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즐겨찾던‘그집 그 맛’
오믈렛 라면·스끼야끼 쫄깃 달콤
10달러미만 메뉴 새벽까지 붐벼
분식집 스타일의 인테리어
리틀 토쿄의 한 가운데 위치한 고라쿠
미소로 국물을 낸 라면
혀밑 구이 전채 요리
갈비 구이 스페셜
새콤한 소스 맛의 미트 볼
돈까스 카레 라이스
LA 필하모니의 연주를 듣고 난 뒤 영혼은 밥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만족스럽지만 육체는 반란을 일으킨다. ‘뭐 하느라고 이렇게 늦게까지 내게 밥을 주지 않는거야?’ 항변이라도 하듯 뱃속에선 쉬지 않고 꼬르륵 소리가 난다.
솔직한 고백 하나 할까. 제 아무리 LA 필의 상임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휘하는 날이라 할지라도 9시45분이 넘어갈 즈음이면 끝나고 어딜 가서 무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를 생각하느라 음악에의 몰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늦은 시각에 문을 연 레스토랑이 어디 그리 흔한가. 또 숨넘어갈 만큼 배가 고픈 지라 월트 디즈니 홀에서 먼 거리는 꿈도 꾸지 않는다. 그럴 때 가장 부담 없게 머리에 팍 떠오르는 장소가 바로 코우라꾸(Kouraku)다.
우선 코우라꾸는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좋다. 도대체 뭘 하느라 끼니를 놓친 건지 음악회가 끝난 오후 10시, 또는 자정에 가더라도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다. 리틀 토쿄에서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고 난 뒤 해장국 먹는 기분으로 들리는 곳이어서 그런지 새벽 3시까지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 남들도 다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면 얼마간 줄을 설 것을 각오해야 한다.
코우라꾸의 음식값은 짠돌이도 “내가 쏠게”를 자청할 만큼 싸다. 10달러를 넘어가는 건 없다. 해프 사이즈의 볶음밥과 라면 콤보도 8달러 정도면 먹을 수 있으니 말 다했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과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거야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 생활의 여유가 있는 중년의 신사들도 공부하느라 항상 배가 고프던 젊은 날, 그 추억의 맛을 기억 속에 들여놓기 위해 코우라꾸를 찾는다.
갈 때마다 가능한 한 여러 가지를 먹어보려 애쓰지만 가장 자주 시키게 되는 메뉴는 해프 사이즈의 볶음밥과 라면 콤보다. 스탠드 앞에 앉아 쉬지 않고 밥을 볶는 요리사를 엿본다. 기름을 둘둘 두른 프라이팬에 잘게 썬 고기와 야채를 듬뿍 집어넣고 커다란 주걱으로 쓱쓱 밥을 섞는다. 별 다른 것을 넣는 것 같지도 않고만 집에서 그대로 만들어보는 데도 이 맛이 안 난다. 위에는 요시노야에서 먹던 빨간색 생강을 얹어 주는데 요게 돼지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완전히 박멸하는 효과를 발휘할 줄은 누가 알았을까.
말간 육수 또는 간장 소스 국물에 말아주는 라면은 면발이 쫄깃쫄깃하며 돼지고기 편육과 삶은 계란 웃기를 건져 먹는 맛도 각별하다. 옆의 한 여학생을 보니 옥수수며 숙주나물, 미역을 엑스트라로 시켜 얹어 먹는 것이 여간 맛있어 보이질 않는다.
미소 국물을 베이스로 한 라면은 조금 걸쭉한 느낌이 있긴 한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한인들 말고도 메뉴에 있는 김치라면을 시켜먹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계란을 도톰하게 부쳐 달짝지근한 소스를 끼어 얹은 오믈렛 라면도 인기다. 이외에도 중국식 단단면 등 20여 가지의 국수 종류는 올 때마다 다른 걸 시켰는데도 아직 다 먹어보질 못했다.
코우라꾸에는 스시와 사시미 빼고는 거의 모든 일본식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스끼야끼(Sukiyaki)는 넓적한 냄비에 돌려 담은 달달한 고기와 두부, 곤약구가 아주 푸짐하다. 날계란을 풀어 찍어 먹으면 고기 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테리야끼(Teriyaki)도 적당히 익힌 고기 위에 뿌린 짭짤하면서도 달달한 소스 맛이 일품이다. 일본식 미트볼인 니꾸단고(Nikudango), 프라이팬에 볶은 쇠고기 요리 야키니꾸(Yakiniku), 생강으로 맛을 낸 돼지고기(Pork Shoga Yaki), 돈까스(Katsu, Pork Cutlet), 튀김 만두(Gyoza)도 마치 도쿄 거리의 바쁜 식당 것처럼 맛있다.
거의 모든 메뉴는 미소 수프와 라이스가 함께 서브되고 다 만들어놓은 것 가져나오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가 빨라 성격 급한 우리 취향에 꼭 맞는다.
Tips
▲종류: 캐주얼한 일본식과 중국식 ▲오픈 시간: 월-토요일은 오전 11시-새벽 3시. 일요일은 오전 11시-자정. ▲가격: 전채는 2.50-5달러. 메인 디시는 5-9.50달러. 현금만 받는다 ▲주차: 스트릿 파킹. ▲주소: 314 E 2nd St. Los Angeles, CA 90012 ▲전화 (213) 687-4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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