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학원 、르 코르동 블르、
파리 레옹 델옴므 가에 위치한 르 코르동 블르의 외관.
1895년 파리 오픈…세계 15개국 25개 캠퍼스
제과·제빵코스로 졸업생 연 18,000명 배출
요리 코스 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
제과·제빵 코스의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시범이 끝나고 난 뒤 요리의 영상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는 학생들
시범을 보인 메인 코스, 와인에 졸인 토끼 고기.
시범을 보인 후식, 말린 과일을 곁들인 배 졸임.
프랑스에 갈 때마다 이번에는 꼭 ‘르 코르동 블르’(Le Cordon Bleu)를 견학해야지 벼르지만 그 바쁜 여행길에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드디어 이번에 그 전설적인 요리학원 르 코르동 블르를 다녀올 수 있었다.
르 코르동 블르는 프랑스어로 파란 리본이라는 뜻.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요리학원의 이름치고는 좀 요상하다. 그 이름은 1578년 성신 기사단(Order of Knights of the Holy Spirit)으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이 단체의 기사들은 신의의 징표로 파란색 리번으로 연결된 메달을 목에 달고 다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모임은 다분히 종교적이며 왕에게 신의를 건 결사대였다.
제 아무리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단체라 할지라도 인간의 모임이다보니 밥은 먹어야 했는데 이들은 그 밥을 남들보다 훨씬 더 잘 차려 먹었던 것. 그들의 산해진미가 곁들여진 향연은 역사 속의 전설로 남게 된다. 이후 코르동 블르는 훌륭한 요리사를 칭하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프랑스 음식문화를 전하는 세계적 학원의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다.
전 세계에 프랑스 요리의 기초와 미식의 기쁨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르 코르동 블르는 1895년 파리에 문을 연 것과 동시에 국제적 명성을 얻는다. 1897년에는 첫 러시아 학생이 입학을 했고, 1905년에는 일본 학생이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1945년 코르동 블르에서의 수업 이수를 미국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며 그 명성은 더욱 높아만 갔다.
1954년 오드리 헵번이 영화‘사브리나’를 찍으면서 코르동 블르를 방문한 이후에는 그녀만큼의 유명세를 타게 됐다. 할리웃의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도 코르동 블루의 코스에 입학해 수업을 이수했고 최근에는 시라크 대통령도 클래스를 들었다고 한다. 서울의 코르동 블르 설립을 위해 한국에도 여러 차례 다녀온 카테린느 바셰(Catherine Baschet)는 LA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에 자신들이 소개된다는 사실이 못내 기쁜지 실습실과 강의실을 뛰어다니며 친절하게 곳곳을 안내해줬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체험하고 싶어 오전 8시30분에 시작되는 클래스를 들어갔다. 중급 클래스의 총 학생 수는 27명. 이 가운데 출석부를 살펴보니 무려 7명이 한국 학생이다. 단 1명만이 결석을 했고 학생들은 요리사 유니폼을 입고 진지하게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미셸랑 가이드에 나오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들로 구성된 교수진 가운데 하나인 파트리끄 떼리앙은 이날 수업에서 해물 타린 전채, 감자 플란과 와인에 졸인 토끼 고기, 말린 과일을 채운 구운 배요리 시범을 보였다. 프랑스 요리 가운데서도 준비과정 복잡한 것이 우리나라 음식 못지않은 메뉴를 그는 마법처럼 만들어냈다. 모든 수업은 프랑스어로 진행되는데 오전 클래스는 영어 통역이 뒤따른다.
프랑스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박옥경(28)씨 옆에 앉아 공부 못하는 학생처럼 낮은 소리로 묻는다. “다 알아들으세요?” “프랑스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거의 조리용어와 식료품 재료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대충 다 알아들어요” 한다. 듣고 보니 소테, 크렘므 등이 자주 되풀이됐던 것 같다. 의상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파리에 여행 왔다가 르 코르동 블르를 알게 되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한다.
교수진, 최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로 구성
수업후 시식해 보며 조리과정 그대로 실습
요리 코스 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학생들이 시식할 수 있게 준비한 작은 접시들.
Chef Terrien smile 이날 시범을 보인 셰프 파트리끄 테리앙.
수업 후 요리를 시식하는 한국 학생들.
요리사 유니폼을 입고 진지한 자세로 수업을 참관하는 학생들
시범을 보인 전채, 시푸드 타린.
8시30분에 시작된 시범은 꼬박 3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친 음식들을 예쁜 접시에 올려놓으니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일류 레스토랑의 요리 같다.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와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스승의 시범과 노하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한 학생들은 그들이 자라온 땅의 음식 요소들을 결합한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내리라.
파트리끄는 시범 보이는 것 말고도 여유 있는 양을 조리했다. 수업이 끝나자 옆의 조수는 이를 작은 접시에 잘라 학생들이 시식해볼 수 있게 준비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식을 하며 학생들은 여러 재료들의 결합이 어떤 맛을 창조하는가를 놓치지 않고 노트에 적는다.
오전 클래스가 끝나고 나면 점심시간을 가진 뒤 대형 주방에서 오전에 배운 것을 그대로 실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레서피를 눈으로 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그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만들 수 있는 그들의 메뉴를 하나둘씩 쌓아가게 되는 것이다.
코르동 블르에는 초, 중, 고급 요리 코스 외에도 제과, 제빵 코스가 있다. 제빵 코스 실습실에 들어서니 고소한 빵 냄새가 전해져 온다. 오늘 학생들이 실습한 것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마들렌느와 프룻 케이크. 자신들이 구워낸 빵과 케이크를 아기 안 듯 소중히 여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코르동 블르의 입학생들은 미식가로부터 요리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계 15개국에 25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파리 코르동 블르 본원에는 전세계 70개국의 학생들이 유학을 왔다. 매년 코르동 블르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은 18,000명 정도. 코르동 블르는 이들의 취업을 도와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코르동 블르에는 요리 코스(Dipl me de Cuisine)와 제빵 코스(Dipl me de Patisserie) 두 가지가 있고 각 코스는 초, 중, 고급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그랑 디플롬(Le Grand Dipl me) 코스는 요식업계의 패스포트와 같은 것이다. 그랑 디플롬을 딴 졸업생들은 세계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서로 모셔가겠다고 줄을 선다고 한다. 요컨대 요식업계의 하버드 졸업장인 셈이다.
각 코스는 10-11주로 이루어져 있고 그랑 디플롬은 1년 내에 마쳐야 하며 3-6개월의 인턴십을 이수해야 한다. 학비가 만만치 않은데 그랑 디플롬의 경우 수업료만 약 3만 유로가 든다. 이외에도 르 코르동 블르에는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경영학과를 두고 있다.
문의전화, (331) 5368 2250 또는 이메일, paris@cordonbleu.edu 미국 뉴저지 분교는 (800) 457-CHEF, 이메일 info@cordonbleu.edu 한국 분교의 연락처는 (822) 719-6961, 이메일 info@cordonbleukorea.com 웹 사이트, www.cordonbleu.net
코르동 블르 출판사에서 펴낸 “르 코르동 블르 홈 콜렉션(Le Cordon Bleu Home Collection)”은 17개 언어로 번역돼 6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프랑스 클래식 요리 책인 사브리나 시리즈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요리책도 많이 발행한 코르동 블르에서는 최근 한국의 김치 레서피를 한데 모은 요리책을 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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