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정신상담 소셜워커)
유명 야구선수와 최고의 스타 연예인 커플로 세기의 주목을 받았던 조성민·최진실씨 부부의 폭행사건이 연일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다. 최진실씨는 조성민씨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조성민씨는 때린 적이 없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최진실씨와 동생 최진영씨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중에 있으며, 조성민씨도 약간의 부상을 입고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언론의 시선은 최진실씨가 주장하는 일방 폭행이냐 아니면 최진실씨와 조성민씨 간의 양방 폭행이냐를 가리는 진실게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연일 양측의 팽팽한 주장을 담은 기사가 구체적인 진술 및 증거와 함께 보도되고 있으며 양측도 본격적인 법적 공방을 벌일 태세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최진실씨의 주장대로 조성민씨가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일까? 아니면 조성민씨의 주장처럼 양방 폭행이 벌어진 것일까?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그간 언론에 보도된 기사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보았다.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양측의 주장은 각기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폭행으로 생긴 상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집안, 최진실과 동생 최진영씨, 그리고 주변의 일치된 진술은 최진실 측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반면 조성민씨도 폭행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고, 일관성 있게 “절대 때리지 않았고 집기를 집어 던진다거나 몸싸움을 벌였을 뿐이다”라고 항변하고 있으니 나름
대로 쌍방 폭행을 주장할 근거가 있는 듯 하다.
필자가 내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조성민-최진실씨 경우에 부부싸움은 양방책임이다. 그러나 폭력은 조성민씨 일방책임이다.본질적으로 부부간의 다툼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남편과 아내 양쪽에 동일하게
책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할 수도 있고, 살림을 잘못 할 수도 있다. 남편의 귀가가 늦었다든지 가정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부부싸움이 시작된다.그런 경우 서로 감정적인 상처를 처리하지 못해 심한 말이 오가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닫고 나가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부싸움은 오히려 싸우지 않는 부부가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가정 가운데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서로 참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어느 한편의 잘못만을 주장할 수 없다.
반면, 부부싸움 중에 폭력이 행사된 경우에는 남편이 일방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바로 약자의 보호 논리이다. 사소한 말다툼을 넘어 폭력이 행사된 부부싸움으로 확대되었을 때 남편과 아내 중 누가 강자일까 라는 논리가 개입된다.
당연히 남편이 강자가 된다. 이 사건에서 조성민씨의 주장처럼 최진실씨도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든지, 조성민씨의 여자문제를 거론해서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고 실랑이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성민씨가 집기를 넘어뜨리고 던지고, 더 나아가 최진실씨 주장처럼 운동화 발로 본격적인 폭력을 가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으며 원인을 제공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힘의 논리에 있어서 강자인 남편이 약자인 아내에게 분명히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폭력이 개입되지 않았다던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불행히 폭력이 개입되었으므로 조성민씨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은 대학생과 유치원 학생의 싸움에서 어떤 이유와 결과이건 잘못은 힘있는 대학생쪽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정신상담을 하고 있는 필자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분노 조절 교
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고 각자의 사정을 들어보면 억울한 경우도 있고, 실제적으로 양방폭행이 가해진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남편만 잡혀갔다. 억울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의 속성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은 누가 더 책임이 있는지 잘잘못을 따지는 진실게임이 아니다. 가정에 폭력이 행사되면 대부분 강자인 남편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특히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여성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나라 미국에 살고 있다면 더더욱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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