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도 채 앉지 못할 좁은 실내
일본 정통에 한식 접목 맛 독특
마를 갈아 토로와 섞은 애피타이저
베벌리 힐스의 일식 한식 퓨전 식당 호우센카
색다른 맛의 갈비 구이
저민 무에 연어 카비에를 싼 전채
매콤한 맛의 김치 우동
매운 참치 마끼
참기름 맛이 고소한 육회
“울 밑에서 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더라.”
김형준 시 홍난파 작곡의 한국 최초 예술 가곡, ‘봉선화’는 일제의 압박에 처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봉선화에 비유해 민중의 울분을 토로했던 노래. 베벌리 힐스의 올림픽 대로를 운전하다가 ‘봉선화’라는 한자 간판을 발견했다. 일본어 음역은 호우센카(Housenka). 일제시대 한국인들의 저항을 상징했던 꽃인지라 어째 일식집 이름으로는 영 걸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안고 문을 열었다.
호우센카는 스탠드까지 합해도 20명이 채 앉지 못하는 비좁은 실내부터가 일본 신주쿠 거리의 이자까야 스타일 주점과 꼭 닮았다. 주방장 사사키 상, 그를 도와주는 히스패닉 헬퍼, 그리고 일본인 웨이트리스 3명은 꽉 차야 고작 19명이 정원인 좁은 공간을 손님들로부터 주문 받으랴 서브하랴 헤집고 다닌다.
호우센카는 일본에서도 한창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반영하는 식당. 정통 일식이라기 보다는 한식과 섞어 놓은 퓨전 스타일의 일식집이다.
물론 수프와 라이스, 샐러드가 따라 나오는 런치, 디너 메뉴도 있지만 호우센카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은 소꿉장난처럼 작은 접시에 담긴 애피타이저를 줄줄이 시키며 사께 한 도꾸리와 함께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인다.
사사키 상의 음식 솜씨는 두 손을 치켜들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 그는 김치는 물론 김치 볶음밥, 김치 우동, 갈비 구이와 같은 한식 요리들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자꾸 캐물으니 예전에 사귀었던 한국인 여자친구가 가르쳐줬다며 웃어넘긴다.
스탠드 너머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들의 부엌 살림 가운데 그릴이 눈에 띈다. 석쇠 위에는 항상 뭔가가 지글거리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야 기본이고 소 혀, 제비추리, 양 구이 등 우리들이나 먹는 줄 알았던 재료들도 떡 하니 올라가 있다. 참기름과 마늘을 기본으로 레몬과 청주 등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없는 양념을 더하지만 맛의 비밀은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에 있다.
육회도 신선한 쇠고기에 양념을 한 것도 있지만 말 그대로 쇠고기 회(Beef Sashimi)도 있다. 선홍색의 고기에 지방이 하얀 꽃처럼 패턴을 이루고 있는 비프 사시미, 잠깐 훈제한 소혀 사시미, 프와 그라에 비교할 만한 소간 사시미 등 광우병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메뉴들을 손님들은 만족한 미소와 함께 잘도 시켜 먹는다.
파전, 김치 돼지 볶음 등 한국 스타일의 음식을 주문할 때는 과연 얼마나 비슷한 맛을 낼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한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분명 다른 면이 있지만 오히려 색다른 터치가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준다.
숙주나물과 쇠고기 볶음, 미소에 잰 대구구이 등 밥반찬으로 딱인 요리들도 여럿 된다. 곁을 장식하는 야채 요리 가운데 가끔씩은 콩나물 무침이 나오기도 한다. 사이드 오더인 김치 맛이 일품인데 특히 무를 김치에 박아 만들어낸 석박지를 꺼내줄 때면 김치에 대해 뭔가 아는 이들은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감동을 먹는다.
라면과 우동도 도쿄 정통의 국물 맛에 한국식 요소를 결합해 아주 독특하다. 매콤하고 구수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살짝 풀은 계란, 위에 얹은 갈비구이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갈비 라면, 고추장과 김치로 매콤한 맛을 한껏 살린 김치 우동은 한 번 먹고 나면 중독이 될 정도.
돌솥을 의미하는 나베에는 꼭 우리 식 전골과 같은 내용물을 담아 보글보글 끓여낸다. 특히 돼지고기와 고보를 넣고 끓인 나베는 담백한 국물 맛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음식 맛 좋고 자정까지 문을 열다 보니 밤 늦은 시각이면 온 동네 요리사와 주방장들이 때늦은 식사를 하려고 몰려든다. 한 요리 하는 그들의 입맛에도 사사키 상의 독특한 요리는 색다르게 느껴지는 건지.
Tips
▲종류: 일본식과 한국식 퓨전 요리, 구이와 사시미, 스시, 볶음, 국수 등 모든 종류.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2시30분-2시30분. 디너는 일-금요일 오후 6시30분-자정. 토요일은 닫는다. 일요일은 디너만. ▲가격: 런치 전채는 3-5달러, 런치 콤보 스페셜은 6-15달러. 디너 아라카르트는 3-12달러. 라면과 우동 종류는 7-9달러. 나베는 12달러. ▲주소: 9123 W. Olympic Blvd. Beverly Hills, CA 90212. 한인타운에서 Olympic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Doheny Dr.를 지나 오른쪽 샤핑 몰 안에 있다. ▲전화: (310) 271-7231.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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