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특별활동·에세이·인터뷰 한인학생들 모두 취약
성적은 좋지만 과외활동 내용 너무 똑같아
인터뷰·에세이, 많은 경험서 우러나오는것
독특한 분야 어릴때부터 깊이 파고들어야
대학 문이 해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에 본보는 최근 LA와 오렌지카운티, 텍사스 달라스 등에서 명문대학 입학전략 세미나를 개최해 최신 정보를 한인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했다. 세미나에 강사로 나섰던 앤젤라 엄(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대표)씨로부터 명문대 입학전략에 대해 일문일답 형태로 알아본다.
<김정호 기자> jkim@koreatimes.com
▲최근 명문 사립대 입시현황과 한인학생 성향은?
△이 달 초부터 하버드대를 시작으로 입학사정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MIT, 스탠포드 대학 등 소위 명문 사립대학들의 입학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12학년 학생수가 가장 많아지는 2010년에 이를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인학생들의 경쟁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학생들은 마치 과자 찍는 기계로 만들어 낸 것처럼 너무 비슷하다. 학업성적과 SAT 등 테스트 성적은 높지만 취미로 하는 운동이나 악기, 커뮤니티 서비스 등은 내용이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학생회장, 학교신문 편집장,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에 잘하는 운동 한 종목 등 이런 조합을 가진 학생들이 너무 많다. 조합이 너무 똑같아서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고 타인종에 비해 특출난 점을 찾아보기 힘들 때가 많다.
한인들은 어떤 프로그램이 좋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도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형태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다들 비슷하다.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몰리면 좋지 않다.
▲명문 사립대 입학사정 기준과 방법은?
△입학사정에서 평가항목은 학업성적, 시험점수, 교사 추천서, 특별활동, 에세이, 인터뷰 등 총 6가지다. 명문 사립대학 입학에 있어서는 이들 6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학업성적의 경우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쉬운 과목들만을 골라 수강했는지의 여부를 살핀다.
한편 많은 아시안 학생들은 SAT 같은 테스트 점수밖에 모르는 경향이 있다.
하버드의 경우 올 입시에 2만여 장의 원서가 도착했다. SAT 등 시험성적을 가지고 학생들을 걸러내면 1만6,000여 명이 남는다.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합격자가 나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갈 것이다. 결코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참고로 2003년 입시에서 고교를 수석 졸업한 하버드 지원자의 82%가 불합격됐다. 학업성적 만으로만 당락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한인 학생들이 특히 취약한 부분은?
△학업성적과 각종 테스트 점수를 뺀 나머지 평가 요소들 즉, 추천서, 특별활동, 에세이, 인터뷰 등 네 가지가 모두 취약하다.
입학사정관들로부터 ‘한인학생들이 종이(서류)상으로는 대단한데 막상 만나보면 별거 아니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입학사정관은 지원서와 성적표 같은 서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사람 자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교사의 추천서도 매우 취약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교사들의 글은 가장 솔직할 수밖에 없는데 많은 한인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교사가 한인학생을 위해 써준 추천서에는 ‘생각이 깊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러나 너무 성적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런 추천서가 한 두 장이 아니다. 무엇을 암시하는가?
또 한인학생들은 인터뷰나 에세이도 취약하다. 에세이는 비교적 학생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미리부터 준비하지만 타인종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며 인상깊었던 에세이를 예로 들어준다면?
△한인학생 중에 달팽이를 무척 좋아해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웠다는 학생이 있었다. 생물학과에 지원한 학생이었는데 어릴 적 달팽이를 집에서 키우면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자신의 과학, 생물 분야의 흥미와 열정, 호기심을 잘 표현했다.
이 학생은 고교 재학중 인근 대학의 교수들과 달팽이 관련 메디칼 리서치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었다. 메디칼 리서치에서 달팽이가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도 말했다,
또 동물원에 가서 의학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달팽이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보통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일을 했다. 이 같은 이력은 입학사정관에게 지원자가 가진 과학분야의 호기심을 잘 증명해 보인다.
이 학생은 성적도 매우 우수했다. 추천서 역시 좋았다. 화학 선생님이 써 준 추천서가 매우 인상깊었다. 교사의 추천서는 진실하다. 가장 가까이서 학생들을 지켜보는 사람이기에 학생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 이 학생은 인터뷰도 재미있고 재치 있게 했다. 인터뷰를 통해 학생의 과학에 대한 소질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이 학생은 다른 한인학생들과는 달리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었고 흔한 커뮤니티 서비스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원 캠페인은 커뮤니티 서비스로 간주될 수 있다. 독특한 것 아닌가.
▲인터뷰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인터뷰를 잘 하려면 많은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한 여행, 서머스쿨, 리서치, 실무경험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에세이 쓸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험만을 열거해서는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독특한 관점에서 글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장학금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칙을 말할 수 없다. 사립대학들이라도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해마다 장학금 지급 정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요즘은 ‘돈이 없어서 예일대 진학을 못했다’는 식의 말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돈걱정을 지나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경우 아이비리그 대학에 어떻게든 합격만 하면 장학금 등 재정지원을 받게된다. 외국인 학생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다. 그러나 각 대학들은 합격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재정보조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효과적인 대입준비를 위한 조언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들은 성적 등 조건만을 따지지 않는다 사람자체를 본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간형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책임이 있다. 바이얼린, 피아노, 운동 등 무엇이든 간에 1~2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호기심을 살려줘야 한다. 어떤 학생으로 키워야 할까? 학부모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진학 세미나에서 학부모들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주립대학들이 컴퓨터의 정해진 공식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사정방법을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아이비리그대학 등 명문 사립대들은 사정관들이 모든 지원항목을 세밀히 검토해 가려내는 만큼 균형 잡히면서도 개인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원전략이 중요하다.
앤젤라 엄씨는…
LA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정치학·동아시아학 전공)했으며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 대학 및 MIT에서 7년간 입학사정관으로 일해왔다. 최근까지 엄씨는 MIT에서 수석입학사정관과 인터뷰 담당 디렉터로 활동했으며 현재 명문대 진학 및 교육자문 전문사인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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