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친구들이 없었더라도 이번 연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
지난 4월 28일, 서울에서의 연주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무려 5년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서보는 날 위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도움을 주었다. 우선 LA로 이사온 후 만나서 약 7~8년째 친하게 지내는 친구 하나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대학 반주과 과장으로 있으면서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내 반주를 자청해 주었다. 피아노 협주곡을 연습할 때, 오케스트라와 함께 맞춰보는 것 대신 또 한 대의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파트를 쳐주는데,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그 곡을 배운 후 나와 함께 연습을 해 준 것이다.
그 친구 집에 그랜드 피아노가 두 대이기 때문에 항상 연습은 친구의 집에서 했는데, 갈 때마다 친구의 남편이 멋진 저녁을 차려주며 용기를 북돋워준 것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 렛슨에 따라와서 반주를 해주기도 하였고, 한국에서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할 때 너무 긴장하지 않도록 미리 사람들 앞에서 한 번 해보자며 자신의 집에 초청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쳐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까지 했다. 나중에 연주가 끝나고 느낀 일이지만, 확실히 그 때 그 친구의 집에서, 몇 명 안 되는 인원이었지만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했던 것은 나에게 자신감을 더해주었고 무대에 서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날 위해 내가 다니는 교회의 교인 두 분이 큰 도움을 주셨다. 내게 어떤 드레스를 찾느냐고 물은 후 미리 자신이 단골로 다니는 백화점에서 내 사이즈에 맞는 드레스들을 여러 벌 찾아놓으셨기에, 나는 그저 두 분과 함께 그 백화점에 가서 미리 준비된 드레스들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었다.
옆에서 옷 입고 벗는 시중을 다 들어주시고,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두 번이나 그 백화점에 나오신 두 분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덕분에 단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을 수 있었고, 연주 당일 내 드레스는 큰 히트를 쳤다. 체형의 결점을 완벽하게 커버하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많은 이들이 부러워했다.
한국에 도착하여 유학시절 나와 룸메이트를 하다가 졸업후 귀국한 후배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 친구가 좋은 피아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습하기도 좋았고, 자신의 스케줄을 최대한 조절해서 자신의 차로 날 항상 데리고 다녀주었으며, 연주에 불편이 없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연주 당일에도 동네 슈퍼에서 김밥을 사서 무대 뒤 대기실에 있는 내게 전해주는 등 내 모든 일정을 꼼꼼히 챙겨주어서 덕분에 정말 편한 마음으로 먹고 자고 연습하며 연주 준비에 임할 수 있었다.
유학시절 나와 룸메이트를 하다가 졸업해서 한국으로 간 친구가 또 하나 있었는데, 그 언니의 전폭적인 도움과 희생 또한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한국에 도착하던 날 새벽부터 날 마중나와 주었고, 한국을 떠날 때까지 ‘매니저’를 자청하며 내 대신 모든 일들을 처리하고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정말 든든했다.
내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 언니는 초대할 사람들 목록을 작성하고, 일일이 전화해서 초대했으며, 연주 당일 관객 중 그 언니네 식구들만 10명 가까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덕분에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까지 모두 연주에 와 주었고, 연주회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엄마와 외할머니, 고모 등을 무대 뒤 대기실에 모시고 와서 나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언니는 내가 서울에 갈 때마다 자신의 단골 미용실에 나를 데리고 가곤 했는데, 이번에 그 미용실에 가보니 내 연주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미용실 원장님과 화장하는 분이 표를 네장씩 구입해서 연주회에 와 주시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연주 당일 날, 두 분은 최선을 다해서 머리와 화장을 해 주셨고,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멋지고 예쁘게 변해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앞에 말한 이들 외에도 연주 잘 하라며 점심과 저녁을 사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 들 등 일일이 다 열거를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게 도움을 주었다.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들었던 안도감과 만족감보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도움이 더 큰 감동으로 남는다. 나는 참 세상을 잘 살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그들 덕분에 어려운 연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새라 최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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