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분위기 맛 보세요
프랑스의 7월 14일은 바스띠유 축제(Bastille Fete), 프랑스 혁명 당시 무고한 시민들이 바스띠유 감옥을 탈출했던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바스띠유 페뜨를 앞두고 가장 프랑스 분위기가 퐁퐁 나는, 비교적 저렴한 레스토랑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주위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수소문을 했다.
궁금한 친구처럼 발길 닿는 곳
직접 구운빵, 해산물요리 일품
“LA에 원조 프랑스 식당은 정말 드물어” 하며 흐리는 말꼬리. 그러고 보니 정말 LA의 몇 안 되는 괜찮은 프랑스 레스토랑은 지갑이 두툼해야 갈 수 있는 곳들이지, 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만 한 곳은 드물다는 데 생각이 이른다.
파이 스타일의 계란 요리 끼쉬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더한 애플 타르트
각종 과일을 위에 더한 프루트 타르트
버섯과 크레페를 결결이 쌓은 전채 요리
쇠냄비에 담아 구운 홍합찜
와인에 절인 닭고기 조림 코코벵
허니 머스터드 소스를 더한 연어 구이
로스 펠리츠에 위치한 피가로(Figaro) 카페는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맛에 있어선 그다지 자랑할 게 많지 않은 곳이다. 이름만 보고 잔뜩 기대를 하며 시킨 뇨끼 그라탕(Gnocchi Gratin)은 조개, 홍합, 새우 등 좋아하는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깨작거린 후엔 다시 손이 가지 않는다. 망고와 새우 샐러드는 색깔만 화려했지 드레싱이 뿌려졌는지 아닌지 모를 만큼 샐러드다운 맛이 없다. 허니 머스터드 소스를 더한 연어 구이는 너무 오래 오븐에 구워 겉은 딱딱, 속은 푸석푸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로는 매일 안 만나더라도 가끔씩 뭐 하고 지내나 궁금한 친구처럼 때때로 발길이 향해지는 곳이다. 햇살이 좋은 날은 패티오에 앉아 끼쉬를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하늘이 잔뜩 흐려있는 날은 파리의 카페처럼 예쁘장한 실내에 앉아 카푸치노와 함께 케이크를 먹고 싶은 곳. 피가로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프랑스다.
트집을 잡으려 해서 그렇지 음식 맛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침이나 점심용으로 그만인 끼쉬(Quiches)는 샐러드나 프렌치 프라이와 함께 제공되는데 이곳에서 아주 인기 있는 아이템. 샌드위치 역시 고급스런 소재를 끼워 넣은 것들이 여럿 된다. 끼쉬와 샌드위치는 반쪽에 샐러드와 수프를 더한 콤보 메뉴로도 즐길 수 있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화이트 와인과 크림, 허브로 조리한 홍합(Black Mussels in an Herb). 국물을 낙낙하게 부어 홍합에 맛이 배게 한 다음, 다시 한 번 그라탕 스타일로 오븐에 구워 낸 것이 꼭 우리 식 뚝배기처럼 오래도록 식지 않아 더 맘에 든다. 냄비를 잘못 만졌다간 파란색 쇠 냄비에 손가락을 델 만큼 뜨겁다. 뉴욕 스테이크(Grilled New York Steak)도 미디엄 레어 또는 미디엄 레어 레어를 주문하면 괜찮다. 붉은 포도주에 닭고기를 재웠다가 졸인 꼬꼬뱅(Coq Au Vin)은 곁다리로 나오는 버섯 리조또 맛이 더 낫다.
피가로는 아침 식사용 크롸쌍과 바게트, 후식용 케이크와 타르트를 모두 직접 이곳서 굽는다. 노르만디 지방에서 수입해온 귀한 버터를 바게트 빵과 함께 그냥 서브하니 인심도 좋다.
그래도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더 없이 프랑스적이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딱 붙여놓은 탁자지만 사람들은 옆 테이블에 대한 신경을 끈 건지 간밤에 만난 남자 얘기로부터 시작해 별의별 비밀을 다 나눈다.
은막과 영사기가 있어 뭐 하는 도구냐고 물었더니 주말 저녁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틀어놓는다고. 누가 그 영화를 보고 있겠는가. 하지만 중요한 건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낭만적이고 보헤미안적인 이미지. 남은 것 혹시나 다시 먹을까 하여 싸달라고 했더니 웬 케이크 박스를 갖고 나온다.
플래스틱 푸드 컨테이너를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하는 주인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이 케이크 박스를 고집한단다.
Tips
▲종류: 캐주얼한 프랑스 식과 지중해 연안 요리 ▲오픈 시간: 아침은 오전 7시-11시30분. 런치는 오전 11시30분-오후 5시. 디너는 오후 5시-10시30분. 토, 일요일은 브런치를 오후 2시30분까지. 금, 토요일 디너는 새벽 1시까지 ▲가격: 아침은 4-12달러, 런치 전채는 4-12달러. 메인 디시는 8-20달러. 디너 전채는 5-14달러. 메인 디시는 10-20달러. ▲와인: 보르도, 부르고뉴, 로아르, 론 등 프랑스 산 와인만을 취급한다. 샴페인과 화이트, 레드 와인의 가격은 아주 좋다 ▲주차: 스트릿 파킹 ▲주소: 1802 N. Vermont Ave. LA, CA 90027. 한인타운에서 Vermont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Melbourne St.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있다 ▲전화: (323) 662-1587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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