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그대 손길만 기다려요”
다른 허브 비해 눈길 끌만한 특징 없지만
모든 향료와 어울려 가장 알맞은 맛을 내
허브의 향이 코를 스치는 계절이다. 평소에는 허브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봄철에는 어쩐지 허브가 잔뜩 들어가는 요리를 하고 싶어진다.
베이즐, 타라곤, 로즈메리, 오레가노, 세이지 등 여러 종류의 허브가 제각기 강한 향과 예쁘게 피는 꽃, 달콤한 맛으로 요리사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하지만, 타임만은 눈길을 끌만한 그 무언가가 없이 조용히 요리사의 손길만을 기다린다.
타임은 제일 먼저 손이 가는 허브는 아니지만, 훨씬 더 향과 맛이 강한 다른 허브들과 잘 어울려서 요리의 맛을 살려주는, 주방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허브 중 하나이다.
타임은 신선한 파슬리와 월계수 잎과 함께 사용하면 여러 종류의 스프, 스튜, 그리고 소스의 맛에 깊이를 더해주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해가 잘 드는 지중해의 완만한 언덕이 원산지인 타임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말려서 사용하는 허브 다발에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프로방스 허브는 타임, 로즈메리, 라벤더, 세이보리(Savory)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임, 베이즐, 세이보리, 회향(Fennel), 라벤더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어떤 경우에도 타임과 라벤더는 빠지지 않고 꼭 포함된다는 점이다. 어떠한 조합의 허브를 사용하든지 타임은 고기의 양념, 스튜, 소스, 샐러드의 드레싱 등에 항상 사용되어 그때 그때마다 다른 허브들의 살릴 맛은 살리고 죽일 맛은 죽여서 가장 알맞은 맛을 내는 조화로운 허브이다.
타임의 종류는 무려 100여가지에 달하는데, 주방에서 주로 사용되는 타임은 레몬 타임, 캐러웨이 타임, 그리고 보통 타임 세 가지 종류이다.
레몬 타임은 키가 작고 곧게 자라며, 잎이 하트 모양이고 잎의 둘레에는 노란색 테두리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레몬과 같이 톡 쏘는 맛이 있지만, 다른 종류 타임보다 전체적으로 향이나 맛이 약한 편이다. 레몬 타임은 그래서 해물 요리나 디저트의 시즈닝으로 많이 사용된다.
캐러웨이 타임은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한 타임의 종류 중 하나인데, 육류의 양념에 사용하면 매우 특별한 맛을 낸다. 특별히 와인과 마늘과 함께 사용할 경우 최상의 육류용 양념이 된다.
키가 매우 작으며 촘촘하게 서로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마치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듯이 보이는 캐러웨이 타임은 주방에서보다 정원을 가꾸는데 더 많이 쓰인다. 정원에 돌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면, 돌과 돌 사이를 메우는데 캐러웨이 타임을 사용하면 마치 초록 카펫 위로 돌들이 놓여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보통(common) 타임은 가든 타임이라고도 불리는데, 바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임이다. 키가 30㎝ 정도이고, 잔뿌리가 많은 뿌리에서 사각 모양의 줄기가 나와 위로 올라가며 곁가지를 많이 친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물이 잘 빠지고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타임의 기름 성분이 좀 더 농축되어 향이 더 강해진다.
타임의 향은 타임에 함유된 기름 성분에서 나는 것이므로, 조리를 하면서 타임을 넣을 때는 초기에 넣어서 기름 성분이 음식에 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타임이 처음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기원전 3천년 전 수메르 사람들이 타임을 방부제로 사용했다는 것이 첫 기록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타임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언덕은 야생 타임으로 뒤덮여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은 타임을 약제로, 마사지와 목욕용 오일로, 성전에서 피우는 향으로, 또한 힘과 에너지를 얻게 해준다는 설이 있어서 최음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타임(thyme)의 어원 또한 그리스어인데, ‘용기’를 뜻하는 thymon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타임의 작디작은 이파리와 델리케트한 꽃, 그리고 미세하면서도 매혹적인 향은 역사적으로 타임을 신비한 허브로 여겨지게 하였으며, 주방에서도 타임은 신비한 힘을 발휘하여 같이 사용되는 다른 모든 허브들의 향과 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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