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종교전문기자)
지난 한 주간은 국내외적으로 슬픔과 격노에 찬 한 주였다. 아무 잘못도, 죄도 없는 한국인 김선일씨가 무참하게 과격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피살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과 이슬람권 국민들까지도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참으로 슬프지 않을 수 없다.
9.11., 쌍둥이 빌딩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힘없이 무너진 후 세계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언제 그 미궁에서 세계가 빠져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테러리스트들을 뿌리 뽑기 위해 해결책이라 제시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이어진 이라크 공격은 갈수록 더 실마리만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9.11. 이후 테러리스트들은 응징되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전 세계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가 있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사용될지 모른다고 하여 그 무기를 처분해야 한다는 명분아래 벌어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을 더 궁지에 몰리게 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과연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전쟁에 목숨을 건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충분한 명분과 조국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는 애국이라는 명예가 있다. 하지만 전쟁과는 무관한 양민들과 제3국의 민간인들이 전쟁을 통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명분도 명예도 없는 무고한 것이기도 하다.
고 김선일씨도 이 와중에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 되어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고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기에 말이다. 김선일씨가 피랍 된 후 피살되는 시간까지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 깊이 개입되어 있었음을 상황을 통해 알 수 있기에 그렇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 일어난 결과를 원망만 한다면 문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나간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요, 미래다. 또 다시 고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 같은 경우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고래등같은 얽히고 설킨 국제 문제 속의 한국 정부의 처신은 참으로 국외에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명분과 실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지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만 앞설 뿐이다. 한국은 엄연한 주권국이면서도 미국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한국이 주권국임을 앞장서 고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명분과 실리를 잘 가려 어느 것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선택인지 더더욱 고심하여야 할 것이다. 한 나라를 다스리고 통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잘 나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뽑기야 사람이 투표를 해서 뽑지만, 아무나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명을 받고 대통령이 되었으면 신명을 다 바쳐 나라와 국민의 안위와 복지와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한국 정부 산하의 외교통상부도 그렇다.
김선일씨의 문제를 통해 A.P.만 의심할 것이 아니라 자체 내 시스템의 문제 해결은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민들의 보호를 위해 솔선해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더 이상의 김선일씨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의 대통령과 주무부서는 최선을 다해 예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폭력과 테러는 어떤 명분이라도 그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폭력에 폭력을 가한다면 더욱더 폭력은 가중될 것이다. 폭력과 테러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 근본 대책이란 모두가 다 잘살기를 바라는 것이 목적이 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화해와 평화를 위한 추구다.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갚아야 한다는 발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렇게 되면 함께 몰락의 길로 빠질 수 있다. 지구촌이 다 잘사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 평화를 염원해야 한다. 더 이상 테러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하늘을 움직일 수 있는 간구(懇求)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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