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일식은‘바로 이곳’
전 국가대표 선수 한인 여주인이 내오는
고보 무침·연뿌리 조림 반찬등 정겨워
소프트 셸 크렙 롤과 새우 덴뿌라 롤
우니와 시소 이파리를 튀긴 덴뿌라
미소에 절인 대구 구이
두부와 장어 구이를 얹은 에너지 샐러드
달짝지근한 맛이 부드러운 가지 요리
달짝지근한 맛이 부드러운 가지 요리
로스펠리스 빌리지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꺼운 붓을 꾹 눌러 단숨에 휘두른 것 같은 한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산수이(山水, Sansui Restaurant)의 패티오에는 저녁 시간 연꽃처럼 둥둥 떠있는 홍등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라고도 불렸던 조선의 화가 최북, 그를 기다리던 여인 취련 역시 이처럼 아리따운 등불을 밝히지 않았을까.
대나무 숲이 둘러싼 공간이 교토 교외의 아담한 레스토랑에라도 온 것 같다. 미니멀리스트가 꾸민 무대처럼 심플한 공간은 홍등과 대나무 숲, 그리고 중앙의 꽃꽂이로 인해 결코 차갑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에 들여놓은 작은 자연은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일상의 긴장을 순화시킨다.
1960년대 후반을 살아온 사람들은 조오련과 함께 남상남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1966년 전국 체전에 출전해 대회 기록을 수립한 것은 물론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던 남상남. 산수이에 가면 그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흐름도 그녀의 인어와 같은 몸매는 가져가지 못했던 걸까. 여전히 시원스런 모습의 그녀는 고작 테이블 8개밖에 되지 않는 공간을 바쁘게 오가며 기분 좋은 서비스를 펼친다.
와세다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그녀는 일본인 직원들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15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던 키시 상의 친구였던 그녀가 산수이를 인수한 것은 최근 3개월 전. 노부 마추히사의 레스토랑 체인 가운데 하나였던 우봉의 셰프 다카하시를 새로 영입해 꾸민 메뉴는 로스 펠리스의 여피들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일식의 맛을 감별해낼 줄 아는 미식가들에게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테이블에 앉으니 까만 색 조약돌이 하나 올려져 있다. 젓가락을 올려놓으라는 배려 하나에서도 21세기의 자연친화적 철학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일본에 살다 온 한 친구는 가끔씩 일본식 시금치 나물에 대한 향수를 얘기한다. 산수이에서는 고소한 깨소금 소스에 무친 일본식 정통 시금치 나물 고마아에(goma-ae)를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메뉴에는 없지만 남상남씨는 고보 무침, 연뿌리 조림 등 일본식 담백한 반찬들을 보물 단지에서 꺼내오듯 하나씩 가져다준다.
미소 소스 가지(Dengaku Eggplat)는 달짝지근한 소스 맛이 흠뻑 밴 가지를 순식간에 튀겨냈는데도 벌써 흐물흐물해져 입안에서 녹는다.
매운 튜나를 얹은 야미 크런치(Yummy Crunch)는 밥을 사각 주먹밥처럼 만들어 튀겨낸 것이 눌은 밥 튀김이라도 먹는 것처럼 고소하다.
사각거리는 질감의 샐러드가 하나 같이 훌륭한데 두부와 아보카도, 장어 구이를 웃기로 얹은 에너지 샐러드(Energy Salad)는 이름처럼 먹고 나면 기운이 팍팍 솟는다. 고소한 덴뿌라 메뉴 가운데 성게 알을 깻잎 모양의 시소 잎에 말아 튀긴 덴뿌라(Sea Urchin Tempura)는 별미 중의 별미.
레몬과 된장으로 간을 한 대구 구이(black Cod with Citrus Soy Bean)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사시미와 스시의 신선도와 상차림 역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주방장들이 알아서 차려주는 오마카세를 주문하고 다음 코스는 또 뭘 가져올까 기대하는 맛은 각별하다.
Tips
▲종류: 일본 식당.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2시30분. 디너는 주7일 5시30분-10시30분 ▲가격: 런치 샐러드와 전채는 3달러50-9달러75. 국수 종류는 6달러50-13달러. 런치 콤보는 9달러50. 사시미와 스시 런치는 13달러50. 오마카세 런치는 25달러. 디너 전채는 3달러50-12달러. 메인 디쉬는 9달러50-16달러. 국수 종류는 6달러50-15달러. 스시와 사시미 디너는 22달러. 오마카세 디너는 50달러. ▲주차: 런치 때는 l90027. Hillhurst Ave.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Los Feliz 못 미쳐 Finley Ave.를 지나 오른쪽에 있다. ▲전화: (323) 660-3868.
<박지윤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