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여왕’에 취해 잠들고…
음식에 사용되기 보다 신경안정·피부미용 효과
마르면 향기가 더 짙어져 28종류의 소저목 다년초
해충 쫓는 방충제로도 간질병·현기증에 특효
향의 여왕으로 불리는 라벤더는 수많은 허브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인기 품종이다.
라벤더의 매력은 초여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에 펼쳐진 보라색 물결의 풍경과 짙은 향기일 것이다.
허브 중에서도 라벤더는 음식에 사용되기보다는 주로 신경안정 효과나 피부 미용을 위해 향을 사용하는 허브이다.
라벤더라는 이름은 라틴어의 lavando 에서 비롯된 것으로 lavare 즉 ‘씻는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 꽃을 목욕탕 물에 넣어서 몸을 향기롭게 했으며, 중세에는 세탁물의 향을 내는데도 사용되었다.
또 라벤더의 정유는 방향 요법에 진정제로 이용되었다.
라벤더는 마르면 향기가 더 짙어지고 또 향이 오래 지속되는데, 옛날에는 라벤더 향이 머리를 맑게 해주고 피로를 회복시켜서 활력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라벤더 향수를 두통의 명약으로 이마에 바르기도 하고, 간질병이나 현기증으로 쓰러졌을 때 약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라벤더의 향기는 청결, 순수함의 상징으로 쓰였는데, 기독교의 전설에는 라벤더가 원래는 향기가 없는 식물이었으나 성모 마리아가 이 꽃덤불 위에 아기 예수의 속옷을 널어 말린 후부터 향기가 생겨났다고 전하고 있다.
라벤더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0.15에서 1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현재 28종 이상의 변종이 있으며 상록 소저목의 다년초인데, 종류에 따라 6월 중순에서 8월 초순까지 약 50일 동안 보라색, 자색, 분홍색, 백색 등의 꽃이 핀다. 방향유 성분이 잎과 꽃의 표면을 얇게 덮고 있어 빛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관상용 허브로 인기가 높은데, 개화기 때는 그 화려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허브 중에서도 라벤더는 발아와 생육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특히 신경을 써서 재배해야 한다. 여름의 습기와 더위를 싫어하고 비옥한 땅보다는 유기질이 적은 석회질 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에 배수와 통기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라벤다는 프랑스가 가장 유명하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호주, 헝가리, 소련 등에서도 산업적으로 재배하여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 북해도에서도 관광자원으로서 재배하고 있다.
라벤더는 17세기 말께부터 기절한 사람을 깨어나게 하는 약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라벤더 꽃을 모자에 꽂기만 해도 두통이 낫고 머리가 상쾌해진다고 믿었으며 심지어는 모자 속에 넣어서 머리에 쓰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라벤더 향은 마음을 진정시켜 평안하게 하고 편히 잠들게 하므로 프랑스의 찰스6세를 위해 라벤더의 꽃으로 속을 넣고 쿠션을 만들게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상류층에서 장수의 비결로 라벤더와 로즈마리를 넣고 만든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는 것이 유행했었다.
미국에서도 라벤더 꽃은 방충제로서 모기나 파리 등의 해충을 쫓는 데 이용하였으며, 라벤더 오일을 바르면 모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동물원의 사자나 호랑이에게도 이 향기를 맡게 하면 순해진다고 하니 라벤더의 진정효과가 동물에게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으며, 개구장이 어린아이를 목욕시킬 때 욕조에 라벤더를 띄우고 씻기면 조용히 목욕시킬 수 있다고 한다. 라벤더 오일은 살균, 소독, 방부 작용이 있어서 모든 외상의 치료에 사용되었는데, 1차 세계대전 때는 부상병의 치료에도 이용했다.
라벤더의 정유 성분으로 만든 화장수는 피부를 긴장, 완화시켜주며 말끔하고 촉촉하게 재생시켜주는 세정 효과가 있기 때문에 거친 피부에 효과가 크다. 라벤더로 차를 끓여 마시면 진정 작용에 효과가 있고 진통과 두통을 없애주며 기분을 좋게 해서 숙면에 도움을 준다.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라벤더를 쿠키나 케이크, 사탕을 만드는 데 첨가하였다.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라벤더 식초를 샐러드의 드레싱이나 마리네이드의 향미로 이용하는 정도이다. 화려한 색의 꽃잎과 강한 방향 때문에 포푸리로 적격이고 염색하여 장식에도 많이 이용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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