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서 한 암환자가 최신 치료요법인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받고 있다.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던 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타르세바·에르비툭스·BAY43-9006 등
종양 축소·제거해 5년 생존율 64%로
암세포만 골라 공격…부작용 적어 각광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에 이른다. 암환자 세 명 중 거의 두 명이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0년대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였다.
생존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암 진단과 치료법이 날로 발전해 왔고, 암에 대한 경각심으로 조기 검진을 통해 초기 단계에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생존율 64%는 평균수치다. 위암은 22.6%, 간암은 5.5%, 췌장암은 10%로 상당히 낮은 반면 자궁암은 67.3% 그리고 갑상선암 90%, 전립선암은 97.2%로 매우 높은 편이다. 흔히 암 진단을 받으면 사람들은 이를 사형선고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이 달 초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40차 미국 임상암학회(ASCO)에선 차세대 항암제들의 등장으로 말기단계까지 진행돼 치료가 까다로운 간암, 폐암, 두경부암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텍사스 의대 앤더슨 암센터의 로이 허브스트 박사는 “신세대 항암제 가운데 가장 전망이 밝은 것은 암세포 증식 분자신호를 차단하는 타르세바(Tarceva)로 수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살던 폐암환자 7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위약 투여 환자보다 2개월 더 오래 살았다”고 밝혔다.
또 62명의 말기 간암환자에게 타르세바와 함께 종양에 대한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아바스틴(Avastin)을 투여한 결과 21%는 종양 크기가 최소한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21%는 조금 작아졌으며, 45%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안정됐다. 허브스트 박사는 “기존 치료법으로는 약 절반의 환자가 1년 이내에 사망했을 것이지만, 새로운 항암제가 투여된 환자들은 81%가 1년 동안 생존했다”고 말했다.
타르세바와 유사한 에르비툭스(Erbitux)는 두경부암(뇌를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앨라배마 대학의 제임스 보너 박사는 “두경부암 환자 424명에게 방사선 치료와 에르비툭스 투여를 병행하자 종양 성장 속도가 둔화됐으며, 방사선 치료만 받은 환자들보다 생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암 진단 후 10∼20%의 환자만이 2년 넘게 생존할 만큼 치료가 어려운 신장암의 경우도, SU11248를 사용해 환자 63명 중 21명은 종양의 크기를 반으로 줄였고 23명은 종양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들은 인터루킨 2나 인터페론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계속 악화돼온 환자들이다. SU11248은 간암환자에서도 효과를 봤는데 63명의 간암 환자가운데 3분의1 이상에서 종양이 최소한 절반으로 작아졌고, 4분의1은 4개월간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3년이면 시장에 선보이게 될 BAY 43-9006이란 신약은 신장암뿐만 아니라 피부암에서도 효과를 보였는데, 3년 전 암진단을 받고 어떤 약도 효과가 없었는데 1년 동안 BAY 43-9006를 먹고 종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임상시험 보고도 있었다.
이 신약들은 암 세포의 성장이나 생존과 관련된 단백질과 유전자만을 골라 공격한다고 해서 ‘표적요법’(targeted therapy)으로 불리는 항암제들이다. 최근 암치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기존 항암제는 대부분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해 암환자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위장의 점막세포가 손상돼 구토와 설사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표적치료는 스마트 폭탄처럼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므로 부작용이 적다.
표적요법 항암제들 외에도 수술 분야에서의 복강경 시술, 한층 업그레이드된 방사선 요법 그리고 세 가지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치료법(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뽑아 이를 강력한 면역세포로 키운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과 유전자치료법(암세포에 암의 성장을 막거나 죽이는 유전자나 바이러스를 집어넣는 것) 등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거나 임상시험 중에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이용한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암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쬐는데, 암 부위별로 방사선 용량을 달리하는 세기 조절도 가능해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로이 허브스트 박사는 “새로운 항암제들이나 치료법이 당장 암을 완치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수년 또는 수십년간 생존기간을 연장시킴으로써 암을 당뇨병이나 심장질환과 비슷한 만성질병의 수준으로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지난 10∼20년간의 분자생물학과 실험실 연구를 환자에 대한 치료로 전환하는 단계에 옴으로써 이제 암 정복이라는 꿈이 현실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