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미 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열린 다음날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내용은 살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그는 회전을 해야 할 노선에 잘못 들어가 직진을 하다가 걸려 티켓을 받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고의적이 아니어서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법원에 출두했는데 설명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무런 소득도 못 얻고 결국 시간과 돈 버리고 벌점까지 2점 먹는 상태에 처해졌다고 한다. 그 뿐인가. 신경이 예민해지다보니 설상가상으로 파킹돼 있는 차를 빼 가지고 나오다가 뒤에 오는 차를 보지 못해 남의 차를 박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티켓 비 40달러에다 추가 벌금 50달러. 총 90달러를 이날 물었으며 차 수리비는 물론, 보험료도 계속 가산되는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뉴욕은 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명목을 붙여 티켓을 발부해 돈을 울궈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
는 신경까지 예민해져 그 이상의 문제까지 겪어야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미국에 이민올 때는 모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왔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 전쟁이다, 테러다 하면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 미국에 능력있고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 서민들의 살길을 열어주고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가정이나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나 훌륭한 지도자를 보면 가는 방향과 목적이 뚜렷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따르는 가족이나 종업원, 나아가서는 국민들이 이래저래 고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한 예로 국내 안전을 명목으로 미국도 이제는 얼마나 입국하기가 힘이 들며, 있는 사람까지도 검문검색 강화로 살기가 힘이 드는가. 사업도 이런 저런 통제로 예전 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서로 만나면 인사가 ‘아침 잡수셨습니까’ 했었는데 요즈음 다시 그 때처럼 아침 잘 먹었느냐는 것이 인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개인이나 가정, 회사들의 파산선고가 요즘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우리 앞에는 이것 말고도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조지 W. 부시, 존 케리 양 후보가 90분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북한에 대해 5차례나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먹고사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보통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직결된 한반도와 더불어 동북아, 나아가서는 미국 속에 사는 우리 한인들의 생존에도 직, 간접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선거를 특히 외면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생계안정도 문제지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느냐, 평화가 지속되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보도된 바와 같이 이날 토론회에서 부시와 케리 후보는 북한의 핵무기 해법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한 목소리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견해는 첨예하게 달랐지만 이들 양 후보의 초점은 결국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관용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목소리를 같이 했다.
만일 이 후보들의 의지대로 정말 한반도나 동북아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이 계속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주시하고 있는 이상 우리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미국의 양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나 한국이 우리의 조국인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인들의 메디케이드가 삭감되고 젊은이들이 직장을 잃고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지금 우리는 매우 지친 상태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더 큰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다. 만일 케리의 지적대로 북한이 정말 핵을 보유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정말 우리에게 보통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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