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목사, 뉴욕지구 한인목사회 협동총무)
415 총선 치르면서 극도로 분열됐던 마음을 추수리고 이제는 다시 일상을 찾아야 할 때이다. 민주정치에서 새 일꾼을 뽑는 직접투표 선거는 멋진 게임이요 가장 흥분되는 거국적 축제 한마당임에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 60%를 넘는 투표율은 어느 때 보다도 뜨거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고, 현 정부의 정치개혁법 실시로 저질 선거풍토는 이제야 한국에서 사라진 것 같다. 한국민주주의도 성장 발전해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축제는 이제 끝났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지난 회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꾼을 뽑아 새날을 위임했다. 자기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라도 승복하고 국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평상심을 회복해서 당분간은 정치적 표명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를 통하여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심리적 이상증후군이 발생해서 공격적이 되고 안정감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 전야부터 심상치 않은 역사적 사건들로 점철됐다. 정부와 언론간의 적대적 대립은 대통령이 재신임 발언을 하게 하더니 급기야는 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을 가져왔다. 또 후폭풍을 맞아 거대 야당이 괴멸되고 열세의 여당이 다수당으로 부상하는 반전을 만들어 내었다. 영화보다 재미있다. 오류와 성장, 진통 끝에 ‘국민의 한 표’의 힘
을 보여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과 진보적인 민주당이 번갈아 돌아가면서 정부를 구성한다.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입듯이 자연스럽게 국민이 돌아가며 정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류 선두주자가 경제를 치고 나가게 하는가 하면 그 다음 선수는 복지를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러한 미국식 정치체제를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모델로 본다.
한국에서는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접선거 이후 노태우 군부 계승자와 김영삼 정부는 다름없는 보수정권이었다. 그를 이은 김대중 정부는 그가 평생을 시사해 온 이미지와는 달리 좌익 콤플렉스 때문인지 노벨평화상 때문인지 전혀 개혁의지를 실천하지 못했다.
그가 공헌한 것은 호남인의 천년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씻어 주고 각계각층에서 호남인의 위상을 평균적으로 회복시키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확실히 보수주의 성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부는 사실상 대한민국이 맞이한 최초의 개혁주의 정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4 15 선거결과로 나타난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은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이다. 보수주의 정책은 빈부의 차를 심화시키고 결국은 사회주의를 태동시킨다는 예의 진화론이 다시금 적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결코 진보파로 자처 할 수 없고 그렇게 매도해서도 안 된다. 누가 뭐 래도 ‘중도파’인 것이다. 기분 나쁜 사람은 확실하게 진보당으로 가면 된다.
현 정부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색깔론’을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정론은 진보와 보수를 구별해야 하겠지만 현실정치는 두 날개를 가져야 한다. 역사는 당연히 발전하고 정치는 민주를 지향한다. 그러나 선거에 의한 변화는 혁명이 아닌 개혁으로 서서히 자연스럽게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특정 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민생(民生)이 제일 과제이다. 불안감과 위화감을 동시에 치유해야 한다.
“개혁과 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노 대통령이 칩거에 들어가야 하면서 남긴 말이다. 다수의 국민은 그와 개혁을 선택했다. 국회의 지지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이제 행정부와 입법부의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하여 민생 우선의 정치를 해야 한다.
피와 눈물로 산 민주주의는 절대로 허약할 수 없다. 참된 민주주의 안에는 승리도 파멸도 없다. 화해 속에서 다만 끊임없이 개혁해 나갈 뿐이다. 조국이 성장과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아름다운 나라로 다시금 도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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