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잃어버린 세대’로 치부되어온 노인들이 속속 사이버 세계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워싱턴의 연구기관 ‘퓨 인터넷’에 따르면 2000년 이후 65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는 47%나 증가, 연령층별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전체 인터넷 사용자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22%로 30~49세의 75%에 비해 한참 처진다. 그러나 현재 컴퓨터를 편안하게 사용하는 중년들이 곧 65세가 될 것이므로 노인 인터넷 인구의 증가는 확실하다.
전국의 도서관, 양로원및 노인센터에 노인용으로 개발된 특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제너레이션스 온 라인’의 토비 딕터 회장은 50대들은 한번 컴퓨터를 쓰기 시작하면, 특히 인터넷의 맛을 알면 결코 놓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주로 자식이나 손주들의 권유로 e 메일부터 시작해 점점 컴퓨터에 빠져 드는데 가족 이외에 각 시니어 센터나 은퇴자 커뮤니티에도 노인들의 컴퓨터및 인터넷 사용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노인촌 로스모어에 사는 헬렌 카르잘라(88)는 9개월전 이 노인촌 컴퓨터 클럽에 가입, 친척들에게 e 메일을 보내다가 매료되어 자기 집에 컴퓨터를 들여 놓기에 이르렀다. 컴퓨터의 설치까지 손수 한 카르잘라는 20여명의 친지들과 e 메일을 주고 받고, 핀랜드어 온라인 신문을 읽으며, 닭고기와 가지 요리법을 수집하느라 매일 1시간 이상을 컴퓨터와 함께 보낸다. 사실 컴퓨터가 가장 큰 취미 생활인데 9500명인 주민 평균 연령이 78세인 로스모어에서 컴퓨터 클럽에 든 사람은 3분의 1 정도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웨스트체스터의 양로원에 사는 캐스린 로빈슨은 99세에 컴퓨터를 배워, 101세인 요즘은 매일 인터넷으로 카드 보내고 손자, 증손자와 통신하느라 늙을 사이가 없다.
이처럼 인터넷 사용 노인들이 늘면서 노인들을 위한 웹사이트의 숫자 또한 함께 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들은 ‘시니어넷’(www.seniornet.org) 같은 단체들이 제시한 모델에 맞춰 각각의 사이트를 단장했다. 연방노인국(www.aoa.dhhs.gov), 사회보장국(www.seniors.gov)이 그렇고 수백개의 일반 사이트들에도 노인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마련됐다.
그런 사이트들은 물론 노인들이 더 쉽게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신경 써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래도 노인들이 느끼는 장벽은 높기만 하다. 일단 타이핑부터 걸림돌이다. 노인들은 동작이 느린데다 평생 비서로 일한 할머니 같으면 문제 없겠지만 대부분의 할아버지들은 독수리 타법이 고작이다. 마우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다. 수전증이나 관절염을 앓는 노인에게는 그저 클릭 한번 하기도 고역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가벼운 뇌일혈을 일으킨 노인 환자들에게 컴퓨터 사용 처방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운동능력을 되살려 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기계화되기 시작할 때 자라 기계란 한번 잘못 만지면 고장 나 버리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고장낼까봐 겁나서 과감하게 컴퓨터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단 익히게 되면 느끼는 성취감과 자신감, 자부심은 대단하다.
인터넷 사용 노인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제너레이션스 온 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병 같은 것이 아니라 주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찬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에게는 여행, 역사, 취미및 족보 찾기가 최고 관심사였는데, 이미 인터넷 사용은 노인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활동으로 대두하고 있다. 많은 기관들이 노인들의 문의 전화를 받을 인력을 줄이고 대신 웹사이트를 개발, 인터넷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는 자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캘리포니아주 월넛 크릭의 로스모어 노인촌 컴퓨터 클럽에서 초보자를 위한 윈도우스 XP 강의를 듣고 있는 조지(83)와 거다 카로이(73) 부부.
이 컴퓨터 클럽에 나온지 9개월 만에 컴퓨터로 핀랜드어 신문도 읽고 핀랜드의 친척들과 e 메일도 주고 받게 된 헬렌 카르잘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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