가 50%를 넘어 본 적이 없습니다. 9/11이 없었더라면 부시는 아마도 지금까지 우왕좌왕 헤매며 4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워 인권 침해 요소가 많은 애국법을 만들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법안을 초안한 인사들까지 이 법 안에 상당히 많은 독소 조항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체포 영장 없이 임의 동행 형식으로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 것이 한 예입니다. 미국이 숱한 전쟁을 치렀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1만 명의 아랍계가 변호사의 접견도 받지 못한 채 현재 구금돼 있습니다. 대법원이 잇달아 위헌 판정을 내려 법이 힘을 잃고는 있으나 이로 인해 민주주의 모범국이던 미국이 전 세계 지탄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도 그렇습니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 구실로 내세운 대량살상 무기 제조와 알 카에다 연계설은 이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습니다. 폴 오닐 전 재무 장관이나 리처드 클라크 안보 담당 보좌관 진술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결심하고 구실만 찾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통상 미 대선은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가 좌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지난 4년 간 부시의 경제적 업적과 실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한 회장: 부시 취임 6개월 전부터 미 증시는 버블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거기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곪아터진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이 터지면서 경기는 침체 일로를 걸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과감한 감세로 2003년 4/4분기에는 경제 성장률이 8%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6%까지 올랐던 실업률은 이제 5.5%선으로 내려왔고 지난 2년 반 사이 150만 명이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부시의 감세안으로 자녀를 둔 가정은 한 명당 1,000달러의 택스 크레딧을 받으며 연소득 4만 달러인 가정은 평균 1,700달러의 감세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결혼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많이 내야했던 부조리도 사라졌으며 미국 일자리의 70%를 창출하는 스몰 비즈니스가 활성화됐습니다. 소수계의 비즈니스와 주택 소유율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물려받은 불경기와 테러와의 전쟁 등 악조건을 고려하면 이는 훌륭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고문: 부시 대통령은 한마디로 ‘핑계 대통령’입니다. 엄청난 재정 적자를 주식 시장 하락 탓으로 돌리지만 이는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대대적 감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감세도 좋지만 문제는 이것이 너무 부유층에 편향돼 있다는 점입니다. 감세 혜택의 90%를 상위 1% 소득자들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부시 감세 혜택을 제대로 본 한인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 케리도 미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한인들이 케리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최 고문: 한마디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딴 판입니다. 개인적으로 20년이 넘게 전자 제품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경기가 나쁜 것은 처음입니다. 매상이 올라가야 하는 연말이 왔는데 표가 나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자 경제입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부시는 부유층의 이익만을 대변해왔습니다. 케리가 대통령이 되면 최저임금을 올리고 모든 사람에게 건강 보험을 들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가족이 아파도 보험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근로자가 근로 의욕이 날 리 없습니다. 또 부시는 힘만 믿고 동맹을 무시하는 정책을 펴 외국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케리는 지난 4년간의 실정을 끝내고 새로운 외교를 펼 것입니다.
-한 회장: 케리 후보의 말은 하나하나 들으면 그럴 듯 한데 종합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2002년에는 스스로 “사담은 위험한 인물”이라고 말하고 이라크 전에 찬성했다가 반전주의자 하워드 딘이 급부상하자 이라크 전 반대로 돌아섰습니다. 전쟁에는 찬성했다 막상 장병들에게 870억 달러를 지원하자는 법안에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케리의 평화주의적 국제주의는 미국에 대한 증오에 불타는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막상 이라크 해법으로 내놓은 안도 잘 살펴보면 부시 안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라크 인으로 하여금 치안을 확보케 한 후 선거를 치르고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인데 부시 계획이 바로 그것입니다.
-최 고문: 부시 진영은 선거 자금의 80%를 케리가 변덕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따져 보면 케리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이라크 전쟁 결의안을 지지했지만 이것은 전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부시는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살피지도 않은 채 무력 사용을 서둘렀습니다. 충분한 병력 없는 전쟁에 반대한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은 예편 당했습니다.
케리가 870억 달러 지원 법안에 찬성하지 않은 것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상위 1%를 위한 세금 감면을 철회하고 그를 군 지원 자금으로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대통령도 좋지만 부시는 고집이 지나쳐 상황이 변하고 있는데도 정책을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리는 그 때 그 때 신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춘 인물입니다.
-한 회장: 케리는 전쟁 감세를 반대하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정에 추가로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며 98번 세금을 인상하고 127번 감세에 반대한 인물입니다. 의료 개혁을 외치면서도 상원에서 이에 관한 아무 업적이 없습니다. 이라크가 끊임없이 테러 공격대상이 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도 민주화된 이라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부시와 케리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 문제와 한미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십니까.
-한 회장: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혼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냉전이 끝나고 세상이 바뀌었지만 남한 적화 통일하겠다는 김정일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고위 관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고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오가며 관계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북한은 뒤에서 제네바 협정을 깨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문제는 부시 노선대로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북한 인권법’을 통해 북한 주민과 탈북자를 돕는 쪽으로 푸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최 고문: 부시는 핵 개발을 이유로 이라크는 침공하면서도 더 심각한 북한 문제는 지난 4년 간 수수방관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미국이 과연 6자 회담에 성의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악의 제국’ 소련이 없어진 지금 미 군산 복합체들이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김정일이 나쁜 정권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북한 문제는 몽둥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속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네바 협정은 북한 핵 개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1~2개로 추산되던 북한 핵무기는 이제 6~8개로 늘어났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4년 간 이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북폭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듭니다.
-한 회장: 부시가 몽둥이만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은 아닙니다. 클린턴의 유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에 과거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뿐입니다. 전쟁 위험을 이야기하는데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부시 행정부 출범 후가 아니라 한국전이 끝난 후 늘 있었습니다. 전쟁 위험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적화 통일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회: 한인들의 큰 관심사는 스몰 비즈니스 운영과 자녀 교육입니다. 두 후보간의 정책 차이를 말씀해주시죠.
-최 고문: 한인들은 소수계 중 스몰 비즈니스를 가장 많이 하는 그룹입니다. 공화당은 기업가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들이 위하는 것은 대기업이지 스몰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공화당은 항상 SBA 론 프로그램 지원액을 늘리는데 반대해왔습니다. 여성과 마이너리티에 관급 공사시 우선권을 주는 섹션8-A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공화당은 늘 여기 반대하고 민주당이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한인 기업가를 위하는 정당은 민주당입니다.
-한 회장: 부시 대통령은 교육 개혁법을 통해 교육 예산을 60% 지원했고 그 결과 학생들이 과외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해마다 학력 평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학교간의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회: 최근 한미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원만한 한미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까.
-한 회장: 한미 동맹이 약화된 것은 부시 행정부나 한국 국민이 아니라 386세대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이들이 핵심 세력으로 포진해 있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은 30%를 밑돌고 있습니다.
-최 고문: 한미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도 초기 대미 관계 대처가 감성적 민족주의에 치우치는 등 미숙했고 미국도 큰 형으로서 도량을 갖고 자라나는 아우를 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케리가 후보가 당선돼 유연한 외교를 펼치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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