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 손맛엔 부모 사랑이…
오픈 2개월만에 입소문 손님들 줄이어
아버지·어머니께 바치는 파스타 요리도
게살과 아보카도 샐러드.
손님 앞에서 직접 농어의 가시를 발라주는 웨이터, 다리오.
홍합과 모시조개 전채.
토마토와 구운 빵으로 만든 샐러드, 판짜넬라.
버섯으로 속을 채운 뇨끼.
벤추라 길을 따라 양옆으로 펼쳐지는 레스토랑들은 LA의 먹자골목을 이루고 있다. 판짜넬라(Panzanella)는 지난 2월 벤추라 블러버드에 첫선을 보인 새내기. LA의 이태리 레스토랑 업계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드라고(Drago) 형제들이 새 로케이션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픈 한 지 채 2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그들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온 손님들은 오늘도 줄기차게 밀려들어오고 있다.
판짜넬라는 전형적인 이태리 남부 지방의 샐러드 이름이기도 하다. 색색의 토마토, 데친 호박, 오이, 베이즐, 양파, 빵 조각에 올리브 오일을 듬뿍 쳐 낸 단순한 요리다. 하지만 이태리 사람들에게 있어 판짜넬라의 의미는 우리들에게 있어 양푼에 남은 반찬 넣고 비빈 찬밥처럼 정겨운 것.
뜰에 나가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토마토와 베이즐 잎을 따다가 남아 있는 야채를 이것저것 집어넣고 어제 먹다 딱딱해진 빵을 썰어 좀 더 푸짐해 보이게 한 뒤 딱딱한 빵이 부드러워지라고 올리브 오일과 드레싱을 듬뿍 넣었다.
가끔씩 익힌 보리(Farro)와 신선한 멸치(Alici Freschi)를 위에 올리면 더욱 풍성한 식탁을 꾸밀 수 있었던 가난한 시절의 음식. 허나 온갖 고급 요리 다 먹어보고 난 뒤 양은 사각 통에 눌러 담은 도시락밥을 먹으며 추억에 젖어드는 것처럼 이태리 인들도 이 판짜넬라를 먹으며 줄에 빨래가 너울거리는 그리운 소렌토를 생각한다.
이태리 산 푸로슈또와 빼꼬리노 치즈에 말린 무화과를 더한 전채(San Daniele con Pecorino di Pienza e Fichi)는 소재의 어우러짐이 멋진 삼중주를 이룬다. 특히 말린 무화과의 달짝지근한 맛과 톡톡 씹히는 질감이 다른 소재에 주는 액센트에는 예술적 감각까지 엿볼 수 있다.
흐물흐물한 부라타 치즈와 체리 토마토 샐러드(Burrata con Pomodorini di Pachino)도 담백하며 맛있는 전채. 홍합과 모시조개에 토마토 소스를 듬뿍 넣은 짭짤한 수프(Cozze e Vongole)는 마늘과 베이즐을 절묘하게 배합해 향기가 넘친다.
판짜넬라의 파스타 메뉴를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랜 고민을 하다가 결정한 몇 가지의 파스타는 모두 음, 음, 굿. 이태리 소시지와 브로콜리, 볶은 마늘에 볶은 홈메이드 파스타(Garganelli con Salsiccie e Broccoli)는 별 다른 소스가 없어도 양념이 충분히 잘 배어들어 얄팍하게 잘 빚은 수제비를 먹는 느낌. 흰색과 검은 색의 가는 면발에 모시조개를 듬뿍 넣은 파스타(Tagliolini Bianchi e Neri con Vongole Veraci)는 다른 곳에서 스파게티 봉골레라는 이름으로 맛보았던 것과 거의 같다.
해물 스파게티도 다른 어떤 이태리 식당보다 훨씬 진하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드라고 형제들의 부모 사랑을 보여주는 두 가지 파스타 이름이 재미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스파게티 나딸레(Spaghetti Natale). 산 마르자노 토마토와 베이즐 두 가지만을 넣은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파스타지만 달콤하고 향기로워 이 집의 요리 솜씨를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리조또 디 카멜라(Risotto di Carmela)는 포치니 버섯을 사용한 리조또로 전원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세련된 음식이다.
오징어 먹물 리조또(Risotto al Nero 야 Seppie)는 맛도 물론 좋지만 서로 까맣게 변한 입술과 혀를 보며 깔깔 웃어대느라 더욱 즐겁다.
세이지 크림 소스에 조리한 호박 만두(Tortelloni di Zucca), 트러플 퐁뒤 소스에 버무린 버섯 뇨끼(Gnocchi con Fonduta) 역시 여러 차례 찾으면서 차례로 먹어봐야 할 메뉴들이다.
로즈메리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화이트 발사믹 소스로 요리한 양고기도 아주 잘한다.
잘 생긴 웨이터들이 공연이라도 펼치듯 눈앞에서 요리조리 발라주니 생선 구이도 먹어볼 만하다. 심플하면서도 따뜻하게 꾸며진 실내는 편안한 분위기. 꽉 찬 와인 셀러를 한 눈에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뿌듯해져 오는 와인 룸은 개별 파티를 할 수 있는 작은 방 안에 들어가 있다.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메인 다이닝룸은 주조를 이룬 베이지 색이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Tips
▲종류: 이태리 남부 요리 전문 레스토랑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2시30분. 디너는 월-목요일은 오후 5시30분-10시. 금, 토요일은 11시까지.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격: 전채는 5-11.50달러. 파스타는 9.50-15.50달러. 메인 디시는 16.50-26달러. 디저트는 6.50달러. 발레 파킹 3.50달러 ▲주소: 14928 Ventura Blvd. Sherman Oaks, CA 914l03 한인타운에서 101번을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Van Nuys에서 내려 좌회전, Ventura를 만나 우회전하면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818)986-0971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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