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본에 지중해연안·미국식 결합
고기요리등 30년 경력 주방장 손맛 훌륭
세월이 지나도 옛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컴퓨터가 보편화된 21세기에 아직도 구식 타이프라이터로만 글을 쓰는 작가, 그 편한 디지털 카메라를 마다하고 35미리 카메라라야 제대로 된 작품을 찍을 수 있다는 사진 작가, 세상과 섞이지 않는 이들의 고집은 칼로 벨 듯 예리한 작품을 낳을 때 오히려 신화적 타당성을 부여받는다.
우드랜드 힐스의 레스토랑, 브랜디 와인(Brandy Wine)이 바로 그런 곳이다. “메뉴 좀 갖다 주세요” 라는 말에 웨이터는 낑낑대며 무거운 칠판을 앞에 가져다 놓는다. 잘 인쇄된 종이 메뉴에 익숙한 우리들은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나 보던 칠판과 백묵 글씨를 대하는 순간 노스탈지아에 젖어든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음식이 아무 곳에서나 대할 수 있는 흔한 맛이 아님을 확인할 때 칠판과 백묵 메뉴 판은 이 작은 레스토랑에 대한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그리 세련되지 않았지만 아늑한 인테리어 역시 추억을 일깨운다. 4개의 테이블에 6개의 부스로 나눠진 실내는 감각은 없지만 쓸고 닦고 청소 잘하는 아내가 꾸민 스위트 홈처럼 정겹다. 부스에 드리워진 커튼을 보며 한국에서 갈 데 없는 연인들이 자주 찾던 얄궂은 카페에 쳐있던 커튼 칸막이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새우 전채
가잿살 메달리온 전채
거위 구이
크로부타 포크찹
크랩케이크 전채
홍합 찜
그리스식 칼라마리
브라타 샐러드
매일 조금씩 바뀌는 메뉴는 프랑스 요리를 기본으로 지중해 연안과 미국식을 결합한 것. 주방장 쟝뤽 로소니(Jean Luc Rossoni)는 겨자로 유명한 디종 출신이다. 디종을 중심으로 한 버건디 지방은 프랑스 요리의 자부심을 확인시켜 주는 지역.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전세계 음식 축제(Foire Gastronomique)에서 여러 지방 요리를 대할 수 있었던 것을 그는 행운으로 여긴다. 30년 경력을 가진 그는 르 상그리에, 라 까셰, 와인 비스트로 등 LA의 내로라하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거쳐 9년 전, 이곳에 닻을 내렸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와 외식하면서 음식값 따지는 건 어머니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브랜디 와인의 두 가지 전채 가격은 아무래도 좀 비싸다 싶다. 프와 그라(Sonoma foie gras)는 다른 곳에 비해 두껍긴 하지만 웬만한 메인 디쉬보다 높은 32달러, 가잿살 전채 요리(Lobster medallions with caviar)는 39달러. 이보다는 그리스 식 칼라마리(Calamari Greco), 홍합이나 조개 찜(Steamed mussels or clams), 달팽이 요리(Escargot)가 훨씬 낫다. 특히 새우 전채 요리(Spicy rock shrimp)는 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실란트로 등 우리 입맛에 익숙한 양념들로 조리해 입맛에 딱 맞는다. 녹을 듯 부드러운 브라타 치즈 샐러드(Burrata mozzarella plate)와 쌉싸름한 맛의 아루굴라 샐러드(Arugula and parmesan salad)도 담백한 전채. 시저 샐러드(Ceaser salad), 시금치 베이컨 샐러드(Spinach and bacon salad)를 주문하면 무슨 마술쇼라도 부리듯 눈앞에서 기름병을 높이 들며 드레싱을 만들어 즉석해서 샐러드를 무쳐준다.
브랜디 와인은 고기 요리를 참 잘 한다. 샤또브리앙(Chateaubriand)은 두껍게 썬 더블 사이즈의 쇠고기 스테이크. 나폴레옹 시절, 몽미레이유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프랑스의 작가이자 국가 관리였던 프랑소와 샤또브리앙을 위해 만들었던 이 요리는 대표적인 프랑스 메뉴가 되었다.
브랜디 와인은 프랑스에 가지 않고도 샤또브리앙을 맛볼 수 있는 곳. 보르도레즈 소스 또는 태레건 향이 느껴지는 베아르네즈 소스 두 가지를 함께 내는 것 역시 원조 그대로다. 이외에도 후추 소스(Au poivre)로 조리한 것 등 5가지 쇠고기 요리 모두 훌륭하다.
포크찹은 최상품 버크샤이어 품종을 사용한 쿠로부타 포크(Kurobuta Pork). 거위 요리(Muscovy duck breast), 양고기 구이(Rack of lamb)도 재료 하나만큼은 돈 꽤나 줬겠다 싶을 만큼 신선하다. 신선한 생선(Fresh Fish), 조갯살(Jumbo sea scallops), 대하(Jumbo shrimp) 요리, 부이야베스(Seafood soup) 등 해물 요리도 다양하고 프로방스 스타일로 준비한 개구리 뒷다리 요리(Frog legs provencale)도 맛볼 수 있다.
눈앞에서 준비해주는 크레페 수제트 등 후식은 꿈꾸듯 달콤하고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등 와인은 레스토랑 이름답게 다양한 셀렉션을 갖추고 있다.
Tips
▲종류: 프랑스와 지중해 연안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콘티넨탈 요리. ▲오픈 시간: 런치,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디너, 월-토 5:30-10:30.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격: 런치와 디너 전채는 6-16달러. 수프나 샐러드가 따라나오는 메인 디시는 13-25달러. 디너 메인 디시는 21-45달러. 프와 그라 전채는 32달러. 랍스터와 스테이크 콤보는 80달러. ▲주차: 뒤쪽으로 무료 주차장이 많다. ▲주소: 22757 Ventura Blvd., Woodland Hills, CA. 91364.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Shoup Ave.에서 내려 좌회전, Ventura Bl.를 만나 우회전해 가다 보면 Fallbrook Ave.와 만나는 지점, 오른쪽에 있다. ▲예약 전화: (818) 225-9114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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