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누군가가 ‘여유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여유는 그만큼 우리의 삶에 윤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은 너무나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이 ‘여유’라는 단어와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나 외곽으로 나가 보면 녹색이 짙은 대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이런 것
하나 즐기고, 누리고, 그 안에 들어가 보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자연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에게 정서 및 삶의 윤택함을 주고 인생을 보다 폭넓고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여유라는 것은 삶을 즐길 수 있게도 하지만 인간에게 펼쳐지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눈과 능력을 갖게 한다.
이러한 여유는 사실 어떤 특별한 곳에서 얻어지거나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또 우리가 늘 접하는 자연이나 문학, 음악 또는 미술 등과 같은 예술 속에서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연에서 나무 잎 하나 하나가 다 다르듯 인간의 삶도 그 색깔과 모양, 형태가 다 다르다. 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신비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삶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투영해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선상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시각이나 인식 자체가 바로 여유를 갖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여유란 꼭 시간이 많고 돈이 많아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없는 가운데서도 마음의 공터, 즉 쉼터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돈을 많이 벌거나 어떤 큰 일을 해내는 사람은 알고 보면 모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집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되는 일이 없고 하는 일 마다 실패하게 마련이다.
쫓기는 생활과 각박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초조, 불안 공포심에 눌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인들은 특히 어느 민족보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돈은 좀 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숨가쁘게 돌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렌트비 물고 나면 돈이 하나도 안 남고 집 가진 사람은 사람대로 더 곤란하다고, 모기지 무느라 허덕이는 것을 본다.
미국인들은 연봉이 3만~4만 달러가 안 되는 사람도 여름이 되면 휴가를 가느라 난리이다. 그런데 한인들은 더 많이 버는 사람조차도 휴가는커녕, 쉴 틈도 제대로 없어 보인다. 보통 소득의 배를 벌어도 허세와 체면 때문에 씀씀이가 커져 항상 여유가 없이 쫓기는 생활을 하고 있다.
‘비만 안 새면 되고 살만 안 보이면 된다’는 식의 절약정신을 철저히 가지고 평소에 저축하며 살아가는 중국인들과 유대인들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인들의 여유부족은 하다 못해 먹는 장소나 파티장에 가 보아도 확연히 구별된다.
밥 먹는 자리에서도 한인들은 무엇이 그리 쫓기는지 앉은자리에서 5분이면 후닥닥 먹고 일어난다. 반면 미국인은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해서 못 볼 정도로 웃고 떠들며 할 얘기 다하고 여유롭게 먹을 것 다 먹으면서 즐기는 모습이다. 파티장에 가도 외국인들은 디저트까지 다 찾아먹고 프로그램도 시간에 구애 없이 즐길 것 다 즐기고 돌아간다.
그러나 한인들은 여유가 없다 보니 자리 채우기에 급급하고 그것도 밥만 먹고 중간에 얼른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많다. 같이 벌고 같은 미국생활을 하는데 우리는 왜 항상 이렇게 쫓기고 분주하고 쩔쩔매며 사는 것인가.
그러다 보니 ‘99%의 병이 다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50세만 넘으면 각종 성인병으로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인들은 본래 다혈질이라 성질이 급하고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기차가 늦게 오고 비행기가 늦게 떠도 잠시 쉬어 가고 하룻밤 자고 가면 된다는 식의 ‘만만디’ 사고로 살아가는 중국인들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렇게 여유 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우리사회에는 요즘 자살이나 살인 등 끔직한 사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로 평소 심리적인 여유를 갖지 못한 것도 한가지 발생 원인이 될 것이다. 사건 당사자들이 일찍이 마음의 여유만 좀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형사건은 알고 보면 언제나 큰 이유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해 야기되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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