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얼마 전에 대학 동기동창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지만 군 생활도 같은 사령부 관할 하에서 지냈고, 미국 와서도 전공과목이나 수련 받은 병원이 꼭 같다. 심지어는 개업 초기 부업으로 일하던 직장까지도 같은 묘한 인연의 연속 속에 살아가고 있는 그다.
이야기 도중 이제 조국을 잊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고 했다. 과정이나 결과에서 마음에 남는 상처 자국은 엄청날 것이라 부연하며 우리의 통화는 끝났다.둘 간의 통화가 있은 후, 그러니까 지난 이 삼 주간을 그런 결론에 도달한 그의 심정 헤아리기와 나 자신까지도 조국은 내게 무엇인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낮 밤으로 이어지고 있다.
듣기만 해도 가슴 뭉클해지는 단어, 조국이 무엇이길래,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조국의 국가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조국의 영상이 이민자로서의 내게 무엇이길래 이리도 그의 말에 매달리고 있는지 안타깝다.
어차피 뒤돌아 보는 세월에 잠길 수 밖에 없다.1945년 태어나 1973년까지 28년간을 살던 조국을 떠올리고 있다.6.25 전쟁의 폐허를 보았고, 폐허 속에 구호물자를 받아가며 지내던 세월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 공비 토벌을 완수했다던 삐라가 공중에서 하얗게 떠돌던 광경도 보이고 있다.
3.15 부정선거로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이화장을 떠나던 대통령의 노변에는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흰 옷을 입었던 그 수많은 시민들이 눈에 어리고 있다. 그것이 4.19였다.고등학교를 갓 들어간 4.19의 학교는 혁명의 주체라는 학생들은 패거리 싸움도 모자라 다리를 건너 있는 타 학교와 학교대항 피를 보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학교는 6.25전쟁의 폐허는 저리 가라는 듯 신축건물이었던 학교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다 부서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 보면 쇠 파이프를 든 학생들 자전거 체인을 휘두르는 학생 깡패들의 유혈전쟁은 날이면 날마다 보는 음습한 풍경이었다. 이래서는 나라가 절단난다고 모두가 걱정하던 그 때 5.16혁명이 터졌던 것이다.
모두가, 모든 국민이 “올 것이 왔다”고 이구동성으로 환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1961년, 2년이 지난 후 고향을 떠나 서울에 가자 대학 가는 날이면 날마다 6.3세대를 탄생시킨 6.3 사태가 터지고,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최루탄에 눈물 흘리며 쫓겨다니는 세월의 대학 생활의 시작은 요즘에 와서야 민주화 세력이라고 떵떵거림을 보고 있다.
데모 한 번만 참석해도(무엇 때문에 데모하는지도 모르면서) 민주화 운동가로 자처하고 무슨 운동(스포츠를 말하는가!)을 했는지 뒤따르는 운동했다는 운동권을 나팔 부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고 있는 요즘이다.
정권 타도, 정권 퇴진 운동을 했으니 당시의 법률적 해석으로는 숱한 반정부, 반체제 인사들을 이제는 커다란 계급장처럼 민주화 인사로, 운동권으로 자신들을 치켜세우고 있음을 보고 있다.
1970년부터 1973년까지 3년간의 군생활은 국방 의무의 수행 차원에서 명령체제 속의 생활이었지만 그것을 애국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보았지 꽤 부려 피해야 하는 그런 과정으로 보지 않았다. 문민정부 이하 그 다음의 정권들의 고위급 인사들이 그리도 사랑한다는 조국과 민족인데 군 기피자들이 더욱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역설의 단편이다.“잘 살아보자”는 세월이 있었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희망이 넘치던 세월도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세월 속에 ‘보릿고개’를 넘고 지구가 이웃인양 해외여행도 뻔질할 정도의 경제성장 속에 민주화 세력이었던 독재 세력의 싸움이었던 우리 내부의 싸움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 내에서의 보다 나은 내일의 건설을 위한 투쟁이었다고 보자.그러나 지금 안에서의 싸움에 북한이 끼어들고 훈수하고 편 드는 통에 풍지박살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지금이다. 국가정체성을 따질 만큼 왔고, 내전 상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국이란 이 이민자에게 무엇인가. 조국은 그리움이오, 영원한 향수인데 누가 그 조국에 고통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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