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의 오리엔탈 러그 수입업자 로이 말루미안은 2년전 4만달러를 주고 1966년산 머스탱을 구입했다. 1년 뒤 그는 6만달러에 이 차를 팔았고, 그 돈으로 다시 1964년산 비슷한 모델을 사 지금은 ‘10만달러대’ 오퍼를 받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연 수익 6%냐, 8%냐를 두고 분투하는 마당에 일부 투자가들은 완전히 다른 투자전략, 그러니까 ‘쿨’한 올드 카를 사는 방법으로 돈을 모은다. 대상은 유러피안 스포츠카부터 초기 SUV와 스테이션 왜건, 심지어 히피시대 풍의 폭스바겐 버스까지 다양하다.
1971 플리머스 헤미 쿠다.
71년 플리머스 바라쿠다 200만달러 등
‘머슬 카’ 최고 인기속 수익률 치솟아
투자수단으로 ‘웬 올드 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익은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쏠쏠하다. 60~70년대를 풍미한 아메리칸 ‘머슬 카’중에는 무려 70%나 가격이 오른 것도 있다. 1970년대 플리머스 바라쿠다스는 100만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올드 카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이 죽을 쑨 데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돈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젊은 시절 꿈꿨던 차를 바야흐로 소유하려는 추세의 산물이기도 하다. 오리건주 밴든의 마케팅/리서치 업체 CNW에 따르면 운전자의 6.7%가 자신을 자동차 수집가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4년 전의 4.9%에서 다소 상승한 것이다.
클래식 카의 판매율도 오르고 있다. 마켓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애리조나 스콧데일의 바렛-잭슨 경매에서 올해 판매액은 무려 3,85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3년 전보다 약 40% 증가한 수치다. 또 2004년 바렛-잭슨과 크리스티, RM 등 3대 경매에서 193대의 차량이 1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려 지난해의 154대를 손쉽게 넘어섰다.
자, 그럼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차는 뭘까? 수백명의 수집가들이 관심 있어 하는 차들을 조사, 자동차 전문가 및 감정가, 박물관 큐레이터 등과 함께 리스트를 만들어 구입, 소유, 매각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대부분의 수집가들은 머슬 카에 집착했다. 이 중형의 미국 차들은 60년대 초반 장보기용으로 알맞았던 셰비 임팔라 및 다지 다트 등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60년대 중반 자동차 회사들이 옵션으로 대형 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64년 폰티액 탬패스트에 초대형 엔진이 추가되면서 GTO가 탄생했고, 셰비 카메로와 플리머스 바라쿠다스도 이때 등장했다.
1965 알파 로메오 기울리아 스프린트 GT.
이제 초강력 엔진을 단 일부 셰비 셰볼레 및 포드 머스탱 모델은 10만달러를 호가한다. 빌 위만은 지난 여름 ‘헤미’ 엔진과 컨버터블 탑을 갖춘 1971년 플리머스 바라쿠다의 희귀 버전을 사는 데 200만달러를 썼다. 건축회사 사장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빌은 이 바라쿠다의 가격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10여대뿐이라는, 희소성을 택한 것이다. 그는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많은 수집가들은 올드 카로 돈 버는 건 둘째 문제라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수집가 말루미안은 그의 셸비 머스탱 GT350이 건전한 투자수단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값비싼 장난감’이라는 점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말루미안은 또 1959년 브리티시 MGA 스포츠카와 1930년대 포드 핫 로드, 그리고 올드 포르셰 2대를 갖고 있다.
200만 달러짜리 쿠다를 소유한 빌 위만은 “팔 계획 없다. 만약 투자를 하고 싶으면 올드 카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말한다.
투자목적으로 차를 사는 사람들은 복잡한 세계에 맞닥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바디 스타일이나 엔진 크기, 그리고 몇 가지 사양이 조금만 달라도 완전 고물과 최고의 블루칩 투자수단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올드 카는 싸게 고치는 곳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이문을 남기고 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통상 이미 최고의 상태에 있는 견본품, 즉 오토쇼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모델을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1966 애슈틴 DB6 쿠프.
올드 카 가격은 또 그때 그때 시대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가령 BMW가 신형 미니 쿠퍼S를 팔기 시작한 2002년, 오리지널 1960년대 미니 가격은 3년 전보다 무려 56% 폭등한 1만9,50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일부 모델은 2만2,000달러에 팔렸다.
요즘은 올드 셰비 콜벳이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새로 디자인된 2005년 콜벳이 모습을 드러내자 올드 콜벳의 몸값이 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켓 상황이 늘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 미시간 대학의 경제학자 도널드 그림스는 “주식시장이나 다른 고전적 투자방법이 여의치 않을 때야 사람들이 차나 미술품, 와인 같은 대안을 찾지만 주식이 다시 활기를 띠면 대안형 투자는 고전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수집형 자동차 시장은 예전에 거품이 있었다. 가장 최근으로는 1980년대 말 유러피안 스포츠카가 핫해서 가령 1970년대산 페라리 데이토나가 10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는데, 이 차는 지금 12만5,000달러에 거래된다. 전 LA타임스 발행인으로 20세기 초반의 차량을 포함, 50여대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수집가 오티스 챈들러는 “바이어들은 종종 머슬 카에 어리석은 돈을 쓴다”며 “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차들이 다 이렇게 좋은 건 아니다. 제 아무리 빈티지 페라리에, 페인트칠은 물론 V-8엔진을 장착하고, 인테리어에 공을 들여도 25만달러가 채 안 돼 이름 값을 못하기도 하고, 1973년 알파 로메오 몬트리올은 1만6,000달러로 현대 소나타 새 것 가격과 맞먹기도 한다. 빈티지 페라리와 몬트리올을 갖고 있는 에드워드 켈러는 “이 차들로 돈 벌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내가 좋아하면 그뿐, 왜 팔겠는가? 하나를 더 사면 몰라도”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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