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난 여행
자연과 벗하여 여행하면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진다. 꽃에 대해 설명해주니 진지하게 듣는다.
아미쉬 마을 앞에서 아이들이 구경하고 있다.
랭캐스터의 명물인 ‘Sight & Sound’ 극단의 극장이다. 기독교 뮤지컬 ‘노아의 방주’를 공연중이다.
나이애가라 폭포는 대자연의 장엄함을 보여준다.
목적지가 확실치 않은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사는 일에 묻혀져 잊고 지냈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내 안에 있었지만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괴테는 40세가 되던 해 생일날 보따리 짐을 하나 챙겨들고 1년8개월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인해 이미 유명 작가가 된 자신이, 오히려 그 유명세로 인해 날로 무뎌져만 가고 있던 창작 의식을 되살려 보기 위한 노력이었고, 그런 정신적 유랑을 거쳐 불후의 고전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나를 알면 남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하면 할수록 세상이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잘 모른다. 다른 일 관리는 잘하는 것 같은데 자신 관리에서 구멍이 뻥뻥 뚫리는 것이 나의 현실은 아닌가.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가장 충복이자 친구였던 코넬리우스를 홧김에 단칼로 찔러 죽이고 난 후, 세상을 다 정복했어도 자신의 마음은 정복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면서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륙횡단 여행은 나를 찾아, 나를 다스리기 위해 나선 나의 몸부림이다.
여행일지…세번째주 <7월27일~8월2일>
40번 이스트 프리웨이를 타고 마냥 동쪽으로 11일 동안 2,700 마일을 달려서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 이번 주부터 진로가 북쪽으로 바뀐다. 동부 쪽으로 오니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이 많다. 우선 길도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공사중인 주요간선 도로가 많아 표시판을 딱 한번만 놓쳐도 한 두시간 길 헤매기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갈 길이 아무리 바빠도 각 주에 들어갈 때마다 ‘Welcome Center’에 들러 안내원에게 공사중인 도로는 없는지, 우회해야 될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미리 지도로 확인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우 - 워싱턴 DC / 330마일
그린스보로우에서 40번 E를 타고 가다가보면 85번 N로 갈아타게 된다. 이제까지 계속 타고 왔던 40번과 드디어 작별을 하는 것이다. 85번 N를 타고 버지니아 리치몬드를 관통해서 95번 N로 갈아탄다.
당초 계획은 버지니아 비치에서 대서양 바닷물에 발도 담가보고 하루 밤을 지내려고 했었는데, 워싱턴 DC에 더 볼 것이 많고 유익할 것 같아서 DC 일정을 하루 늘리고 버지니아는 그냥 통과했다.
워싱턴 시내 관광은 기대했던 대로 곳곳에 오밀조밀하게 볼 것이 많다. 또한 부자 나라의 행정 수도답게 모든 관광 시설에 입장료를 받지 않아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9.11테러 사건이후 경비는 무척 삼엄해진 분위기여서 곳곳에 경찰차가 세워져 있고 입장료는 받지 않는 대신 소지품 검문 검색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서 인근 식물원까지 관광을 했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두시간 정도 도보로 관광한 후에는 차를 타고 시내를 돌면서 관광했다.
▶ 워싱턴 DC - 펜실바니아 랭캐스터 / 170 마일
워싱턴 DC에서 95번 N를 타고 볼티모어를 지나면서 83번 N으로 갈아타고 펜실바니아 주로 접어들어 욕(York)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40마일 정도 가면 랭캐스터에 이르게 된다. 랭캐스터는 독일계 아미쉬 교도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아미쉬는 문명을 거부해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바느질해서 만든 검은 바지와 검은 모자를 쓰고 다니고, 자동차 대신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오래 전 영화 ‘위트니스(The Witness)’에 이들의 생활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이들은 특히 신앙적인 이유로 절대로 법정 증언대에 서지 않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형사(해리슨 포드)가 아미쉬 교도를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갈등하는 모습이 기억났다.
아미쉬는 8학년까지만 의무교육을 받는다. 15세가 되면 이제 세상 것은 더 배울 필요가 없고 집에서 농사를 짖고, 성경 공부에 전념하면서 인생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교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미쉬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랭캐스터의 명물 가운데 하나는 ‘Sight & Sound’극단과 이들의 밀레니엄 전용 극장이다. 조그마한 랭캐스터 벽촌에 3,000석 규모의 대규모 극장이 세워진 것도 놀라운데 이곳에서 상영하고 있는 기독교 뮤지컬을 보기 위해 연간 100만명의 인파가 이 극장을 찾아온다. 현재 상영하고 있는 뮤지컬 ‘노아의 방주’는 지난 3년간 계속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220만명이 보고 갔다고 한다.
