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뉴욕유권자센터 회장)
뉴욕의 동포사회는 여전히 1세대들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모든 단체장들이 그렇고, 모든 사무총장들이 그렇다.동포사회의 인사들마다 1.5세, 2세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해야한다고 항상 주장을 한다. 그러나 행사의 대부분을 보고 난 후 동포사회의 미래를 그들이 담당할 수 있겠구나 라고 안심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가지고 한인사회가 잘못 가고 있다거나 더구나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한인사회의 중심 세력이 1세들이고 1.5세나 2세대들이 동포사회를 이끌어 갈, 스스로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물적 토대와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징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LA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남가주지역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곳에는 상당수의 1.5세와 2세들이 동포사회의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고, 각 단체의 핵심부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는가?
클린턴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사회의 흐름을 주도했던 세력은 이른바 반전세대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베트남 침공을 반대하면서 정서적 동질성을 만들었고 실천적인 활동을 통한 연대를 만들었다.
지금 한국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386세대들도 마찬가지로 80년대 군부통치에 맞서서 싸우면서 정서적인 동질성을 확보하였고, 청년기의 시절부터 전국적인 조직을 건설했던 경험이 연대의식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386세대들은 농촌으로 공장으로 지역사회의 바닥으로 들어가 길게는 20년, 짧게는 15년의 세월동안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서 지역
사회와 전국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남가주의 1.5세와 2세들은 92년 4.29 LA폭동에 대한 처절한 경험과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서로의 동질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오늘날 이 지역 한인사회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새로운 세대들이 함께 고민하고 부딪치면서 극복하고자 했던 동일공간 동일시간의 정서를 형성하지 못했고 연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1.5세나 2세들은 1세들이 주도하는 동포사회와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매우 이기적인 형태였다. 한인사회에서 인정받는 능력과 커뮤니티 내 스타의식을 갖고 한인사회를 전혀 모르면서도(알려고도 하지 않고) 주류사회를 향해서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대표로 행세하려고 하였다.
1세들은 그냥 재원만을 받침해 주길 기대했고, 개인적 차원에서 주류사회와 관계를 가져온 것이다. 1.5세나 2세 한인정치인이 등장할 지금 시기에 가장 우려할 사안이 이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제는 ‘한인들은 안돼’라고 스스로 한인사회를 비하하는 버릇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자기들의 대표성을 그저 인정해 주기만을 기대하다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한인은 안돼’라는 말들을 스스럼 없이 내뱉는 사람들은 절대 한인사회를 위해 일할 수 없다.
스스로를 자존하여야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지 그 누군가가 대신해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 줄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렇게도 목마르게 외치던 1.5세, 2세 인물들이 힘들게 동포사회로 눈을 돌리고 들어오고 있다. 유권자등록, 한인의 정치력 신장, 소수민족 권익 옹호라는 동포사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세대들이 나서고 있다.
1.5세들의 단체인 청년학교, 한뜻 열린마당, 한울 그리고 KALCA는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면서 한인커뮤니티에 등장했다. 회원들이 커뮤니티 내 바닥일에 적극 나선 것이다. 특히 2세 단체인 KALCA가 거리나 상점등에서 유권자등록 운동에 나선 것이 이러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그동안 2세들이 동포사회의 바깥에서 맴돌기만 하던 자세를 버리고
스스로 동포사회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스스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정표이다.
그저 누군지 모르는 1.5세나 2세가 어느날 출마한다고 해서 이들이 동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힘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자신있게 커뮤니티의 지도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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