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문의엔 묵비권 행사

자녀와 먼저 이야기 하고
변호사 상의후 취조 응해

경찰이 갑자기 집에 찾아와 아이를 찾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학교에서 패싸움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교사를 만나면 무어라고 해야 하나?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고급 자동차를 사달라고 떼를 쓴다. 사주어도 될까? 세상은 점점 험악해지고, 부모 노릇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자녀 문제로 각종 위기상황에 부딪쳤을 때 부모가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형사법 전문 노미영 변호사로부터 형사법 관련 소송이나 경찰의 취조를 당할 때 한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유의할 점, 또 자녀의 탈선 예방과 관련해 알아두어야 할 상식들을 들어보았다.

▲경찰이 찾아오면 묵비권 행사
노미영 변호사는 경찰이 학교로 찾아와 특정 사건이나 친구에 대해 문의를 해 올 때 반드시 ‘묵비권’을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이 찾아오는 경우는 뭔가 의심을 한다는 뜻. 경찰의 질문에 어떤 진술을 하는가는 본인 신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신중을 가해야 하며, 당황한 나머지 섣부른 진술을 할 경우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노 변호사는 절도를 저지르고 묵비권을 행사한 한 학생은 약한 처벌을 받은 반면 직접 절도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범인과 연루돼 있던 학생들이 경찰의 취조에 진술하는 과정에서 서로 말이 맞지 않아 허위 진술의 죄목까지 뒤집어쓰고 엄중한 처벌을 받았던 사례를 예로 들면서 묵비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반드시 먼저 변호사를 구한 뒤 변호사를 통해 경찰의 취조에 응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이 학부모를 찾아와도 묵비권을 행사
영어에 서툰 한국 부모들은 경찰이 갑자기 찾아오면 당황하거나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어제 밤에 자녀가 집에 들어왔느냐” 등의 질문을 할 때 “내 자녀와 먼저 얘기를 해보고 말하겠다” 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경찰이 자녀의 방을 수색해도 되겠냐고 물어올 때는 절대로 허락하지 말 것.
노 변호사는 한 한인 부모가 자녀의 방을 조사하겠다는 경찰의 요구에 협조했는데, 마약 등의 소지품이 발견돼 자녀의 죄목이 더 커진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반드시 자녀와 먼저 이야기를 하고, 변호사와 상의한 뒤 취조에 응하는 것이 좋다.

▲모범·우등생도 범죄에 쉽게 연루
노 변호사는 성적이 좋은 자녀,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도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장래가 촉망되던 한인 수재들이 절도, 음주운전 등의 비행을 저질러 졸업도 못하고 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된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고 전하고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다 모범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한인 고등학생은 전교 1등을 비롯 대통령상과 주지사상 등을 휩쓴 수재였으나 차의 오디오 시스템 장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절도를 저질러 퇴학을 당하고 감옥까지 갔으며, 또 한 명의 모범생도 CD를 훔치다 붙잡혀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례를 설명했다.
▲자녀의 학교 출석현황에 대해 체크할 것
자녀들의 출석현황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자녀가 탈선 행동을 한다는 신호다. 따라서 부모들이 평상시에 학교 스태프들로부터 학교 행사나 일정, 성적표가 배부되는 시기에 대해 정보를 얻고, 자녀의 출석현황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영어로 문의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각 학군에 있는 통역관의 도움을 받거나 한인 학부모회의 도움을 청한다. 대부분의 학교는 5~6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성적표를 배부한다.

▲평소 학교생활에서의 성실성 중요
자녀들이 패싸움 등 사소한 범죄에 연루됐을 때 평상시의 출석률, 성실성, 교사와 학교 스태프에 대한 태도, 혹은 평상시 옷차림이나 태도 등이 처벌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많은 한인 부모들은 미국 학교는 상당히 자유분방하다고 착각하고 있으나 오히려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면이 있다. 평상시 교사에게 적대적이고 공경심이 없던 학생, 지각, 결석을 일삼았거나 갱스터 옷차림 혹은 빡빡 깎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학생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의심을 받고,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단호한 부모의 역할 강조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단호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중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들은 부모와 의견을 나눌 만큼의 성숙한 정신연령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설명이다. 또한 자녀들이 항상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를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교생 자녀에게 차를 사주는 것 부작용 심해
노 변호사는 가능하면 자녀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차를 사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차를 갖고 있는 자녀들은 비행 청소년들이 운전자로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을 해서 어딘가를 함께 가달라는 친구의 요청은 거절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범죄에 연루되며, 음주운전을 비롯한 탈선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다. 만약 꼭 차가 필요한 경우라면 고급스럽고 비싼 차보다는 오래 된 중고차를 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