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스킨케어
요즘 날 보고 얼굴 좋아졌다는 사람들이 많다. 팽팽해졌다는 사람도 있고 주름이 펴진 것 같다고도 한다. 여자들은 나에게 ‘무슨 화장품을 쓰냐’거나, ‘얼굴에 뭐 했지?’, 혹은 ‘보톡스 맞았냐’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얼마간 좋아진건 사실이다. 비결을 밝히자면 두가지, 하나는 살이 쪄서 얼굴이 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일야채주스를 아침마다 갈아먹기 때문이다.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인데, 현재 10파운드 이상 불어나 임신했을 때를 제외하고 내 인생에 최고로 쪘다. 이유는 단지 많이 먹었기 때문으로, 5파운드가 늘었을 때부터 모든 것을 체념하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었다. 그렇게 10파운드 정도를 허용하고 나니 눈앞에 보이는 먹을 것과 나의 욕구에 대해 관대해지면서 절제없는 삶의 편안함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얼굴이 커지는 것은 할 수 없다 치더라도, 옷들이 모두 맞지 않고,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요즘 다시 조금씩 빼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것은 과일야채주스다. 생 주스를 아침마다 마시기 시작한 지 두달이 조금 넘었다. 연초에 친지가 오렌지 한 박스를 보내왔는데 이걸 언제 다 먹나, 냉장고가 비좁아 곤란하던 중 주서기를 꺼내 갈아먹은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오렌지 한 개에 사과 반쪽, 셀러리 2줄기, 당근 2~3개, 그리고 전날 먹다남은 과일들을 갈아서 마시는데 아들이 아침마다 부엌에 와서 이 주스를 기다리는 것이, 금방 짜냈기 때문에 신선할 뿐더러 왠만한 음료수보다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출근시간이 달라서 동참하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아쉬워하면서 주말에나 한잔씩 마시곤 한다.
건강박사 김정수씨도 특별히 이 과일야채주스를 권장한 바 있다. 원래 과일은 식후가 아니라 아침 공복에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침부터 과일이 입에 당기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주스로 갈아서 마시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빈속에 들어간 과일주스는 다른 음식물이 들어오기 전 온 몸을 돌아다니며 비타민C와 좋은 영양소를 고루 전해주므로 건강에 좋은 것은 물론이요, 피부관리에 짱인 것이다. 밖에서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처발라’ 본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미용효과와 비교가 될 것인가.
전에 스킨케어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스킨케어를 정기적으로 해주면 확실히 피부가 덜 늙고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은 그렇게 열심히 관리해도 속에서 스트레스가 올라오면 말짱 헛일이예요.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집에서 속 썩는 일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얼굴이 새까매져서 온답니다. 그렇게 속에서 올라오는 기미는 우리도 손을 쓸 수가 없어요”
스트레스뿐 아니라 먹는 음식으로 피부가 달라지고, 건강이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먹는 것이 당신을 만든다’(You are what you eat)는 말도 있듯이.
과일야채주스는 2주쯤 마시면 피부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일단 세수할 때 손에 닿는 얼굴이 부드러워지면서 화장발이 잘 받고, 나아가 어떤 날은 윤기마저 돌기도 한다. 원래 피부가 좋은 사람은 그 차이를 잘 못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저 그랬던 나의 경우, 인사를 받을 정도로 좋아진다는 것을 확실히 증언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걸 아무리 권해도 왜들 안 할까? 사실은 무지하게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매일 과일 야채를 씻어서 준비하는 일도 그렇지만, 다 갈고 난 주서기를 설거지하는 일은 왠만한 인내를 갖지 않고는 매일 아침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귀찮으니 놔뒀다가 저녁때 하지, 했다가는 더 낭패인 것이 찌꺼기가 강판에 말라붙어서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한 10년전에도 몇 달동안 열심히 야채녹즙을 갈아먹은 적이 있는데 눈에 보이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포기했던 이유가 바로 이 설거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늙어가는 모습에 초조해지는 요즘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에, 주서기 설거지를 나의 일과요, 숙명으로 여기고 어떤 스킨케어보다 값싸고 효과 만점인 자연 스킨케어에 올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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