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불교에서는 인생이 생사유전하는 윤회의 세계를 고해라고 한다. 괴로움이 바다처럼 끝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삼계를 윤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평생을 사는 이 세상이 고해라는 표현은 참으로 적절한 말인 것 같다. 섬광처럼 잠시 스치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은 온갖 걱정과 불안,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괴로움에 시
달리기 때문이다.
이 고해를 살아가는 인생은 사나운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에 떠 있는 일엽편주라고나 할까. 폭풍우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보면 때로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암초에 걸려 좌초하기도 하며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타이타닉호와 같은 초대형 선박이 바다 속의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듯이 아무리 자랑하는 인생도 이 고해에서는 암초에 부딪히면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인생에는 이런 암초가 많다. 다복한 가정과 승승장구하던 인생행로에서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모든 재산과 심혈을 쏟아넣은 사업이나 투자가 실패하여 빈털털이가 되기도 한다. 가정이 파탄하고 병을 얻어 생을 자포자기하게 되는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애써 쌓아올렸던 공든 탑이 무너지고 홍수나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폐허 위에 살아남은 사람처럼 망연자실하게 된다.
이런 위기는 누구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무지개는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날씨가 변하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이것이 위험신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우리의 인생에 위기가 온다.
누구나 인생에서 사업 고민으로 골치를 앓거나 가정불화로 자살을 생각해 보거나 가정의 우환으로 걱정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있고 나라에도 있고 우리 인류에게도
있을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관점에 따라서 정치 위기와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고 미국에서도 이라크 사태가 불투명하게 돌아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인생이나 나라의 운명은 이 위기에서 결정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무 탈이 없다. 그러나 위기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배가 순풍 속에 항해를 할 때는 항로의 방향만 잡아놓으면 저절로 가게 되지만 일단 폭풍우를 만나면 선장과 선원들이 필사적인 사투를 해야 배의 침몰을 방지하고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배가 난파하더라도 긴급 대책을 적절하게 조치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배가 난파했다고 삶의 의욕을 포기하거나 적절한 대책으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선원들이 생명을 잃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기를 당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개인이 인생에서 겪는 여러가지 위기를 딛고 일어서면 재기할 수 있다. 망했던 사업, 깨져버린 가정, 잃었던 건강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모두 회복할 수 있다.
국가가 당면한 위기도 극복하고 나면 새로운 번영을 누릴 수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능력이다. 능력을 가지고 난세를 극복한 사람이 영웅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으나 난세를 극복한 사람이 영웅임에는 틀림 없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필요한 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겠다는 정신과 용기이다. 정신을 집중하면 무슨 일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있고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불이 났을 때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불에 타서 죽는 것 보다 정신을 잃고 허둥대다가 질식되거나 압사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위기를 당했을 때 정신을 잃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위기의 원인을 냉철하게 풀어 나간다면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인생의 고해에는 수많은 암초가 있고 우리는 그 암초에 걸려서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더우기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이 미국생활에서는 이런 위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 위기에서 결코 좌절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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