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락 PTA 주방에서 부모들이 야채와 과일을 다듬고 있다. 5시간이면 500명분의 디너가 풀코스로 준비된다.
일류식당 수준 풀코스 디너
교회 학부모 모임 어머니 장금이들
셰프 이지수씨 지휘아래 일사불란
수백명 요리‘척척’
3년전 새교육관에 주방 오픈되자 활성화
어머니들이 ‘처치 메이드’자원봉사 나서
완성된 메인 디시. 소스 얹은 스테이크와 스패니시 라이스, 볶은 새우, 아스파라거스와 콩순, 숙주볶음이 먹음직스럽다.
교회는 신앙 공동체이지만, 또 너무나 ‘먹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주일예배후 성도들을 그냥 집에 보내는 이민교회는 찾아보기 힘들고, 부서마다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할 때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먹는 일이다. 구역예배는 물론이고 각종 행사와 모임에서 먹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 사람들은 ‘음식 끝에 정들고, 음식 끝에 의 상하기’ 때문이다.
교회마다 ‘주방사역’의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지만 나성영락교회(담임 림형천 목사)의 주방은 좀 유별나다. 매주 일요일 1,200 그릇 이상 말아낸다는 점심국밥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와는 별도로 일류식당 수준의 풀코스 디너를 한번에 수백명씩 서브하는 ‘장금이부’가 따로 있는데 바로 교육부 학부모들의 모임인 ‘영락 PTA’, 그리고 그 배후에서 막강한 요리실력과 교회음식 15년 경력을 자랑하는 ‘셰프 이지수’씨가 주방을 진두지휘한다.
“교회가 크다보니 큰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그때마다 식사를 케이터링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음식도 맨날 똑같아서 물리게 되죠. 무엇보다 정성이 없어서 오신 분들에게 미안해요. 우리 영락 PTA는 레스토랑에서 일인당 40~50달러 정도 하는 고급 요리를 직접 만들어 서브합니다”
영락 PTA ‘장금이부’는 3년전 새 교육관이 완공되고 널찍한 체육관 안쪽에 새 주방이 생기면서 활성화됐다. 교회 안에서 수많은 부서 모임이 열리는데 그때마다 서로 다른 음식을 해먹거나 사먹느라 고충을 겪는 모습을 보고 요리에 자신있는 어머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막대한 인건비는 모두 자원봉사,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즉석에서 만드니 맛있고, 경제적이고, 사랑도 듬뿍 담긴 요리여서 이제는 ‘안 먹어보면 후회하는’ 교회의 명물이 되었다.
셰프 이지수씨와 부 셰프 고혜란씨, 그리고 15명쯤 되는 어머니 쿡들은 손발이 척척 맞아 음료수와 애피타이저로부터 메인 디시, 디저트에 이르는 방대한 음식을 일사불란하게 만들어내는데 몇십명 식사는 일도 아니고, 한달에도 여러번, 심지어 700명까지 먹이는 식사를 ‘가볍게’ 치른다고 한다. 지난 한달 동안에만도 교육부교사 사은의 밤(500명), 지역을 섬기는 프로그램 초청잔치(200명), 송정미 콘서트 만찬(500명)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교회 안팎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지난 18일 고장금, 이장금, 정장금, 김장금…수많은 장금이들이 바삐 돌아가는 영락 PTA 주방에 들어가 보았다.
송정미 콘서트 만찬, 교인들이 전도를 위해 초청한 외부 손님들에게 디너를 대접하는 만찬준비 현장에서 ‘홈메이드’보다 맛있다는 ‘처치 메이드’ 스테이크 디너, 준비에서 완성까지 6시간을 담았다.
■메뉴
애피타이저-Spinach, Watercrest & Fruit Salad
메인 디시-Steak with Onion and Mushroom Sauce
(Chicken with Yogurt Sauce-고기 안 먹는 사람용)
Tomato Spanish Rice
Bean Sprouts with Tiger Shrimps
Chinese Long Beans with Asparagus
디저트-Pound Cake with Ice Cream and Assorted Fruits
’처치메이드’
각자 알아서 하니 ‘수월’
사흘 걸쳐 마켓 서너곳 돌며 장 봐다
10여명이 동시에 씻고 자르고 다듬고…
웨이트리스(?)들이 주방앞에서 테이블로 가져갈 샐러드 보울을 타 가고 있다.
이채현씨가 스패니시 라이스를 만들고 있다.
싱싱하게 볶은 아스파라거스.
셰프 이지수씨(오른쪽)와 부 셰프 고혜란씨. 전체 주방일을 진두지휘한다.
오전 11시. 5시에 시작될 만찬을 위해 PTA 부모들이 모이는 시간이다. 10여명이 동시에 움직이기에는 크지 않은 주방, 특별히 누가 무슨 일을 시키거나 부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과일이 나오면 씻고 자르고, 야채가 나오면 씻어 다듬고, 설거지 감이 나오면 싱크대에 들고가 씻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12시. 대형 개수대가 있는 싱크대에서 계속 야채와 과일을 씻고 다듬는다. 널찍한 카운터 탑에서는 샐러드에 넣을 과일들을 하나씩 껍질 벗겨 깍둑썰기 한다. 오븐과 스토브 있는 쪽에선 스패니시 라이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다루는 모든 재료의 양이 엄청나다.
