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주변의 청년이 고민을 털어 놨다. 고교 때 친구들과 함께 담뱃불로 손등을 지져댔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인으로 사회에 발을 딛게 되면서 손등의 흉한 자국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유 없는 반항심으로 부모에게 숨기는 바람에 치료를 못 받아 흉터도 크다며 도대체 왜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한탄했다.
결혼을 앞둔 아름다운 19세 처녀가 사춘기시절 스트레스를 못 이겨 면도날이나 과도로 팔을 북북 그었던 결과로 고민에 빠졌다. 팔과 어깨를 활짝 드러낸 환상적 웨딩드레스는 꿈도 못 꾸며 앞으로 평생 그를 가려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후회막급이다.
청소년들의 자해가 보통 심각한 이슈가 아니라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자해라면 1세들의 경우 언뜻 자해공갈단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떠올린다. 그래서 대부분 한인들은 자녀가 스스로 신체에 상처를 내도 집안에서 쉬쉬 감추며 주변에 그런 청소년이 있어도 남의 일보듯 무심하다.
그러나 현재 중고교생들이 날카로운 클립이나 면도날, 과도를 이용하는 자해는 돌림병처럼 번진다는 통계다. 초등학생도 압정으로 몸의 이곳 저곳을 찔러 피를 내고 특히 여학생들이 겁없이 칼로 팔이나 넓적다리를 그어댄다. 남학생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도 한다. 별 죄의식 없이 자해하며 아픔 속에서 오히려 내면의 불안, 분노, 화,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경험을 하고 쾌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자해를 반복하는 중독자 수준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250명중 1명 꼴이며 중고교생 중 병원에 입원하는 숫자의 50%는 자해 때문이라고 한다. 무서운 것은 그들 중 20%는 피를 보는 자해 행위를 즐기고 있다는 것.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부모도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 한다.
때늦은 후회중인 자해 경험자들도 당시는 어쩔 수 없었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자해를 즐기고 반복하면 청소년기를 그냥 지난다 해도 이상성격자, 시한폭탄형 등으로 성장한다는 결과는 어찌 받아들일 것인가? 그 같은 유행병이 한인 청소년들만 순순히 피해갈 것인가?
자해급증의 심각성을 깨달은 LA 통합교육구에서는 2년 전부터 자해 카운슬링 부문을 따로 마련했다. 자살방지 핫라인에 자해 케이스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이제 청소년 자해를 자살시도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서,’ 또는 ‘살기 위한 방책’으로 이용된다고 개념을 정리했다.
명석한 완벽주의자나 자존심, 자신감 이슈에 예민한 청소년 등이 자해 방법을 많이 택하고. 억눌린 감정이나 학대의 배경, 우울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마약 등이 스스로 깊은 상처를 낸다고 했다. 그 대상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며 가정에서의 주의도 촉구하고 나섰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학교에서는 이렇게 자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살피기 시작했다. 비록 학교측은 일단 자해가 발생하면 법적 절차에 따라 경찰에 보고, 최소한 3일 동안은 정신병원에 머물게 하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그나마라도 반복 자해를 막는데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면 부모의 몫은 학교에서 자해 행위로 적발되거나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자녀나 주변 청소년을 그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게 돕는 것이라고 본다.
초등학생 때부터 안심하지 말라는 임상심리학자 엘리자베스 김 박사의 조언이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샤워할 때나 옷 갈아입을 때 팔 밑이나 허벅지, 무릎, 배, 허리 등 신체를 자세히 보라고 한다.
심상치 않은 흔적이 발견되면 그로부터 최소한 1년 정도는 정기적으로 신체를 점검하고 계속되는 듯하면 전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 근본치료는 자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가 함께 카운슬링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자해가 버릇으로 굳기 전에, 신체나 정신에 영원한 흉터로 남기 전에 부모와 학교가 합심하여 방향을 잡아준다면 자해가 암울한 시기를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이 절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최근 마약중독자 재활센터 역할을 해오던 나눔선교회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는 바람에 자녀 가진 부모들의 가슴이 또 한번 내려앉았다. 어린이나 청소년 자해추세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못지 않은 부작용이 사회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이정인 국제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