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사멸 억제 유전자 SIRT1 활동 증가
칼로리 30%줄이면 수명은 20~40% 연장
성인 하루 평균 1,800~2,200㎉ 섭취 적당
16세기 일본 전국의 난세를 종식하고 에도 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는 나이가 아주 많은 참모가 있었다. 텐카이라는 인물로 125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이에야스는 그에게 장수 비결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바로 “적게 먹고, 많이 잊고…”였다고 한다.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건 이제 일반 상식에 속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이는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쥐와 원숭이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칼로리 제한을 통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시켰다는 뉴스도 그 동안 심심찮게 들려왔다. 지난 3월 쥐의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결과 노화와 직접 연관된 유전자 46개의 변화가 억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데 이어 이 달 중순에는 덜 먹으면 오래 사는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연구팀인 하바드대 의과대학 하임 코엔 박사가 밝힌 이유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노화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유전자 SIRT1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SIRT1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 `시르투인’이 노화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데, 오랫동안 칼로리 섭취량을 줄인 쥐들에게선 SIRT1의 활동증가로 뇌, 간, 신장 등 신체의 일부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시르투인 단백질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코엔 박사는 “인공 배양한 인간 세포조직에 대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며 “이 같은 실험결과는 포유동물이 먹는 양을 줄였을 때 어떻게 수명이 연장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칼로리 섭취량을 30% 줄이면 수명을 30∼40%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갖는 더욱 큰 의미는 SIRT1 유전자를 이용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코엔 박사팀은 현재 시르투인의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들을 실험 중에 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먹어야 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켄터키 샌더스-브라운 노화연구센터의 마크 매트슨 박사팀은 25∼50세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1,800∼2,200㎉를 섭취하는 것이 소식의 효과를 가장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반적인 성인의 1일 영양 권장량인 2500㎉에 비해 약 10∼30% 정도를 줄인 섭취량이다.
세계적인 장수촌 일본 오키나와현 북부 오기미의 장수 노인들이 지키는 원칙과 비슷하다. 마을 전체 인구 3,500명에 90세 이상 노인이 80명으로, 장수 노인들 대부분 90세에도 밭일을 할만큼 건강을 자랑하는 이 곳에선 “배의 80%만 채워라”라는 것을 장수의 제1원칙으로 지키고 있다. 또한 배를 채우지 않는 대신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루 세끼를 빠뜨리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규칙적인 식사는 규칙적인 생활리듬과 쾌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게 먹어야 건강에 좋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해서 갑자기 식사량을 줄여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급격한 열량 제한은 탈진 등을 일으켜 체력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소식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하루아침에 식사습관을 바꾸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식사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통 2주 정도면 위가 음식 양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소식은 성장이 멈추는 시기인 20대때부터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식은 영양학적으로 저칼로리의 섭취를 의미하는 만큼 꼭 적게 먹지 않더라도 야채 등을 중심으로 한 소식(素食), 즉 검소한 식단을 통해 열량 제한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장수촌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 노인들의 전통식단을 보면, 기름기를 쫙 빼 동물성 지방을 완전히 제거한 삶은 돼지고기와 콩을 이용한 두부요리, 현미,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와 야채가 주를 이룬다. 대부분 삶아 먹지 굽거나 튀기는 요리는 거의 없다. 소금은 하루 7g 이하로 섭취하고 있다.
이밖에 세계 유명 장수촌 전통식단의 공통점을 들라면,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식이섬유는 열량이 적기 때문에 배가 부르면서도 절식 효과를 얻는다. 또한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어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당의 흡수를 더디게 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으며 대장암을 예방하는 등 건강 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식이섬유는 곡류, 채소류로 꾸려진 우리의 전통식단에 풍부하다. 그런데 육류 중심의 기름지고 짠 음식, 고열량의 패스트푸드 등 서구식 식습관에 밀려 식이섬유 섭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참고로 햄버거 한 개와 감자튀김, 콜라 한 잔에 들어있는 열량을 더해보면 1,190㎉다. 비만과 각종 질병의 원인인 지방 함유량은 따지지 않고 열량만 친다하더라도 소식 권고량인 평균 2,000㎉의 절반을 넘어서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소식을 위한 칼로리 양을 일일이 계산하면서 식사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 만큼 이에 준하는 식사 방법으로 옛날 우리 서민들의 밥상을 권한다. 고기나 기름진 음식이 없이 잡곡밥에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몇 가지 나물, 생선 반찬이 곁들여진 소박한 밥상 이 건강식의 표본이라는 것. 전통식 밥상에 너무 짜고 맵게 먹는 음식습관을 버릴 수 있다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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