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지면을 얻어 여성칼럼이라는 고정 칼럼을 쓴지 7년이 넘었다. 그간의 글이 꽤 모아졌어도 책으로 만들 생각은 안 했었다. 평생 글을 쓰신 아버지도 개인시집은 단 한 권 가지고 계시기에 나도 죽기 전에 한 권내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했었다.
주변의 강권으로 어찌 어찌 책 한 권내고 너무 부끄러워 출판 기념회도 안하고 있던 차였다. 그 처녀 수필집에 상을 준다니… 감사 보단 쑥스럽고 민망했다.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책으로 상을 받았다. 한국 수필가협회에서 주는 ‘해외수필문학상’이다. 심사위원들도 처녀작으로 상을 받는 경우는 앞으로도 없을 드문 경우라고 하셨다.
그 상을 받기 위해 한국에 다녀왔다. 시상식에 참석하고 오래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친척들도 만나고, 동생들과 조카도 만나고, 늙으신 어머니도 만나고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시아버지도 뵙고, 공원 묘지에 계신 친정아버지도 뵙고, 수필 포럼에도 참석하고, 여러 문인들도 뵙고...좋은 만남의 연속이었다. 비바람과 태풍 속의 한국을 뒤로하고 아쉬움 속에 떠나오니, 유칼립터스와 팜트리가 반겨주는 이곳 나성… 반갑고 익숙하다.
그래도 내 마음의 절반은 한국에 두고 왔다. 복잡해도 정다운 곳, 그리움이 쌓여있는 곳, 보고픈 이들이 많은 곳이 아닌가? 인사동 거리, 청진동, 무교동, 압구정동, 옛 모교근처인 광화문 통 곳곳에 내 마음을 뿌리고 왔다. 한동안 한국에 다녀온 힘으로 이곳의 외로움을 고달픔을 견디어 내리라.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들(평론가 임헌영, 유한근, 수필가 김병권)의 심사평이 너무 좋기에 올려본다.
『이정아는 수필집 서문에 해당되는 작가의 말 ‘낯선 숲을 지나며’에서 “낯선 숲은 변하지 않고 아직도 거대하게 내 앞에 있습니다.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무에 취하면 안됩니다. 숲 속에 난 길을 보아야 합니다. 낯선 숲에서 나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신, 조금 떨어져 사물을 보는 법을 알려주신 사랑하는 아버지를 기억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청탁 있을 때만 글을 쓰지 말고 매일매일 글쓰기를 연습하라”(수필 ‘아아 아버지’에서 인용)던 아버지가 자신의 문학적 모태임을 상기한다. 위 작가의 말에서 ‘낯선 숲’은 이국 땅 LA를 은유하는 말이기도 하고 수필이라는 문학의 공간이기도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일수도 있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의 수필이 해외교민 문학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정아 수필의 특별한 매력 때문이다. 그의 수필은 우선 재미있다.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정직과 진솔함 때문이다. 위트와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럼적인 비판적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비아냥거리는 것 같으면서 그 이면에 따스함마저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수필이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느질의 실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속삭이고, 때로는 독백하고, 때로는 수다, 때로는 내숭, 때로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것을 쉽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낯선 숲을 지나며’처럼 관자적인 입장에서 산책하며 거리를 둔 조망만 할 것이 아니라 ‘낯선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것들의 정체를 드러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풀어낼 문제이다.』
앞으로의 글쓰기의 방향까지도 제시해주는 심사평이다. 자랑하고 싶어서 겸손하지 못하게 심사평을 올렸다. 이번만큼은 자랑이 늘어졌어도 용서 바란다. 누구든 끌어안고 싶도록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글쓰기의 다짐을 위의 글과 함께 해 본다. 기다려주시고 궁금해하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상이라곤 밥상밖에 받아본 일이 없는 내가 진짜 상을 받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하며 그것으로 받은 상, 가보로 모셔야 할까보다. 한국일보의 독자여러분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정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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