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은 자칭 ‘공처가 협회 회장님’이시다. 결혼 초부터 따라붙은 이 직함은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결혼 초에는 ‘자칭 + 타칭 공처가협회 회장님’이셨고 지금은 단지 ‘자칭 공처가 협회 회장님’일 따름이다.
결혼 초부터 왜 이 묵직한(?) 직함이 붙었는고 하니 우리의 신혼살림이 어떤가 무척 궁금해하는 남편의 친구들이 퇴근 후 가끔 우리 집을 예고도 없이 기습 방문을 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하필이면 남편이 부엌에서 그릇을 달그락거린다든지 하니 문 베이비인 우리 첫딸 아이를 업고 아이를 어르며 방안을 서성이는 걸 들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찍 소리 한번 못하고 꼼짝없이 고스란히 이 회장 감투를 둘러썼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 주위에 공처가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놓을 쟁쟁한 분들이 있어 남편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소개를 하자면 떨처가(아내를 보면 벌벌 떤다), 벽처가(아내를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리고 벽을 더듬는다), 기처가(아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설설 기다가 아예 기절을 해 버린다), 경처가(아내를 보기만 해도 깜짝 깜짝 놀라고 경기를 일으켜 뻗어버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분들이 이런 명함을 자랑스럽게 내놓을 뿐 아니라 행복해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부인들은 또 어떤지 아는가? 이런 남편들을 얼마나 끔찍이 위하며 잘 섬기는지 모른다. 자기 남편에 대해 한마디라도 안 좋은 소리했다간 큰일 난다. 절대 자기 남편 편이고 자기 남편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내 주위에 이런 분들이 많아서 참으로 좋다.
동양선교교회 원로 목사님이신 임동선 목사님의 설교에 “남편들이여, 아내에게 져주어라. 남자가 되어 여자에게 이기려하는 것처럼 못나고 치사한 일은 없다”고 하셨는데 백번 옳은 말씀인 것 같다. 강한 사람만이 져줄 수 있고 져줄 수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자기가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약한 여자에게 이기는 남자? 좀 우스꽝스럽고 그림이 좋지 않다.
남자는 남자끼리 서로 치고 박고 싸워야 그 싸움이 정정당당해 보이고 싸움답지, 약한 여자를 상대로 치고 박고 싸우는 남자를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남자라면 그런 남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은데.
요즘은 또 남편에게 폭행을 가하는 아내가 있다는 웃지 못 할 쇼킹한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정말로 믿고 싶지 않은 얘기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 아내는 자기의 복을 자기가 차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얻어 맞아주는 남편이 정말 좋고 어진 남편이라는 걸 알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알아서 잘 모시고 섬겨야지 착한 걸 가지고 무능한 남편으로 여겨 그렇게 함부로 남편을 대해서야 되겠는가?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나는 남편을 비롯한 자칭 공처가, 자칭 떨처가, 자칭 벽처가, 자칭 기처가, 자칭 경처가들이 가장 아내를 사랑하는 강한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강한 남편이 쩔쩔 매주지 않는다면 우리네 약한 아내들이 어찌 기를 펴고 행복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쩔쩔 매주는 척 하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남편으로 인해 나는 매일 하나님께 감사한다.
자칭 공처가 협회 회장님이신 나의 남편께서는 오늘 새벽에도 같이 차를 타고 교회에 가며 조용히 내 손을 잡아준다(우리 둘이 있을 때만).
그러는 남편에게 나는 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건강’에 나오는 아이디어로 인사한다. “여보, 오늘이 월요일이네요. 월등하게 웃는 월요일” 화요일에는, “여보, 오늘은 화사하게 웃는 날” 수요일에는, “오늘은 수수하게 웃는 날” 목요일에는, “목숨 걸고 웃는 날” 금요일에는, “금방금방 웃는 날” 토요일에는, “토실토실 웃는 날”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웃는 날”
나의 아침 인사에 남편이 반응을 잘해주어서 이제는 실~실 잘 웃는 실없어진(?) 남편을 보며 과연 자칭 공처가 협회 회장이심을 다시금 실감한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더 우러러 보인다. 오늘도 차가운 새벽 공기가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신은실<사모>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