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 자녀에게 정서적 풍요로
모처럼 네 여자 형제들만의 여행으로 샌디에고와 코로나도를 찾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샌디에고 동물원과 시월드를 찾아서, 이후엔 학술대회 관계로 여러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학회 참석 차 또다시 샌디에고를 찾았을 땐 또 다른 면모의 도시를 발견했었다. 매일 10시간 이상씩 일하는 한인 이민 학부모들에게 여름 나들이로 이와 같은 짧은 여행이라도 권하고 싶다. 이밖에도 가깝지만 갈 만한 곳이 많이 있다.
LA에서 남쪽으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운전, 오테가 하이웨이에서 내려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캘리포니아주에서 제비가 제일 많기로 유명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가 있고, 오른쪽엔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이 있다. 이곳은 1776년 스페인 신부 후니페로 세라(Junipero Serra)가 세운 미션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션이다. 그 속의 정원은 프랑스 파리 근교 Giverny에 있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정원사 8명을 요하는 크고 큰 정원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갖가지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 있어 찾는 이의 발길을 가볍게 해줄 것이다. 그런 후엔 길 건너편에 있는 제비가 넘나드는 프랑스식 레스토랑 L’Hirondelle (불어로 제비라는 뜻)에서 프랑스식 요리로 점심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이 미션을 방문한 후 자녀들에게 캘리포니아주에 산재해 있는 미션에 대하여 연구를 시킨다면 가톨릭 종교가 어떻게 캘리포니아주에 전파되었는지, 캘리포니아가 본래는 1769년부터 스페인에 의해 통치됐고 그후 멕시코 영토였다가 1846년에 미국의 영토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후니페로 세라 신부가 샌디에고 알카라 미션을 최초로 세움으로써 스페인식 미션이 시작되었다는 것, 스페인은 이후 21개의 미션을 LA, 샌타바바라, 몬트레이, 샌호제, 샌프란시스코, 소노마 등지에 더 세웠다는 것, 이는 스페인 정부가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그들을 스페인 종교인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등을 초등학교 4학년 때에 배우는 캘리포니아주 역사 교과서에 부연하여 산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왜 캘리포니아는 스페인어 도로 표지판이 많은 지도 터득케 될 것이다.
다시 한 시간 정도 운전하여 샌디에고 바닷가의 호텔에 여장을 푼다. 가능하면 10층 이상의 객실을 요구하여 전망이 있는, 그래서 코로나도를 잇는 베이 브리지와 푸른 바다 위의 하얀 돛단배들을 어느 그림에서 보듯 즐긴다면 더욱 좋다. 이탈리아의 어느 해변가를 연상케 할 것이다. 저녁은 바다가 손에 닿을 듯한 Anthony’s Fish Grotto on the Bay(1360 Harbor Dr.에 위치)에서 전형적인 미국 음식으로 싸고 푸짐한 해산물을 즐긴다.
그리고 샌디에고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꼭 코로나도를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에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아름다운 Hotel del Coronado에서 광활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 후 호텔 앞에 있는 백사장에 아이들을 풀어놓는다. 굳이 하와이에 가지 않고서도 넓고 넓은 바다구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저녁은 샌디에고로 돌아와 Cafe Seville(555 5th St.에 있음)에서 스페인식(멕시칸 음식이 아님)으로, ‘파에이야?paella)라는 해물 잡탕밥을 달콤한 상그리라(sang-li-la: 순수 스페인식의 과일주스에 보드카를 탄 듯한 향긋한 술 종류)와 함께 먹는다. 식사 후 발보아팍에서 공연되는 여름 재즈 페스티벌이나 심포니에 가거나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들린다. 귀가 길에 롱비치에 있는 영화 ‘타이태닉’을 연상케 하는 퀸 메리호에 들러 그 배의 내력을 들은 후 저녁은 그 배 안에 있는 식당에서 즐긴다.
이와 같은 짧은 여정은, 경제적인 안정만을 추구한 나머지 ‘일하는 기계’로 자처, 정서적인 욕구 충족을 등한시하는 한인 부모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휴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며 ‘정서적인 풍요’가 ‘물질적인 풍요’보다 자녀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으며,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녀들은 자라서 ‘부모와 함께 보낸 즐거웠던 시간을, 돈을 넉넉히 주는 것 이상으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음미할 것이다.
클라라 박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