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누비며 ‘메이드 인 코리아’실어 나르죠”
칼같은 배달시간·넓은 창고공간 장점
트럭 2대서 연매출 3,000만달러로 성장
100만달러 출연 장학재단 설립 계획도
캄튼에 본사가 있는 ‘프론티어 종합물류’(Frontier Logistics·사장 정병위)는 통관, 포워딩, 창고업, 트러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 최대의 물류 회사다. 1982년 설립된 ‘프론티어-’는 캄튼, 토랜스, 카슨, 뉴저지주 에디슨 등 4곳에 웨어하우스가 있다. 총 규모는 50만스퀘어피트. 또 시카고, 뉴욕주 자메이카에도 오피스를 두고 있다. 고객은 한국의 삼성전자, 한솔전자, 동국제강, 연합철강, 동부제강, 미국의 메모렉스, RCA, 중국의 에이서, 민텍 등 세계적인 기업들. 특히 한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 중 80%의 통관을 이 회사가 처리하고 있으며, 미국서 뜨고 있는 삼성의 가전제품은 약 절반이 이 회사를 통해 각 지역으로 나간다. 물론 자바 의류업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고객이다. 22년간 한 우물을 판 정병위(52) 사장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후회 없이 일해 왔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큰 보람중 하나”라고 말한다.
■‘서비스 차별화’가 열쇠
프론티어의 역사는 1982년 카슨 한 모퉁이 2,000스퀘어피트 공간에서 시작됐다. 2대의 트럭을 보유하고 정 사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자바 시장을 돌아다녔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한 초라한 시작이었지만 그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오늘의 성공을 일궜다.
정 사장은 “1998년 컴팩에 모니터를 공급하던 회사들과의 계약을 따내면서 큰 도약을 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유독 삼성 물건만 정확한 시간에 공급되는 것을 눈여겨본 컴팩은 그 배경에 프론티어가 있음을 알고 다른 모니터 회사들에도 같은 업체를 이용하도록 요구했다. 미국 회사들이 오더 후 48시간 내로 하던 제품 출고를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으로 8시간 내로 끝낸 것이 비결이었다. 그때부터 컴팩이 휼렛 패커드에 합병되기까지 4년간 연 400만대 모니터의 보관과 운송을 책임졌고 컴팩으로부터 감사장도 받았다.
초기에는 매출이 연 수백%씩 늘어나기도 했지만 은행돈을 쓰지 않는 탄탄한 중견기업의 위치에 올라선 지금은 평균 20%대의 안정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0만달러.
소형 트럭 10대와 컨테이너를 끄는 트랙터 25대를 보유하고 남가주 지역에는 직접, 타주 등 기타 지역에는 아웃소싱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업계의 하이텍화 추세 속에서 프론티어는 약 70만달러를 투자, 다국적 기업들이 쓰는 ‘SAP 소프트웨어’(자원관리 통합 시스템)를 회사 업무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물류분야 커리큘럼이 많은 조지아텍 대학의 통신강좌를 이용, 최신 경영기법을 배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객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
프론티어에는 세일즈맨이 없다. 경쟁상대인 주류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오더를 받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하면 고객이 고객을 데려온다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지난해에 중국 회사 민텍의 세일즈맨이 베스트 바이 매장에 전시된 제품의 레벨을 보고 이 회사를 찾아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는 다시 메모렉스를 소개해 준 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세일즈맨을 두지 않는 만큼 고객관리에는 더 정성을 쏟는다. 고객 만족도 조사는 기본. 고객들은 매년 전화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 통화 태도 등 서비스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2개월에 한 번 정도는 사장, 매니저 등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불편을 청취하고 문제점을 신속히 시정한다.
그는 “프론티어는 크다던데 우리에게 신경 쓰겠나” 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1년에 몇 번 통관업무만 맡기는 몇 백달러대 어카운트도 절대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다. “회사가 커졌다고 자만하지 말라. 자만하면 망한다”는 말과 함께. 그는 “고객이 행복해야 우리가 기쁘다”면서 한 업체로부터 받은 ‘농민적 근면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평을 잃지 않으려고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비즈니스는 사람이다
정 사장은 “비즈니스는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이같은 그의 확신은 150명 직원들에 대한 배려로 구체화된다. 매일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연말이면 가족까지 초청해 파티를 열어준다. “직원들 덕분에 성장이 가능했다”는 말이 인사치레가 아님은 지난해 전 직원에게 200%의 보너스를 지급한 데서도 잘 확인된다.
정 사장은 중년이 된 지금, 직원들이 아들 같고 딸 같이 여겨진단다. 프론티어 본사 현관에는 사훈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한마음으로 성실하게 봉사하자.’ 인화단결을 중시하는 말이다. “직원끼리 서로 좋아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한인 35명과 나머지 히스패닉 직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또 할 말이 있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장실에 들어오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실일까. 프론티어에는 10년 이상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다.
■지역 사회에 심는 꿈의 씨앗
프론티어는 올해부터 매년 20만달러씩 5년간에 걸쳐 총 100만달러를 출연,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로부터 직접 돈을 버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 그는 회사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의 발전에 무언가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빈민 히스패닉 및 흑인 중고교생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구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라는 정 사장은 장학사업의 동기를 “받는 즐거움도 크지만 주는 기쁨은 더 크다”는 말로 설명한다.
(310)604-8208
경영철학
‘천천히그러나 쉼없이’
그는 사업을 ‘눈사람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사업 초기에 온갖 난관을 겪는 것은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는 손도 시리고 눈을 뭉치기도 무척 힘든 이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처음에 농구공 정도로 만들기가 어렵지, 커질수록 더 쉽게 눈을 모을 수 있다. 너무 추우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로 살살 굴려도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눈덩이를 너무 빨리 굴리다 어딘가에 부딪혀 깨지는 일. 무리한 확장은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초창기 주변에 프론티어보다 더 큰 한인 회사들이 많았지만 고속성장만 추구하다 지금은 사라졌다고 그는 전한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갖고 한 발자국씩 나가면 큰 실수 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그는 경영 철학은 한 마디로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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