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우리 못 따라온다”
▲ 아늑한 분위기 실내서 생선 구이를 발라주는 살바또레.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 담백함이 ‘철철’
지방색 강한 토속적인 음식 우리 입맛 당겨
“한국음식 제일 잘 하는 식당, 어디예요?” 외국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감해진다. 전주비빔밥 잘하는 집? 함흥냉면 잘하는 집? 그도 아니면 제주도식 흑돼지 구이전문점? 고 좁은 땅덩이 안에서도 팔도 곳곳마다 내로라 하는 별미는 물론 김치 담그는 방법까지 다른 것이 한국.
음주가무와 축구 좋아하는 것이 지중해의 코리아를 보는 듯한 이탈리아 역시 지방색 강한 토속 음식이 발달돼 있는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19세기 후반 가리발디 장군이 반도를 통일할 때까지 작은 공국들로 나뉘어져 있었던 이탈리아. 단일화된 정치적 공동체의 부재는 각 지방에 따라 토속적 성향이 강한 음식들을 발전시켰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 시칠리아(Sicilia)는 본토와 또 다른 지역성을 띤다.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과 강렬한 태양빛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올리브와 토마토를 생산해낸다. 비옥한 땅이 키워낸 토마토와 오렌지는 터질 듯 달콤하다. 시칠리아에서는 지천에 깔려있는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해산물 요리는 우리나라 남도 음식처럼 맵고 짜며 강한 맛이다.
학교 갔다 온 아들 행여 배고플까봐 끼니 전, 찬밥에 있는 반찬 되는 대로 집어넣고 쓱쓱 밥을 비벼주는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소박하고 부담 없는 맛. 조선팔도에서 뼈대가 굵은 당신이라면 분명 단박에 시칠리아 요리를 좋아할 것이다.
패사디나의 첼레스티노 리스또란떼(Celestino Ristorante)는 원조 시칠리아 요리 전문점. 시꺼먼 눈썹에 짙은 눈동자가 부리부리한 시칠리아 남자들은 스스로를 절대로 이태리 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 시칠리아 사람이걸랑요(We are Sicilian).” 이 한 마디에 담긴 오만할 정도의 자부심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첼레스티노의 주인, 깔로제로 드라고(Clarogero Drago) 역시 시칠리아의 음식과 와인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워낙 맛있는 요리를 많이 갖춘 첼레스티노에서는 앞으로 약 석달간, 6월말까지 특별히 시칠리아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칠리아 산 튜나는 일식집에서도 최고로 치는 품질. 얇게 저민 참치 회에 쌉싸름한 루꼴라 샐러드를 곁들인 전채(Carpaccio di Tonno)는 단순, 담백한 맛이 일품.
한식집에 와서 해물파전을 먹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의 생선 타르트(Tortino di Bianchetti), 레드 와인에 졸인 문어(Zuppetta di Polipetti)는 어릴 때부터 먹어온 우리 음식들처럼 친숙한 맛이다.
시칠리아 파스타를 맛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아티초크, 체리토마토, 새우로 소를 채운 만두(Ravioli di Carciofi), 오렌지향을 더한 지중해식 해물 리조또(Risotto alla Mediteranea), 참치 알로 조리한 스파게티(Spaghetti alla Bottarga)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어제 먹다 남은 페네에 토마토 소스를 더한 후 오븐에 구워 낸 것이 분명한, 다시 말해 버리기 아까운 음식을 재활용한 파스타(Timballo di Pasta)도 소박하면서도 입맛 당기는 별미.
한 마리 통째로 조리한 바다농어(Branzino al Sale)는 겉에 씌운 밀가루 반죽이 생선의 기름기를 모두 흡수하고 난 뒤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담백하다.
가볍게 튀김옷을 입혀 팬에 지져낸 생선(Trancio di Pesce)과 은행을 넣어 조리한 양고기(Filetto d’Agnello) 역시 시칠리아 인들의 고개를 빳빳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만큼 맛있다.
Tips
▲종류: 시칠리아 전문 이태리 식당.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디너는 월-토요일 오후 5-10시까지. ▲시칠리아 메뉴 가격: 전채는 10-13달러, 파스타 종류는 14-18달러, 메인 디쉬는 23-28달러, 후식은 7달러. 4코스 세트 메뉴는 48달러. ▲주차: 발레 파킹. ▲주소: 141 S. Lake Ave. Pasadena, CA 91101. 110번 N. → Arroyo Parkway → Green St.에서 우회전, Lake Ave.에서 다시 한번 오른쪽으로 돌면, 오른쪽에 있다. ▲예약 전화 (626) 795-4006.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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