입장료가 조금 부담스러워(어른 34달러, 아동 28달러) 잠시 망설이다가 오후 4시 공연을 봤는데, 엄청난 무대장치와 방주에 들어가는 많은 동물들을 실제로 훈련시켜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물들이 많이 나오니까 아이들도 무척 재미있어해서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 랭캐스터 - 뉴욕 / 310 마일
랭캐스터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길은 중간에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야 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은 평평한 언덕으로 이어진 산들의 연속인데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이곳을 지나는 길 좌우는 계속해서 빽빽한 나무숲이다.
조금 높은 곳을 지나면서 보면 사방이 모두 멀리 지평선 끝까지 나무숲으로 마치 나무의 바다, 초록의 바다와 같은 대 자연 장관을 연출한다. 뉴욕은 피곤한 대 도시였다. 자연가운데 캠핑을 하면서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벌써 익숙해 져서 그런지 다들 빨리 뉴욕을 떠나길 원했다.
그래도 맨해턴 관광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하루 시간을 빼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벌써 탈진이 됐다. 티켓 사는데 1시간을 줄서서 기다렸고(에어컨도 안나오는 빌딩 지하에서), 이제 올라가나 보다 했더니 엘리베이터 타기 위해 또 1시간 반을 기다린다. 허겁지겁 맨해턴구경을 마지고 내려와 주차장에 갔더니 3시간 주차비용이 35달러였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비싼 주차 요금을 뉴욕에서 냈다. 자유의 여신상을 멀리서 구경하고 또한 한국전 참전용사비가 세워져 있는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서둘러 맨해턴을 빠져나왔다. 아내가 기념품 상점에서 ‘I Love NY’이 인쇄된 머그를 산다고 하기에 사지 말라고 말렸다.
▶ 뉴욕 - 버팔로 / 나이아가라 폭포 / 420 마일
뉴욕에서 나이애가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한쪽은 87번 N를 타고 가다가 90번 W(뉴욕 턴타이크 유료도로)로 갈아타는 길과, 다른 길은 84번 W를 타고 가다가 81번 N, 그리고 90번 W로 가는 길이 있다.
걸리는 시간은 거의 비슷한데 한쪽은 유료도로(뉴욕 버팔로간 통행료 $12.50 / 트레일러를 달면 $25)고 다른 한쪽은 그냥 인터스테이트 국도이기 때문에 통행료가 없다.
나이애가라 폭포는 이번 여행의 가장 압권이었다. 50미터 높이에서 천둥치는 듯한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치며 쏟아지는 폭포수는 대 자연의 장엄함과 신비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관이다. 배를 타고 폭포수 밑에까지 가는 “The Maid of Mist” 코스는 꼭 한번 봐야할 관광 명소다.(탑승료 $12, 아이 $8)
알찬 대륙 횡단 정보
▶ Welcome Center; 각 주에 들어설 때마다, Welcome Center (동부지역) 또는 Visitor’s Information Center가 있는데, 이곳을 잘만 이용하면 대륙횡단을 더욱 알차게 할 수 있다. 여행정보, 숙박시설 정보는 물론 주요간선 도로의 공사 상황까지 알 수 있는데, 공사구간을 피해 다른 도로를 선택함으로 장거리 여행에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여행에 꼭 필요한 로컬 지도를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지도를 구입하려면 보통 3-4달러는 줘야한다)
▶ KOA (Kampground of America) 캠핑시설; 미 전역에 500여개의 KOA 캠핑시설이 있다. 일년 회비가 12달러인데, 회원에 가입하면 예약에 우선권이 주어지고, 10% 할인 받는 이점이 있다. 주요 프리웨이를 따라서, 그리고 대부분의 국립공원내에 KOA 캠핑시설이 있어 대륙횡단을 할 때 계속 전화로 다음날 장소 예약을 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빨래는 주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캠핑장에서 밤에 한다. 우리 경우는 내가 신문기사를 송고해야 되는 주일, 월요일 저녁에 아내는 주로 밀린 빨래를 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빨래를 하면서 다닐 것을 계산하면 당초 옷을 그렇게 많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
▶ 날씨 확인; 이동하는 지역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안전운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 보통 캠핑장 사무실에서 인근 지역의 날씨와 온도를 알려주며, 한 주에 한번정도 USA Today를 사서 주간일기 예보를 확인하는 것도 일정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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