2시. 닭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워내기 시작한다. 100명분의 닭가슴살은 4개의 팬에 계속 굽는 일만도 한시간 이상 걸린다. 또 옆에선 대형 차이니즈 웍 2개에 야채들(아스파라거스, 콩순, 숙주와 빨간 피망)을 각각 볶기 시작한다.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가지 야채를 여러번에 걸쳐 볶아서 따로 모아놓는다. 야채 볶기는 3시30분까지 계속된다.
2시40분. 밖에서 대형 바비큐 그릴 2개에 불을 피우고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한다.
380개를 굽는 일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구운 고기는 대형 알루미늄 포일그릇에 차곡차곡 쌓아서 뚜껑을 덮은 다음 햇빛 따뜻한 곳에 놔두어 식지 않게 한다.
4시. 일회용 식기들을 400~ 500개씩 정렬해둔다.
닭고기는 오븐에 넣어 익히고 소스를 만든다.
4시30분.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고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은 정해진 테이블로 안내해 음료수 주문을 받는다.
4시40분. 밖에서 구운 스테이크를 주방으로 들여온다. 이때 새우를 볶기 시작하는 한편 스패니시 라이스는 뜸 들여 섞어주고, 과일 샐러드를 드레싱에 버무려 그릇에 나눠 담는다.
오븐에서 꺼낸 닭가슴살을 가지런히 썬다.
5시. 24개 테이블의 웨이터들이 주문 받은 메뉴를 가져가기 위해 주방 앞에 줄을 서고, 안에서는 열을 지어 접시에 스테이크(혹은 치킨)와 스패니시 라이스, 야채와 새우를 차곡차곡 담아내는 일을 정신없이 계속한다. 20여분만에 주문량을 다 소화한다.
5시30분. 디저트를 준비한다. 미리 한 스쿱씩 담아 냉동고에 넣어둔 아이스크림 보울에 파운드 케익과 과일들을 얹어 낸다.
6시10분. 손님들 식사 끝.
■ 장보기
만찬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보기. 셰프 이지수씨와 그 가족이 전담하는 이 일은 사흘에 걸쳐 서너군데의 마켓을 다녀오는데, 워낙 물량이 많아서 매번 이씨와 아내 채현씨, 큰아들 자니 3명이 동원되어 차 3대를 몰고 가서 실어온다. 한번 가서 재료의 양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음날 다시 가거나, 미리 주문해야 하는 낭패도 심심찮게 겪는다고. 이번에도 일요일 식사를 위해 목, 금, 토 사흘동안 코스코, 중국마켓, 한국마켓, 스마트 앤 파이널 네군데에서 장을 보았다. 보통 400~500명분의 재료비(일회용 식기와 음료수 포함)는 약 3,300달러.
레서피
샐러드
시금치와 워터크레스, 체리 토마토 등 야채와 함께 망고, 귤, 사과, 자두 등 각종 과일, 그리고 볶은 아몬드를 듬뿍 넣는다. 과일의 달콤한 맛, 이탤리언 드레싱의 새콤한 맛,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기막힌 애피타이저가 된다.
스테이크 소스
이지수씨의 특별 소스로 이것만은 전날밤 집에서 만들어 갖고 온다. 대강의 레서피는 A1 소스에 채썬 양파, 다진 양송이 버섯을 넣고 물과 소금, 후춧가루, 마늘을 넣어 끓인다. A1 소스와 물의 비율은 1 : 1 정도, 걸죽하게 만들려면 녹말가루나 그레이비 믹스 가루를 섞는다. 그러나 고기는 잘 구워서 소스 없이 그냥 먹는 것이 좋다고 이지수씨는 조언했다.
스테이크
하루 전날 코스코에서 사온 고기 덩어리(Rib Eye)를 이지수씨가 직접 썰어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고기 덩어리를 380 조각이나 썰고 나면 손에 물집이 생긴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은 두꺼운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두께 1인치 정도. 그래도 1인당 1/2~3/4 파운드의 적지 않은 양이다. 고기는 구울 때 양념소금(Lawry’s Seasoned Salt)을 뿌려서 굽는다.
닭 가슴살 구이
고기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치킨 요리로 약 100명분을 만들었다. 요구르트와 생강, 올리브오일 섞은 소스에 고기를 재워두었다가 프라이팬에 겉만 앞뒤로 잘 익힌 다음 오븐에 넣어 속까지 완전히 익힌다. 소스는 요리하면서 나오는 닭국물을 모아서 와인과 레몬즙, 마늘을 넣고 끓여 만든다.
스패니시 라이스
들통에 물을 끓인 다음 토마토 통조림(Stewed Tomatoes) 여러 캔을 따서 넣고 소금, 버터, 다진 마늘을 넣어 저으면서 끓인다. 큰 냄비에 스패니시 쌀(재스만 쌀)을 담고 끓인 토마토 국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각종 야채와 새우볶음
아스파라거스, 콩순, 숙주는 대형 웍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은 다음 야채를 넣고 소금과 레몬양념소금(Lemon & Pepper Seasoning Salt)을 뿌려 볶아낸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익히지 않는 것. 설익어서 뻣뻣해 보일 때 꺼내놓아도 자체 열기로 계속 익기 때문이다.
새우도 마찬가지, 웍에 올리브 오일, 마늘, 생강, 소금을 넣고 볶는데 살짝 익힌 다음 꺼낸다. 중간에 레몬과 라임즙을 뿌려준다.
디저트
직접 구운 파운드 케익 한쪽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 위에 예쁘게 칼집 내어 자른 딸기와 키위, 베리를 가니시 하여 낸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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