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재권·성호씨의 멋진 전원생활
힘들어도 ‘색다른 삶’들 만나 행복한 나날
LA에서 멀지 않은 피라미드 레이크 RV 리조트를 인수한 이재권·이성호씨 부부.
LA에서 멀지 않은 피라미드 레이크 RV 리조트를 인수한 이재권·이성호씨 부부.
‘언젠가 은퇴하면 RV 한 대를 사서 드넓은 미국땅을 쉬엄쉬엄 여행하며 살리라’ 이런 꿈을 꾸어본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은퇴한 노부부가 아무 걱정 없이 RV를 타고 넓은 대륙을 누비며 자유롭게 사는 여유가 넘쳐나는 미국에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여행이 RV 대륙횡단이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이재권씨와 시인으로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이성호씨 부부가 RV 리조트를 인수하게 된 동기도 ‘미국에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다. 아울러 바쁜 이민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후회도 달랠 겸, 아예 RV 리조트를 구입했다는 이재권·성호씨 부부의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찾아보았다.
“RV(Recreation Vehicle)는 가족들을 ‘자연’속으로 인도합니다”
RV를 소유하고 있는 한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RV 리조트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RV는 침실도 있고 부엌도 있는 커다란 차, RV 리조트는 이런 트레일러나 모터 홈을 주차시키고 전기와 수도 등을 연결시키도록 시설이 완비된(Full Hook-up) 캠핑장이다.
이씨 부부가 두 달 전 인수한 피라미드 레이크 RV 리조트(Pyramid Lake RV Resort)는 LA에서 5번 프리웨이 북쪽 방향으로 55마일 가량 떨어져있다. 15년 전에 지어진 이 리조트는 워낙 멤버십으로 운영되다가 이들 부부가 인수하면서 퍼블릭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RV 리조트라고 해서 반드시 RV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RV 주차시설을 비롯해 샤워시설과 세탁실이 완비된 캠핑 사이트, 6개의 통나무 캐빈, 렌트용 트레일러 4대가 설치돼 있으며, 미니 마트가 있는 클럽하우스와 수영장, 자쿠지, 미니이처 골프장, 농구장, 어린이놀이터 등의 편의시설과 놀이공간이 갖춰져 있다.
RV 리조트를 인수한 후 전원 속에 묻혀 힘든 줄 모르고 하루 1만보 이상 걷는다는 이들 부부의 삶을 접하니, ‘늘 푸른 세대’라는 말이 떠올랐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순 있어도 마음만은 푸른 세대.
넓디넓은 리조트를 관리하느라 카트를 몰고 다니며 평생 일한 것보다 더 많은 육체적 노동을 하고 있다는 이재권씨. 글쓰는 사람으로 색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좋다는 이성호씨.
“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아버지와의 산행을 떠올리는 겁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산을 올랐는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대요. 아들은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오르지 못하겠다고 하고, 남편은 조금만 가면 정상인데, 사내자식이 여기서 포기하느냐고 힘내라고 소리치고. 결국엔 아들이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겨우겨우 정상에 올랐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 속 깊이 새겨졌나 봐요”
아이들이 자랄 당시 장난감 가게를 운영했던 이성호씨는 이 한마디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많은 장난감보다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오붓한 시간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가 후회하는 순간 이미 때는 늦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이씨 부부는 휴가 한번 즐기지 못하고 자나깨나 일만 하는 한인들에게 “아무리 이민생활이 바쁘더라도 어린 자녀에게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라”고 조언한다. 가족간의 사랑이 영글어 가는 가족 여행이 특별한 추억으로는 최고라는 것이다.
특별하다고 해서 고급호텔, 일류 식당을 고집하는 럭서리 여행을 의미하진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텐트를 짊어지고 캠핑을 떠나는 추억은 동심을 감동시킨다.
흙도 매만지며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뛰놀다가 밤이 되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하다 지치면 뒤로 벌렁 누워 별을 세는 그런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가족여행도 시기라는 게 있더라”고 강조하는 이씨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아이들은 가족 여행보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또래’ 여행을 좋아하게 된다”며 “이제 여유가 좀 생겼다 싶어서 중고생이 된 아이들에게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면,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오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는 아무리 바빠도 휴가철이나 연휴를 맞으면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레저 욕구가 대단하다. 그러나 매번 도심을 탈출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데, 큰 돈 들이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끼리 자연 속에서 연휴를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 캠핑장이다. 텐트에서 자는 것도 좋고, 통나무집이나 RV 트레일러에서 머무는 것도 뭔가 색다르다. 올 여름 가족여행은 RV 리조트를 찾아 낭만이 가득 넘치는 휴가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