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 메일답장 의사들에 진료비 지급
상담내용 파일에 저장 ‘시간 절약 효과’도
“능률저하·환자 프라이버시 침해” 반대도 많아
의사에게 급히 문의하거나 상의해야 하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발을 굴러 본 환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바로 e 메일 진료로 오는 8월부터 매서추세츠주 블로 크로스 및 블루 쉴드는 웹을 통해 환자를 받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칼센터, 카리타스 크리스티 헬스 센터, 메이스테이트 헬스 시스템의 일차 진료의들에게 진료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매사추세츠주 동부에서 가장 큰 의사 그룹인 하버드 밴가드 메디칼 어소시이츠와 하버드 필그림 헬스 케어 역시 환자-의사간 e 메일 프로그램을 실험중이다.
데이빗 아이브즈가 환자들이 보낸 e 메일을 체크하고 있다.
블루 크로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미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시중인 서너개 대형 보험사 및 고용주를 본받아 환자의 e 메일에 답장하는 의사에게 진료비를 지불하기로 한데 대해 자신들은 너무 바쁘고,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며, 제대로 진료비를 받지도 못한다면서 못마땅해 하는 의사들이 많다. 그러나 블루 크로스 간부들은 웹 진료는 의사들의 시간을 절약해줄 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 때문에 의사를 만나기를 기다리면서 환자들이 느끼던 짜증도 해소해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웹 진료에 환자측은 5~7분, 의사가 응답하는데 5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블루 크로스는 1건당 24달러를 의사에게 지불할 예정이다. 보험회사가 19달러, 환자의 코페이먼트 5달러가 합해지는데, 환자가 감기나 앨러지 같은 간단한 일로 사무실을 방문, 10분 정도 진료를 받았을 경우 보험회사가 지불하는 진료비는 25달러로 거기에는 환자의 코페이먼트는 포함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하는 처방약 보충이나 아주 짧은 e 메일에는 진료비가 지불되지 않으며 응급처치는 e 메일로 할 수 없다.
미국 의사중 환자들과 정규적으로 e 메일을 하는 이는 8%에 불과한데 현재 자신의 의사에게 e 메일을 보낸다는 미국인은 900만명, 앞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사람이 5,450만명이다.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병원의 경우 벌써 환자가 ‘페이션트사이트’라는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하면 방문 예약도 할 수 있고, 검사 결과도 볼 수 있으며, 의사에게 e메일도 보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병원 의사들중에는 e 메일 사용을 꺼리는 이가 많아 병원측은 동기부여 방안을 찾고 있다.
이 병원 의사로 환자들에게 언제고 e 메일을 보내라고 장려하는 데이빗 아이브즈는 아침 9시30분에 출근하면 곧 밤새 15통정도 쌓인 환자들의 e 메일부터 열어본다. 환자들에게는 24시간 내에 답장을 보낸다고 하지만 보통은 더 빨리 보낸다. 하루 종일 들어오는 환자들의 e 메일은 20통 정도인데 아이브즈는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고 믿고 있다. 환자와 전화로 통화하면 그 내용을 나중에 요약해서 환자의 파일에 적어 넣어야 하지만 e 메일로 하면 ‘페이션트사이트’가 모두 환자 기록에 저장해주기 때문이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화만 하더라도 용건 외에 잡담하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e 메일까지 하면 생산성이 저하되어 오진하는 일이 많이질 수 있으며,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보험회사로부터 진료비를 다 받을지도 의심된다는 것이다.
블루 크로스는 의료계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안전을 보장하는 캘리포니아의 ‘릴레이헬스’라는 회사가 개발한 웹 진료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의사에게만 진료비를 지불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e 메일을 보내려 하면 병명부터 증세까지 여러가지 질문을 퍼부어 마치 실제로 대면해 진료를 받는 것과 흡사하도록 만들어 놓은 이 소프트웨어에서 의사에게 짤막한 메모만 보내는 항목을 선택한 환자에게 답장한 의사는 진료비를 받지 못한다. 릴레이 헬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의사들에게도 월 59달러를 청구한다.
어쩌면 e 메일은 환자들만 원하는 서비스일지 모르지만, 한번 이용해 본 환자들은 그 편리함을 잊지 못한다. 캐럴 보트먼(61)은 의사를 바꿨다가 다시 아이브즈에게 돌아왔는데 이유중 하나가 바로 e메일 통신이었다. “전화는 언제 하건 의사와 직접 통화하지 못하므로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는데 e 메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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