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니‘프라니빗 셰프’ 뽐의 식탁
유기농 야채·과일에 직접 담근 와인…정성이 가득
뽐(Pom·26)의 본명은 장마리. 하지만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그를 뽐이라 부른다. 뽐은 어릴 적 두 볼이 사과처럼 동그래 붙여진 별명이다.
뽐이 사는 곳은 프랑스의 북서부 지방의 뱅 쉬르 우스트. 인구 1만 여명도 되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에는 말이 뛰어 놀고 옥수수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자라는 곳. 이런 곳에 살면서 어떻게 마음이 넓어지고 예뻐지지 않을 수 있을까.
올해 25세가 된 뽐은 뮤지션이다. 아프리카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밴드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 렌느에서 가끔씩 콘서트를 갖는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일했었지만, 늦은 시각까지 콘서트를 해야 하는 보헤미안의 생활이 계속되자 잦은 지각 끝에 우체국에서 잘리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뽐은 자신이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재주를 살려 프라이빗 셰프가 되기로 결정한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일찌감치 유산을 물려받은 그는 마을에 다 쓰러져가는 주택을 구입했다. 처음 이사 들어왔을 때 이 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변기가 고장 나 물을 길어다 부어야 했던 것은 물론, 한 겨울에도 냄비에 물을 데워 고양이 샤워를 해야 했으니.
정원은 제멋대로 자라난 잔디가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오랜만에 그를 찾은 친구가 한 마디 던진다. “야, 뽐. 너 잔디 많이 깎았는데. 잔디 깎는 기계 샀구나” “아니, 염소를 두 마리 샀어” 아! 가엾은 염소는 철사 줄에 묶여 그가 원하는 구간의 풀을 뜯어먹으며 잔디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난 부활절 이 염소 부부는 뽐에게 아기 염소를 안겨주었다. 곧 뽐은 양젖을 이용해 셰브르 치즈도 만들 계획이다.
뽐은 아주 어릴 때부터 요리에 기막힌 재주를 보였다.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잼과 마말레이드를 선물하는 것은 그의 커다란 기쁨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이국적인 향료. 동생이 한국에서 부쳐온 지 1년이 넘는 코딱지만큼의 고춧가루를 뽐은 금지옥엽처럼 소중히 여겼다. 그가 사는 곳은 달랑 방 하나에 거실 하나인 초라하기 짝이 없는 집이지만 정원 하나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다. 그곳에 그는 염소와 닭을 키우고 토마토와 상추, 양배추, 리크, 딸기, 메론 등 각종 야채와 과일 그리고 베이즐, 로즈메리, 차이브 등 허브까지 키운다.
그가 초대하는 디너는 감동스럽다. 할아버지가 30년 전에 담근 과일주로부터 시작해 모든 코스를 뜰에서 재배한 유기농 야채와 과일로 준비하는 정성 가득한 식사를 대하며 앞뜰에서 키우던 씨암탉 잡아 사위 몸보신 시켰던 장모님의 사랑을 기억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느 프랑스 집처럼 시원한 그의 지하실은 별 다른 쿨러 없이도 완벽한 와인 저장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직접 레이블 한 뱅 블랑과 보르도 병을 꺼내든다. 미국에서 온 친구 여자 친구의 언니를 그는 빵까지 직접 구워가며 극진히 대접했다.
첫 번째 코스는 바닐라 크림소스를 곁들인 조갯살 요리와 리크 토마토 샐러드. 안 그래도 부드러운 조갯살의 질감에 부드러운 바닐라 크림소스는 클림트의 ‘입맞춤‘처럼 감미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메인 코스는 돼지고기와 당근 퓨레, 그리고 익힌 보라색 양배추. 조금은 성글고 투박하고 그래서 더욱 맛깔스러운 시골집 새참 같은 맛이다. 뽐의 여자친구 크리스텔르가 만든 예쁜 디저트는 맛도 달콤하다. 캐모밀도 직접 키우는 뽐은 말린 허브로 향기로운 차를 끓여냈다.
뽐은 자신의 집을 쾌락의 집(La Maison des Plaisirs)이라 부르며 이 집이 사랑으로 가득한 장소가 되길 소망한다. 하늘과 땅에 감사하는, 한국인보다 더 다정다감한 프랑스 브리타니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고 유기농 야채로 조리한 건강하고 토속적인 브리타니 가정식 요리를 맛보길 원한다면 뽐에게 연락을 하시길. 3코스와 와인을 포함한 식사는 일인당 30유로 정도. 몇 명이 어느 정도 예산의 식사를 하기 원하는지 당신의 의견은 100% 응용되니 미리 연락을 취하자.
한 가지 신신당부. 너희 이 정도밖에 못 사니, 프랑스도 별 것 아니군. 하는 식의 무시하는 태도는 절대로 보이지 마시기를. 5스타 수준의 서비스와 음식을 원하면 리츠 호텔로 가면 된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그는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느끼는 아름다운 한국인을 만나고 싶어한다. 전화, (332) 9991-6446. 주소, La Boubriais 35600 Bains Sur Oust, France.
<프랑스에서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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