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쩍 말라 가뭄에 비틀어진 나뭇가지가 비비꼬여있는 듯하게 생긴 녀석의 눈동자는 휑하니 쑥 들어가 있었고, 광대뼈는 볼썽사납게 두드러져 있었다. 날 쳐다보는 폼새가 ‘지까짓게 뭔데... 잘난 척하고, 날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야? 뭐야?’ 라는 뜻임에 분명했다.
녀석의 약물 경력 벌써 5년째, 그때 나이 19세, 하고 있는 일은 놀고먹고, 기분 내키면 학교에 감, LA 가장 큰 교회에서 찬양리더로 잘난 체하고 있음, 집안은 너무나 부유함. 이상이 내가 아는 녀석에 대한 사전지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나 오냐오냐하며 자라다보니, 누구를 대하든 거침이 없었고, 상대를 무시하는 습관도 있는 듯했다. 이런 녀석을 수년 째 선도를 하고 있다. 3년 정도를 녀석과 알고 지내게 되었을 때, 녀석에겐 또 한가지의 나쁜 습관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허물없이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면서, 마치 무용담처럼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 열심히 친구들의 호주머니를 털었으며, 어디를 가든지 들키지 않고, 물건과 돈을 훔칠 수 있음을 자랑스레 말하는 녀석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흥분으로 번지고 있었다. 또한 얼마 전 자신이 살고있는 L지역의 동네 하우스를 돌며 차를 따고, 유명 골프채를 몇 개를 건졌는지 모른다면서, 몇 대 ‘확~’ 패주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것이었다. 녀석은 훔치는 것을 ‘뽀리’라고 지칭한다고 했다.
돈도 많은 녀석이 왜, 약을 하는 것도 모자라 남의 물건에 손을 데는 것일까? 녀석은 “재밌잖아요. 그리고 내 것은 아깝잖아요.” 남의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는 것일까? 자기에게는 아주 작은 것이고 재미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단돈 20불이 일주일 마켓값일 수도 있다. 이렇게 왕싸가지인 녀석을 그래도 불쌍해서 열심히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6년이 넘어서던 어느 날, 가끔 전화하여 ‘수고한다’는 말씀만 하시던 녀석의 어머니가 나에게 저녁대접을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혀 바라지도 않았고, 6년 동안 그 집에 드나들면서 단 한번도 그 흔한 커피한잔 얻어먹은 적이 없었던 나는 저녁을 준비했다는 말씀에 엄청 감동을 받았다. 내가 당신의 아들을 돕는 일을 아주 당연하게만 여기는 줄 알았었는데.., ‘아~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후회하면서 녀석의 집에 들어섰다.
식사 전, 소파에 앉아서 아버지와 녀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벌써 저녁준비가 되었는지, 빨리 다이닝룸으로 오라고 큰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집이 너무나 넓어서 부르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식탁으로 가고 있었지만, 어느새 녀석의 동생과 나머지 식구들은 다 식탁에 앉아있었다. 식탁에 가서 앉는 순간 ‘아, 내가 괜히 왔구나’ 했다. 반찬이라고는 달랑 꽁치 다섯 마리, 김치 그리고 밑반찬 몇 개. 식구 수만 다해도 나까지 6명인데, 꽁치조차도 한사람 앞에 한 마리도 돌아가질 않으니 “목사님,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우리애가 목사님 때문에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감사해요. 많이 드셔요.”
나는 도저히 꽁치를 단 한 젓가락도 먹을 수가 없었다. 다섯 마리의 꽁치는 그 집 식구 수대로 한 마리씩 몽땅 먹어치웠다. 순간, 나는 백만 불이 넘는다는 그 호화스러운 부자 집이었기 때문에, 녀석을 6년이나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한 것은 아니었나? 내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그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미식거림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있는 자의 베풀지 못하는 이기심에 대한 분노일까. 많은 이들은 갖은 자 앞에서 절절맨다. 가난한 자 앞에서 가호를 잡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갖은 자가 자신에게 단돈1불이라도 주었던가? 가난한 자라해서 그 사람이 단돈1불이라도 자신들에게 달라고 하였던가? 그런데 왜 우리는 물질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일까? 그 날의 미식거림은 아마도 오늘 나눔 선교회를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시너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꽁치 다섯 마리에 감사한다.
한영호 목사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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