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맛에 연인들‘쪽쪽’
먹을수록 감칠 맛나는 요리도 매력
지금 386세대들은 아마도 혜화동의 ‘촛불 잔치’란 카페를 기억할 것이다. 온통 촛불로만 밝혀진 실내는 거의 심봉사 세상 수준이었다.
데이트 장소가 흔하지 않던 시절, 연인들은 촛불 잔치로 몰려들었다. 웨이터들은 주문한 드링크나 음식을 가져다 준 후에는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귀를 쫑긋 세우면 바로 옆 테이블의 연인들이 쪽쪽 뽀뽀를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치즈·코리앤더의 버섯 튀김
페퍼 소스 뿌린 조갯살 요리
민트 처트니로 맛낸 램찹
큰새우를 사용한 왕새우 구이
여러 가지 전채를 맛볼 콤보
관능적인 인도의 세밀화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실내(위). 카노피 베드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한다(아래).
베벌리 힐스에 새로 문을 연 너바나(Nirvana)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혜화동의 촛불 잔치가 생각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람에 춤을 추는 촛불 아래 서니 늘어가는 주름도 감춰지겠다, 마음은 촛불 잔치에서 연애를 하던 20대로 되돌아간다. 길게 드리운 카노피 침대 아래 라운지에는 앉아 있는 건지 누워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연인들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않으며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벽에는 풍만한 몸매의 여신과 사랑을 나누는 시바의 미투나 부조가 관능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안쪽에 들어선 것은 6피트 높이의 붓다 두상. 반개한 붓다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은 그가 세상을 향해 흘리는 연민의 눈물 같기만 하다. 힌두의 왕자가 혼자 꺼내 보며 은밀히 즐기던 관능적 이미지의 인도 세밀화는 한 벽면을 온전히 차지하며 잠들어있던 열정을 일깨운다.
벽난로에 타오르는 불빛 역시 로맨틱하다. 발아래 잉어들이 헤엄치는 냇물을 들여놓은 인테리어는 요즘 잘 나가는 베벌리 힐스 레스토랑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건너편에 위치한 인도 레스토랑 봄베이 팰리스(Bombay Palace)의 주인, 딥 세티(Deep Sethi)는 진정한 팬터지와 쾌락의 성을 이곳에 쌓아 올렸다.
보드카에 섞은 칵테일들이 온 몸 세포의 문을 하나 둘 열어제낀다. 보드카와 아마레또를 섞은 ‘완전한 희열(Absolute Bliss)’, 럼과 스파이스를 섞은 ‘부다의 포옹(Buddha’s Embrace)’도 좋지만 ‘열반(Nirvana)’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은 민트와 라임 향이 상큼해 3-4잔을 금방 비우게 된다.
전채와 메인 디시, 후식이 이곳에서는 아주 색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전희(Foreplay), 잃어버린 순결(Loss of Innocence), 그리고 후식에는 ‘관능적인 쾌락(Sensuous Pleasures)’ 또는 ‘곧 용서된 죄’라는 설명을 붙였다. 달콤함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을까.
페퍼 소스를 곁들인 조갯살 요리(Grilled Scallops), 토마토 양파 마늘 민트로 조리한 게살마살라(Crab Masala), 닭고기와 치즈로 속을 채운 무굴 스타일의 메추리 구이(Mughal Quail), 허니 머스터드를 곁들인 야채구이 롤(Vegetable Kebabs), 치즈와 코리앤더로 속을 채운 버섯 튀김(Stuffed Mushroom) 등 너바나의 전채는 색다름으로 가득하다.
메인 디시로 넘어가도 독특함은 변함이 없다. 민트 처트니로 맛을 낸 램찹(Lamb Chops Charbroiled), 생강 허니 요거트에 양념한 사슴 고기(Venison Chop Venison Chop), 인도 향신료로 양념한 야생 멧돼지 구이(Wild Boar Chop) 등 소재도 조리 방법도 맨 처음 들어보는 것 일색. 요거트와 크림, 치즈로 안을 채운 포타벨로 버섯 구이(Tandoori Portabello Mushroom)는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왕새우 구이(Charbroiled Jumbo Prawns)는 맛보다 우선 크기가 정말 큰 새우를 써서 감동적이다. 허브에 절인 가재 꼬리 구이(Smoked Lobster Charbroiled)도 탄두리 오븐에 구워 은근한 맛이 난다. 솔직히 음식들이 첫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수록 은은한 매력이 있다.
음식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인테리어. 사랑에 빠진 당신이라면 연인과 꼭 한 번 가볼 일이다. 그날 밤 이어지는 추억 만들기는 열반에 가까울 테니까. 이국적인 맛을 낸 것이 독특하다. <박지윤 객원기자>
Tips
▲종류: 퓨전 인디안 ▲오픈 시간: 주 7일 오후 6시-새벽 2시. 마지막 음식 주문은 11시30분 ▲주차: 발레 파킹 5달러 ▲가격: 전채와 샐러드는 7~14달러, 메인 디시는 18~39달러 ▲주소: 8689 Wilshire Blvd. Beverly Hills, CA 90211. 한인타운에서 Wilshire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Cienega를 지나면 Willaman Dr. 다음, Hamel Dr. 바로 전 오른쪽에 있다 ▲전화: (310) 657-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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