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분위기 킹카 만난 기분
전국 탑5에 든 아일랜드 레스토랑
유명인 샴록 천장·벽 가득 명성 실감
초록색 조끼와 넥타이로 단장한 종업원들
하프 맥주로 튀김옷을 반죽한 피시앤칩
기네스 맥주로 양념을 한 아이리쉬 스튜
간 쇠고기와 메쉬드 포테이토로 만든 양치기 파이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독일인이 경찰, 프랑스인이 정비공, 이태리인이 정치가, 스위스인이 애인, 영국인이 요리사인 곳이 지옥이라는 농담이 회자된다.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 역시 음식 맛으로는 유럽 어느 곳에서든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처지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앞두고 색다른 문화 체험을 소개하기 위해 탐 버진즈 타번(Tom Bergin’s Tabern)을 찾았을 때 별다른 분위기와 음식 맛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전혀 기대치 않고 나갔던 소개팅에서 의외로 킹카를 만난 기분이 바로 이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탐 버진즈 타번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기네스 맥주를 마시러 갈 때뿐만 아니라 평소라도 음식 맛과 분위기 때문에 찾고 싶어지는, 썩 괜찮은 레스토랑이다.
무거운 참나무 도어를 밀치고 들어가면 마치 영국의 전통 어린 클럽에라도 온 듯한 느낌의 바(Horse Shoe Bar)가 나온다. TV 드라마 ‘치어즈(Cheers)’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하는데 보지 않았어도 꽤 중후한 분위기의 연속극이었겠구나 짐작이 간다. 직장인, 데이트 중인 연인, 파릇파릇한 대학생, 그리고 우수 어린 눈동자의 아일랜드 신사들은 하나같이 까만 색 기네스를 한 잔씩 들고 있다.
탐 버진즈 타번의 천장과 벽에는 수천개의 초록색 샴록이 붙어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나 하나 다른 이름들이 적혀있다. 단골 손님들의 이름을 이렇게 써 올린다고 하는데 이름이 올라간 고객들은 마치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 자신의 별이라도 생긴 양 좋아한다고 한다.
전설적인 배우 캐리 그랜트의 샴록도 있고 키퍼 서덜랜드, 줄리아 로버츠도 자기의 샴록을 확인하러 가끔씩 들른다. 벽에는 탐 버진즈 타번이 오픈 했던 1936년도의 메뉴가 액자에 걸려있다. 샌드위치 25센트, 뉴욕 커트 스테이크 1달러15센트라는 가격표를 보며 70년의 세월 동안 물가상승이 엄청났음을 새삼 확인한다.
다이닝 에리어는 런던의 더비 클럽에라도 들어온 듯 중후함과 우아함의 극치다. 샴록이 새겨진 샹들리에는 은은한 조명을 뿜어내고 구리 냄비가 걸려진 벽난로에서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른다. 초록색 커튼과 냅킨 등 일관된 테마로 꾸며진 실내공간은 온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칠리, 감자 튀김, 포테이토 스킨, 어니언 링, 모짜렐라와 호박 튀김, 나초 등 부담 없는 맥주 안주로 그만인 전채 요리들은 가격도 부담 없고 양도 푸짐하며 맛도 좋다. 점심때나 저녁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가 10가지. 콘비프를 소재로 한 아이리시 루벤(Irish Reuben)과 엉클 탐즈 패이버리트(Uncle Tom’s Favorite)가 특이하다. 스테이크는 물론 햄버거와 핫도그도 숯불에서 구워내 명성이 자자하다.
아일랜드의 고유 음식에서는 서민들의 소박함이 입안 가득 전해져 온다. 하프 맥주로 튀김옷을 반죽한 피시앤칩(Fish & Chips)은 겉은 바삭하면서도 생선살이 부드러워 맛있다. 양배추 찜과 함께 내오는 양지머리 수육(Corned Beef and Cabbage)은 호스 래디시를 얹어 먹으니 꼭 우리식 고기쌈이다. 기네스 맥주를 넣고 졸였다는 아일랜드 스튜(Gaelic Beef)는 갈비찜과 비슷하고 크림과 사이더에 졸인 닭고기 요리(Chicken Erin)는 부드럽고 세련된 맛이다. 전날 남은 음식들을 이용해 만들어먹었다는 양치기 파이(Shepards Pie)는 감자 으깸 요리와 버섯 그레이비의 조화가 훌륭하다.
LA에서 유일하게 Tom Horans’ America Top Ten Club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탐 버진즈 타번은 전국 10위 내 아일랜드 업소 가운데 당당히 4위에 오르기도 할만큼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메뉴 곳곳에 “그 유명한 아이리시 커피 잊지 마세요!” 라는 선전 문구가 있어 한 잔을 주문해 봤다. 설탕과 윕크림을 얹어 달짝지근한 아이리시 커피를 홀짝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적지 않은 아이리시 위스키 탓에 갑자기 눈앞이 팽 돈다.
오늘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맞아 탐 버진즈 타번에서는 일찌감치 오전 6시부터 문을 열고 낮에는 백파이프 연주를 마련한다고 한다. 예년의 경우 오늘 하루 동안 팔려나가는 아이리시 커피는 5,000잔이 넘는다고 하니 수많은 인파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체험하고자 한다면 오늘 꼭 시간을 내 들러볼 일이다.
Tips
▲종류: 아이리시 펍 앤 레스토랑 ▲오픈 시간: 런치는 정오-오후 4시, 디너는 오후 4시-11시. 바는 새벽 2시까지. ▲가격: 런치 샐러드와 전채는 3-11달러. 샌드위치는 8-10달러. 메인 디시는 6-15달러. 디너 전채는 3-13달러. 샌드위치는 8-10달러. 메인 디시는 7-25달러. ▲주차: 런치 때는 무료. 디너에는 발레 파킹 2달러 50. ▲주소: 840 S. Fairfax Ave. Los Angeles, CA 90036. 한인타운에서 Wilshire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Fairfax에서 좌회전해 내려가다 보면 8가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323) 936-7151.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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