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기(북미주 기독실업인회 총연 회장)
“여보! 뉴저지의 부동산 에이전트 최수지씨가 한인 커뮤니티센터 건립기금으로 3만달러를 내고 1년 내로 10만달러를 더 약속했대요. 교회 건축 헌금으로 거금을 헌금한 믿음 좋은 권사님처럼 말예요. 커뮤니티센터 건립 모금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일년 밖에 안 되는데 벌써 40만달러 가까이 모아진 셈이래요. 도대체 커뮤니티센터가 무엇이기에 저렇게 종교적 열성
으로 매달리지요? 또 뉴욕한인회의 한인회관이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센터는 왜 필요한지요?” 한국일보에 난 커뮤니티센터 기사를 읽던 아내가 물었다.
커뮤니티센터의 관계자들은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 참에 아내에게 커뮤니티센터 건립운동 비사(秘史)를 얘기해 주고 싶었다.일년 전 이맘 때 플러싱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삼인은 본토 영어 실력으로 한인사회의 대미(對美)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마당발 신사 변천수씨, 세무업계의 배테랑 최영태씨, 그리고 맨하탄의 부동산 실력자 배희남씨였다. 모두 성공한 이민 1세들이다.
이들은 한국일보가 안을 내놓은 커뮤니티센터 건립 계획안에 이구동성 좋은 의견이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일을 해 나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한국인은 이민 우등생들이다. 이민 오자마자 자영업을 시작하고 자녀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한인 교회는 청교도들이 세운 미국교회 보다도 더 크고 더 호화롭다. 뉴욕 한인회는 그 규모가 상해 임시정부와 맞먹는다. 수많은 직능단체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만하면 이민 만점인데 무엇이 필요할까?
그런데 누가 말했다. “없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센터입니다. 유대인들은 다른 건 다 없어도 커뮤니티센터는 꼭 있는데, 우리는 다른 건 다 있는데 커뮤니티센터는 없어요. 그래서 우리 손으로 한인 커뮤니티센터를 세워 후손들에게 물려줬으면 좋겠습니다”누가 물었다. “커뮤니티센터는 뭐하는 곳입니까?” 그래서 세 사람은 커뮤니티센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지구상에 이민에 성공한 두 민족이 있다. 중국 화교와 유대인이다. 그들은 독특한 이민 전술로 이민의 땅을 정복해 가고 있다. 중국 화교들은 팀 전술에 능하고 유대인들은 개성이 강하다. 개성이 강한 스타들이 팀 플레이로 뭉칠 수만 있다면 천하무적이다. 영리한 유대인들은 커뮤니티센터를 착안했다. 유대인들은 구약 시절부터 이민자들이 있는 곳마다 커뮤니티
센터를 세웠다. 성경에서는 이를 회당(Synagogue)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 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민족 역사, 민족 문화를 배우고 이민 직업기술을 익혔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주이시 파워를 만들어 이민의 땅을 점령해간 것이다.
중국인들은 팀 전투에 강하지만 유대인들은 팀 전투와 각개전투에 강하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수 십년만에 이룩하는 이민 실적을 유대인들은 일년 만에 달성해 버리고 만다.
우리 민족의 각개전투 실력은 유대인 보다 강하다.그래서 이민 오자마자 유대인 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내 가게를 열고 내 집을 마련한다. 그런데 오래 가지를 못하고 더 크지를 못한다. 이민 주류사회를 정복할 만한 이민 스타가 탄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돈 벌어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한다. 한인 파워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팀 전투에 약하면 절대로 한인 파워를 형성할 수가 없다.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수 천대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뭉친 힘이 필요하다. 뭉치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한인 커뮤니티센터다.
한국인을 제 2의 유대인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라고 커뮤니티센터를 못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 유대인들은 커뮤니티센터를 사들이고 있대요. 이런 시점에서 한국일보가 커뮤니티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절감, 이에 공감하는 한인들을 주축으로 건립위원회를 발족시켰죠. 그런데 플러싱에 커뮤니티센터를 세울 경우 이미 있는 맨하탄의 한인회관과는 어떤 관계가 됩니까?”
“유대인들은 이미 커뮤니티센터 과정을 졸업해 버렸기 때문이죠. 백악관, 국회의사당, 월가의 빌딩들을 죄다 점령해버려 굳이 커뮤니티센터에 모일 필요가 없게 됐으니 버릴 수 밖에요. 정상을 정복한 등산 팀이 베이스 캠프를 해체해 버리듯 말입니다. 그게 커뮤니티센터의 사명이지요. 한인회관이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지요. 그런데 한인회관은 적자 단체인 한인회를 등에 업고 있어서 늘어나는 빚으로 정신이 없어요. 한인회와 분리 운영을 하지 않는 한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커뮤니티센터를 짓자는 것입니다”이런 뜻에 세 사람은 도원결의를 하듯 이 일에적극 나섰으며 한국일보가 전적으로 홍보를 통해 총대를 매고 나서자 최치원의 황소격문을 보고 천하의 호걸들이 몰려오듯 호응자들이
몰려 들었다. 10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크고 작은 손들이 성금을 내놓았다.
커뮤니티센터의 선배 국가(?)인 어느 유대인은 2천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공동의장 한 사람은 하루에 한 끼를 굶으면서 하루에 1시간 기도하는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가기도 했다.
뉴욕, 뉴저지에 있는 교회들은 홍보집회를 열고 특별 헌금에 동참해 주기 시작했다. 저간의 사정에 감동받은 최수지 여사는 선뜻 3만달러를 쾌척하고 1년 내로 10만달러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아하! 그게 그렇군요. 커뮤니티센터가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어요. 그러면 우리도 모른 체 할 수가 없지요” 아내도 성금을 내놓을 것 같아 조만간 우리도 커뮤니티센터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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